본격적인 토크쇼를 펼치기 전 이진우 센터장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전망’을 발표했다. 그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사자성어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훑었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의장이 1996년 12월 ‘비이성적 풍요’라는 말을 쓴 이래, 함께 가야할 주가와 국채수익률이 계속 괴리가 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짚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 올릴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그것도 별 볼일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축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으나 현재는 조용하다. 미국의 경제지표도 들쭉날쭉 이다.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국내 환율을 봐도, 당국이 개입하고 있는 한편으로, 2010년 이후 우리 환율의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이어서 현재의 전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토크쇼가 이어졌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렇게 할 만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김일구 : 금융시장에서 가격을 누가 정할까. 그것에 따라 자원이 배분된다. 정부의 정책이나 선거도 중요하겠지만, 미국도 레이건 이후 시장 기능을 강화시켜왔고, 금융위기 이후 바뀐 것이 있다면 정책 결정자를 믿지 않는다. 2008년 이후 우리도 우리를 못 믿는다. 정말 전 세계적으로 잘 난 사람들이 모든 위기를 불러왔다. 2008년 이후에는 한 방향만을 이야기 해왔다. 예전에 갔던 것만큼 경제를 돌리자. 거기까지 가고 나니 지금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시장을 믿지도 못한다. 미국 연준도 지금 ‘GO’를 외치지 않는다. 모든 시장이 그래서 거의 횡보세다. 지금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니 거기 가만있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진 : 나는 지금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상태로 가고 있다고 본다. 뭐가 심각하느냐면 정부부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치다. 실물경제가 필요로 하는 돈보다 훨씬 많이 돈을 풀어왔는데, 100년가량 풀어온 것이 문제다. 자본주의가 굴러오면서 부채가 늘었다는 것은 미래의 수익을 현재에 써버렸다는 얘기다. 실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겼을 것이다. 20세기에도 실물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규모로 부채가 커지면서 전쟁이 일어났다.
19세기 이후 전 세계의 50% 이상이 국가부도가 난 경우가 2~3번, 15~20% 국가부도가 난 경우는 부지기수다. 습관적 상습적으로 국가는 부도를 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가 재정이 고갈 난 상태인데, 정부부채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기축통화국이 ‘배째라’고 할 수는 없다. 위기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신흥국이나 주변국이 독박을 썼었다. 이게 지난 100년 간 반복돼 온 문제다. 기축통화국 가운데 일본이나 영국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겁을 먹고 있다. 이게 터지면, 최소한 중상 이상이지 경상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주변국이다.
두 번째 심각한 문제는 재정정책의 유효성이 없어졌다. 만성적인 통화 공급 과잉이 어떤 결말로 귀결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돈을 계속 찍어낼 수는 없다. 통화도 하나의 재화다. 인플레로 가려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 방향성이 우상향으로 가면 인플레는 투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버냉키 연준 의장은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하이퍼 인플레’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총체적 부실화에 가 있다. 전 세계적인 대차대조표 불황이자 전 세계적인 복합 불황이다. 금융시장이 어떤 막장드라마로 갈 것인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샤워실의 바보들』안근모 저자
6월 이후 시장에서의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가? 주목할 변수는 무엇일까?
안근모 : 동심원을 그려서 보면 중앙에 연준의 정책금리가 있고, 다음 동심원으로 미국 단기, 중기, 장기 국채가 있고, 모든 자산가격이 연계돼 움직인다. 지금 연준의 정책금리가 어떤 수준일까. 평가에 앞서 2009년 이후 ‘뉴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라는 말을 써왔다. 그러나 새로운 규범에 적응해가는 과정일 뿐 안착시키진 못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는 이중적이라고 본다.
첫째, 지금 연준의 금리는 실물경제 수준에선 중립적이나 미세하게 긴축적이다. 반면 자산시장 관점에서는 완화적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실물경제는 뉴노멀에 적응돼 있으나 금융자산시장에서는 ‘올드노멀(Old Normal)’의 규범을 갖고 있다. 국가부채의 수준은 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실효 이자금액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250% 수준이나 한 해 예산에서 순이자지급액은 전체 지출예산에서 11%밖에 안 된다. 실효이자지급액은 전체 지출예산의 10%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공순 :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부채 비율보다 중요한 것은 부채의 한계생산성이다. 한 단위의 부채가 늘어날 때 GDP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다. 19세기 후반부터 부채가 늘 때 GDP가 증가하는 비율이 1이 되지 않았고, 지금 미국의 경우 0.25 정도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국이다. 0.15에 불과하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채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자산 인플레를 불러오고, 실물자산의 인플레도 야기한다. 전 세계 경제는 지금 버블이다. 현재 자산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금리를 인상시킬 수가 없다. 실질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 그런데 실질금리를 낮추면 단기적으론 디플레 압력이 강화되고 장기적으로 인플레가 폭발할 수 있다. 연준은 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데, 마지막 단계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올라가는 것도 막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상태가 유지가능할지다.
김일구 : 부채가 아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파국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뭔가 큰 사건이 터져서 어쩔 수 없는 충격이 생길 수도 있으나 지금은 균형이라고 본다. 다만 지금 상태를 계속 가져갈 순 없다. 부채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지금 상태로 끌고 갈 수는 있다. 다만 전제는 중앙은행이 균형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큰 변화는 은행대출이 유동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돈 빌려주는 것을 유동화 시키고 있다. 이러다보니 은행의 신용창출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래서 이런 낮은 금리에서도 버블이 생기지 않고, 부채문제가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기이한 모양이긴 하나, 균형 상태라고 본다.
김한진 : 나는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데 관심이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있었는데 통화팽창으로 유가가 올랐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막기 위해 돈을 엄청 풀었다. 1980년대 내내 주가가 계속 올랐다. 1987년 ‘블랙먼데이’(뉴욕에서 주가의 대폭락이 있었던 지난 1987년 10월 19일을 가리키는 말)를 해결하느라 돈을 또 풀었다. 그 덕분에 1990년대 주가가 올랐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졌고, 돈을 풀었다가 IT거품이 터졌다. 2000년 3월이 나스닥 피크인데, 그때부터 미국 경제지표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이 금리에 손댄 것은 2000년 12월이다. 이것은 또 다른 버블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왔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풀었다. 그때그때마다 거품의 주체가 달라진다. 결국 중앙은행이 자산가격의 거품을 야기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거품을 사전적으로 막지는 못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달러 가치의 왜곡에 주목하고 있다.
이공순 : 정부 부채가 어떤 수준을 넘어섰을 때 개방경제 하에서는 그 나라 통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일본 엔화가 그랬다. 30년 동안 엔화가 강세였다. 일본에 인플레가 발생하면 답이 없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가 없다. 일본은 끊임없이 디플레를 유지해야 국가가 존립할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 다르다. 달러가 강세가 되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약세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가져간다. 미국은 그래서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전략을 1940년대 이후 계속 펴고 있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을까, 미국 달러는 어떻게 갈까? 주가는 2500으로 갈까?
김한진 : 주가에 대해선 2500이든 2300이든 레벨을 맞추지는 못하겠고, 주가는 지금 투기적 로테이션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 주가가 안 가면 안 갔지, 쩨쩨하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주가는 3년째 박스권, 크게 보면 7년째 박스권이다. 지금 판돈이 많이 풀려서 방향성만 잡으면 올라갈 것으로 본다. 그것은 나스닥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98년 말부터 99년 초의 조정세와 비슷하지 싶은데, 나스닥 동향에 따라 큰 랠리가 남은 것 같다. 주도주는 핵심 경기주와 성장주라고 본다. 하반기쯤에는 엔진이 마련될 것이다.
김일구 : 금리가 오르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주가가 올라가는 사이클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상태에선 상당히 오랜 기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레버리지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는 적정금리보다 낮게, 정책담당자는 버블과 시장이 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금융회사는 할 일이 없다보니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주식시장을 보면, 페이스북 등 고성장 모멘텀 주식이 3월 이후 고점에서 떨어졌다. 지금 희망적인 것을 꼽으라면 ‘메가 주식(대형주)’이다. 그 회사들의 오너가 바뀔 가능성도 없고, 관심이 없어서 2000년대 이후 저평가됐다. 올라갈 때는 계단식 상승을 할 것이다. 지난 2~3개월 조정을 받긴 했으나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다시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선 지금 미국의 경제가 좋지 않아서 유보적이다. 추천을 하라고 한다면, 지금 로테이션 돌고 있는 메가 주식을 추천하고 싶다.
서울외환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안근모 : 나는 지금보다 더 하락해서 세 자릿수로 간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원화강세가 계속 갈 것이다. 내수시장과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그렇다. 거시경제의 안정성, 낮은 변동성 등도 있다. 그래서 당국 개입이 나올 때마다 팔면 된다(웃음). 환율이 튀어오를 수 있는 요인은 경제위기 국면과 2008년처럼 원자재 ‘스파이크(원자재에 대한 수요 급등기)’가 일어날 때다. 원자재 스파이크가 또 한 번은 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지금 거품은 없다고 본다. 앞으로 제대로 된 거품을 만나지 않겠나 싶다. 성장률이 과거와 다르게 2%포인트 낮아지고 장기금리도 2% 낮아진 것이 새로운 노멀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이익변동성이 낮고 볼륨이 큰, 거시경제 변동성에 덜 좌우 받는 큰 주식이 관심을 받을 것이다.
정치적인 변수를 몇 가지 짚어주시라.
이공순 : 주가는 위로 더 갈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열흘 정도가 중요한 고비일 것 같다. 이벤트가 많다. 우크라이나 대선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의 발표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크라이나가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나 EU의 의회선거는 굉장히 큰 변수라고 본다. 이 선거를 통해 유럽 내 대중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EU에서 탈퇴하자는 분리주의자의 주장이 득세할 경우 유로화는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이날 선거에서 분리주의자나 유로존 반대세력이 힘을 얻으면 ECB의 정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포퓰리즘적 정책을 펴면서 유로존의 유동성 폭발을 생각할 수도 있다. 아시아는 일본이 문제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굉장히 높을 수 있다. 정책적으로 엔화를 박스권에 묶거나 강세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는 위축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아세아 정세를 불안정화 시키려는 시도를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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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의 바보들 안근모 저 | 어바웃어북
이 책의 제목은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중앙은행의 경제 조작을 비판하며 제기한 우화를 모티브로 한다. 완전고용을 이끌겠다며 온수 꼭지를 열어젖혔던 중앙은행은 뜨거운 물(인플레이션)에 놀라 다시 냉수 꼭지를 급히 틀어 젖힘으로써 경기 침체와 실업, 빈부격차를 야기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중앙은행 관찰자’로 불리는 저자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 그리고 경제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재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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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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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