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글을 잘 쓰게 하고 싶은 부모를 위해 자주 언급되는 예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그 어머니가 있다. 괴테의 왕성한 창작력과 이야기 지어내기의 즐거움은 많은 부분 어머니에게 빚지고 있다. 괴테의 어머니는 이야기로 아들을 키웠다. 그녀는 이렇게 회고한다. “바람과 불과 물과 땅-나는 이들을 아름다운 공주로 바꾸어 내 어린 아들에게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그러자 자연의 모든 것들이 훨씬 깊은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밤이면 우리는 별들 사이에 길을 놓았고 위대한 정신들을 만나곤 했다.”
괴테의 어머니와 어린 괴테는 서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극받았다. 이 자극은 이야기 지어내기를 즐거운 일이게 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단순 오락이 아니다. 도정일 교수는 이것을 “상호 반응이며 길 놓기이며 연결하기다. 이 연결의 능력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위한답시고 그냥 책을 던져주면서 읽으라고 하거나 학원으로 보내거나 비디오나 스마트폰을 쥐어준다면 그것이 능사가 아님을 괴테의 어머니는 말하고 있다. (괴테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도정일 산문집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를 읽어도 좋겠다.)
지난 7월 25일, 『오늘부터 논술은 엄마가 가르친다』 최지윤 저자와의 만남에 많은 ‘엄마’ 독자들이 찾았다. 저자는 아이의 논술, 글쓰기 더 나아가 교육을 위해 사설 학원보다 엄마들의 몫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가정교육이 잘된다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것은 엄마(부모)에게 죄책감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방법으로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의 독서와 글쓰기를 위해 (엄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가 강조한 첫째는 주입하지 말 것! 아이 스스로 글쓰기를 하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예를 든 것은 유대인들이다. 그들은 7살이 될 때까지 글을 가르치지 않으나 나중엔 말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 만든다.
“아이들이 속에 있는 하도록 만들고, 말을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우리 엄마들은 어떤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책 안 읽는다며 잔소리를 한다.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할까. 아니다. 아이와 대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와 엄마가 성격이 다를 수 있으니 끝까지 대화하고 아이 말을 듣고 칭찬해 줘라. 엄마가 아이 수준에 맞춰 질문하고 답을 해라. 쉽진 않겠지만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아이의 특성에 대해 언급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최고다. 대부분 아이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자기를 표현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걸 알아주면 좋아하고, 그걸 자극하면 아이가 발전한다. 아이는 칭찬에 언제든 반응한다. 저자는 이렇게 강조했다. 아이에게 투자한 것은 배반하지 않는다. 물론 그 투자는 시간과 정성이지 돈이 아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하다. 칭찬해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며,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 저자는 그것만으로도 깜짝 놀랄 만큼 성적이 오른다는 사례를 들려줬다. 별다른 교습법은 없었다. 계속 들어주고 인정하는 것. “너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아이가 말을 잘하길 원한다면 끝까지 들어주고, “너는 진짜 잘하는 구나”라는 리액션을 잘 해주는 것, 그것이 엄마의 몫이란다.
“유아 때는 대개 책을 읽어주면 좋아하나, 중학교 가면 카톡을 하지(웃음). 원래 아이들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크면서 왜 그렇게 될까? 독서가 억지로 하는 게 아닌 즐거운 시간이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면서 엄마는 TV를 본다. 어른들은 TV보다 책을 좋아하면서 아이에게 책 읽으라고 강요하면 될까? 엄마와 함께 책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라. 거실을 TV보는 공간이 아닌 책 읽는 공간으로 만들거나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으로 가보라.”
다만 저자는 만화로 된 책을 아이에게 쥐어주는 건 가급적이면 피할 것을 권했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게 더 좋다는 이유를 댔다. 그림을 보면서 자극돼야 하는 부분과 그림을 보지 않고 자극돼야 하는 부분이 따로 있다는 것.
아이의 개성을 인정하는 교육으로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저자는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하지 못하고, 지식을 전달하지 못한 엄마의 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독서나 논술교육도 놀이로 아이 오감을 자극하고, 언어감각을 자극하는 실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논술 관련 사교육의 ‘모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우선 학원이나 강사가 책을 잘 모른다. 글도 잘 못쓴다. 글을 잘 쓰려면 훈련이 필요하나, 논술학원 교사 중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는 것. 또 글 읽기나 생각하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아이의 성품에 따라 훈련 방법을 달리해야 하나 일률적인 집단 교육 체계를 선호할 뿐이다. 그런 체계에 맞지 않는 아이를 뒤쳐진다며 따라오라고 다그치는 것이 지금 우리 교육이기도 하다.
“한 엄마가 상담을 했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고 글짓기나 토론에서 상을 받아온다고 하는데, 문제는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이의 특성에 맞는 책을 권해줬다. 아이가 엄마와 성격이 반대라고 하더라. 엄마의 교육 방식이 아이와 맞지 않았던 거다. 그 엄마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자신의 편견에 가려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거다. 아이가 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권해주는 책, 엄마의 강요하는 독서방법이 싫었던 거다.”
핵심은 사람마다 개성이 있다. 아이에게도 분명히 세계가 있다. 그럼에도 엄마는 자신의 시각에 갇혀 그것을 아이에게 강요한다. 책 읽기를 아이들이 싫어한다고? 아니다. 아이들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 문제는 그것이 강제적이어서 그런 것이다. 혹은 엄마와의 관계 때문에 독서가 싫다고 생각한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나오는 결과물이 다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엄마와 아이는 다르다. 아이가 무엇을 했건, 열심히 했다면 잘 한 것이다. 엄마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엄마는 칭찬해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틀린 것을 너무 많이 고치지 마라. 아이가 자신을 잘 표현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 가족도 행복해진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경계선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뭐든지 잘했다고 하기보다 기준을 잡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 학원을 무척 많이 다닌다. 문제는 엄마도 아이도 고생이다. 무엇보다 무엇을 배웠는지 모를 정도로 소화가 안 된다. 저자는 한 가지 팁을 권했다. 그날그날 배운 것을 말로 표현하게 하기.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말하는 훈련을 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게 하면 대충 맞춘다. 문제를 맞히는 감이 있거든. 그런데 물어보면 자세히 모른다. 그러면 서술형 시험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 말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엄마와 즐겁게 대화하면서 그날 배운 것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해라. 이런 문제도 있다. 토론 시간만 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고 많은 엄마들이 얘기한다.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저자는 엄마와 함께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정적인 아빠가 엄마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부모의 조급증에도 일침을 놓으며 아이에게 늦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엄마의 태도가 바뀌면 아이도 바뀐다. 아이를 끝까지 칭찬하되 규정과 기준을 갖고 해야 한다. 특히 남자 아이일수록 칭찬과 함께 엄격함을 갖출 것을 권했다. 규제와 자유가 바뀌어서는 안 되며, 규제 안에서 아이는 충분히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가 행복해질 수 없다. ‘아이에게 못 해줘서…’라며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라. 아이들은 기본만 해줘도 자연적으로 잘 성장한다. 완벽하게 잘해줄 수도 없다. 아이 그 자체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인식한다. 아이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고, 편안하게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말이든 글이든 자기만의 정리법이 있다. 말과 글을 교차해서 익숙하게 해야 할지, 특성을 살려야 할지, 고민이다.
글로만 정리하는 아이들은 왜 말을 하지 않을까. 말도 기본만큼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글을 쓰고 말하는 것은 입시를 위해서가 아닌 삶을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게끔 훈련하도록 유도하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극을 해주면 성장한다. 말을 잘 안 하는 아이에게 홈쇼핑에 나오는 판매자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어렸을 때는 말이 좋고, 크면서 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경우를 다 자극해주면 좋겠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말은 잘하는데, 글로 써보라고 하면 귀찮아한다. 쓰는 행위를 싫어한다.
그 무렵은 글 쓰는 것을 싫어할 수 있다. 규칙과 칭찬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한데, 사실 아이에겐 글 쓰는 목적이 없잖나. 글을 쓰기 위해 쓰는 것이 싫은 거지. 일기를 수다라고 생각하고 쓰게 해보는 것도 좋겠다. 비교 경쟁은 좋지 않지만 아이의 허영심을 살짝 자극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가 감성적이라면 마음을 글로 표현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보통 보면 아이의 관심사나 포인트가 있다. 그걸 자극해주면서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영어에 너무 많은 걸 쏟아 붓고 있지만, 우리가 영어로 생각하나? 아니다. 모국어의 깊이가 사고의 깊이다. 글을 쓰고 내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은 쾌감이 될 수 있다. 생각을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정신건강이나 일 할 때 도움이 된다. 말과 글을 잘하게 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큰 축복이 될 수 있다. 햇빛과 양분만 엄마가 조절해주면 좋겠다.
유치원생 아이가 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귀신이나 유령에 대한 것을 좋아하는데, 그만 보게 해야 할지?
물론 그런 것도 때가 있다. 유치원생이면 가치관이 한창 형성될 때인데, 연구를 보면 9살이 넘으면 되돌릴 수가 없다. 너무 무서운 것을 보게 하면 좋지 않다. 아이들이 재밌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재밌는 것만 찾아보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엄마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가급적이면 쥐어주지 마라. 글쓰기와 말하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감성, 논리, 센스. 논리는 훈련이 돼야 한다. 감성도 필요하다. 교감할 수 있어야 하니까. 출중한 사람은 감성과 논리가 함께 발달해 있다. 감성적이면서 지적으로도 자극이 되면 명강연이라고 하잖나. 논리를 좀 더 자극해주면 좋겠다. 논리적으로 잘 생각하게 하면 상술에도 잘 속지 않는다. 논리가 결여되면 ‘팔랑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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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논술은 엄마가 가르친다 최지윤 저 | 스토리닷
이 책은 우리말 글쓰기만큼은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오감 놀이와 실습으로 논술에 재미를 붙이는 20가지 법칙’이란 부제처럼 당장 글쓰기, 논술을 위한 책이 아닌 듣고, 보고, 말하고, 그리고, 만들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어느새 글쓰기, 논술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부모와 아이가 ‘글쓰기’ 하나로 더욱더 친하게, 지혜롭게 커갈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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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