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문학을 만나면 어떻게 달라질까? 평소 고전문학 마니아를 자처하는 가수 루시아(심규선)는 올해 5월 발매된 앨범 <Light & shade chapter1>의 타이틀곡 「데미안」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정규 1집 <자기만의 방>을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에서 이름을 따오는 등 문학과 함께하는 작업을 즐겨 했던 루시아. 꿈결출판사는 올 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우리 시대의 고전 시리즈 ‘꿈결 클래식’ 1권 『데미안』을 펴내며, 루시아에게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다.
콜라보레이션 앨범 타이틀은 ‘Lucia : 꿈결 속의 멜로디’다. 첫 번째 타이틀 곡은 ‘꿈결 클래식’ 시리즈첫 번째 도서와 같은 제목의 「데미안」. <Light & shade chapter1>의 타이틀 곡 「데미안」이 파스텔뮤직의 또 다른 아티스트 ‘센티멘털 시너리 리믹스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정식 명칭은 「데미안(Sentimental Scenery Remix Ver)」이다. 루시아는 꿈결 클래식에서 새로운 문학 작품을 출간하는 대로 그 작품에 어울리는, 혹은 영향을 받은 곡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꿈결 클래식에서 펴낸 『데미안』은 수십 권의 문학서와 철학 인문서를 번역한 독일어권 최고의 번역가이자 독문학자 박민수 교수의 섬세한 번역과 상세한 해제가 돋보인다. 꿈결 클래식은 기존 번역본들과 비교하여 독일어 번역에 충실한 동시에 우리말의 맛을 살리고자 했다.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번역과 해제를 맡은 ‘꿈결 클래식’은 근간에 『햄릿』, 『도련님』 등을 펴낼 예정이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실하게 하는 것
꿈결 클래식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꿈결출판사 마케터 님께 장문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은 것이 가장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올해 5월에 발매된 <Light & shade chapter1>의 타이틀곡이었던 「데미안」을 들으시고, 마침 꿈결출판사에서도 새로운 번역의 『데미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알려주시면서 콜라보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셨어요. 저 또한 자칭 ‘고전 마니아’라, 가독성을 높인 새로운 번역에 대한 기대감이 컸어요. 또 음악으로써 제가 동경하는 문학작품들에 오마주 작업을 해 볼 수 있는 멋진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웃음).
정규 1집 <자기만의 방>을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에서 이름을 따오는 등 문학과 함께하는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요. 평소 좋아하는 작품이었나요?
20대 중반의 나이에 나름대로 늦깎이 데뷔를 했는데, 당시 머릿속에 물음만이 넘쳐나고 대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옳은지 혼란만 가중되고 있던 시절에 우연히 『자기만의 방』을 다시 읽게 되었고, 그때 그 책이 여류작가의 길을 시작하던 저에게 너무나 많은 해답이 되어주었기에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러한 음악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는 다정하고 따뜻하며, 마치 강물 같고, 어머니나 혹은 손 위 자매가 다독이는 것처럼 저에게 차분한 안정을 전해줬어요. 제가 가려는 길을 먼저 걸어 간 선배 격으로 그녀의 작품을 받아들이게 되었고요.
2집 타이틀곡을 「데미안」으로 정한 이유를 “자기 자신이라는 알을 깨고 더 넓은 세계로 날아가고픈 바람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밝히셨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처음부터 설정을 갖고 작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성인이 되면 여러 가지 책임이나 갖가지 사회적 규약에 얽매이게 되는데, 필요를 쫓을수록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게 되잖아요. 제가 작업을 하면서 염두에 두는 것, 또한 단지 그것 하나라고 생각해요. 유행하는 것을 쫓지 않고, 특정한 누구를 모방하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억지로 짜내지 않는 대신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실하게 하는 것. 그런 부분에 노력을 기울였더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가사와 멜로디가 나왔어요. 그러면 저도 그 때 생각하는 거지요. ‘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 내 마음속에 이러한 열망이 존재하는 구나’하고요.
언제 『데미안』을 처음 읽으셨나요?
중학생 때였어요. 필독도서 중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는데 단지 '제목과 작가 이름이 멋있어' 라는 생각으로 골랐다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큰일났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곡 작업을 위해 『데미안』을 다시 읽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정말로 좋은 책은 작가의 삶과 그 삶에서 얻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작가 그 자신의 생명보다도 오래 살아남아서 계속 향기를 낸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삶의 어떤 시기에 읽어도 그때마다 매번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아직도 『데미안』을 1/3 정도만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고,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다시 읽을 때마다 서서히 깨닫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외에 좋아하는 고전문학은 무엇인가요?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각종 인터뷰에서 꽤 자주 이야기 했고, 헤세를 포함해 독일문학 자체에도 늘 특별한 매력을 느껴왔습니다. 대표되는 토마스 만이나 헤르타 뮐러도 계속해서 천천히 되새김질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작가를 꼽자면 바로 슈테판 츠바이크에요. 츠바이크의 책은 이것 저것 마구잡이로 꽂아놓지 않고 책장 한 켠에 그의 코너를 따로 만들어 둘 정도로 열렬히 동경합니다. 작품으로써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에요. 짝사랑 하듯이 정말 좋아합니다.
문학 외에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강물이나 바다처럼 그 자체로 살아있는 자연적 경관 앞에서 가장 유연한 상태가 된다고 느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또한 번화한 곳보다 고요한 산 길을 좋아하고, 밤하늘에 별이 잔뜩 보이는 그런 곳에 머물 때 가장 많은 영감을 전달받는 것 같아요. 그럴 수 없을 때 문학이나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찾고요.
음악과 문학은 각각 어떤 존재인가요?
사실 그것들은 저에게 하나입니다.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지요. 한 쪽이 없다면 한 쪽이 불행해질 것 같고, 시와 노래는 같은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멋진 교향곡 같고, 좋은 음악은 마치 책처럼 읽히니까요. 취미로 서로 잘 어울리는 문학작가와 음악가를 짝 짓는 것도 좋아합니다. 헤세는 드뷔시와 잘 어울리고, 프랑수아즈 사강은 카를라 브루니와 잘 어울린다는 식으로요.
직접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요. 어떤 작업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마스터링 할 때요? 이제 다 끝났으니까. 사실은 녹음실에서 녹음할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부스 안에서 종종 그래, 난 이 일로써 가장 나답고 계속 해서 이 일을 해야 해.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를 때가 있거든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은 시인의 시선집과 릴케를 같이 읽고 있어요. 어떤 면에서 완전히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아주 잘 어울려요. 릴케는 아무래도 두이노의 비가 위주로 많이 읽었었는데 최근에는 '완성시, 프랑스어로 쓴 시' 모음을 더 자주 읽고 있어요. 고은 시인의 시는 고은 시인 당신처럼 너무 멋져요. 전에 그 분의 낭독회에서 노래를 할 기회가 생겨 책에 사인을 받았는데 곁에 있는 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다른 이슈나 외양이 아닌 자신의 작품으로써 존재, 증명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음악적으로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저의 면면이 많이 남아있는데, 늘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고,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욕심이 많네요(웃음).
책을 출간할 계획은 없나요?
지난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두 달여간 다녀왔는데 부끄럽지만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출간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어요. 아무래도 음반작업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음악이 아니라 글을 통해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한 가득 있으니까 천천히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이 있네요.
음악 팬들과 문학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고 있습니다. 팬 분들 덕분에 루시아와 루시아의 음악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날이 갈수록 더 많이 통감하고 있고요. 저 역시 팬 분들을 통해 항상 많은 위로를 얻는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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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박민수 역/김정진 그림 | 꿈결
이 작품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열 살부터 스무 살 무렵까지 걸어간 삶의 행로를 묘사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과의 만남을 통해 ‘내면으로의 길’을 걸어가고, 마침내 자신의 ‘자기 발견’이라는 인생의 목표에 도달한다. 꿈결 출판사는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명작을 선별하여 꿈결 클래식을 출간한다. 그 첫 번째 책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성장소설의 고전 《데미안》을 펴낸다. 고뇌와 깨달음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100년을 뛰어넘어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현재형이다. 그것이 우리가 《데미안》, 그리고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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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서유당
201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