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를 집필한 정현정 작가가 공중파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그간 정현정 작가는 <로맨스가 필요해>를 통해 연애에 있어서 찌질하고 솔직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대사와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가 없을 것인지 끊임없이 갈등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과 관계 설정. 그럼에도 여자들이 나도 이런 남자, 이런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달달한 판타지적 요소를 빼놓지 않는 현명함까지 갖춘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연애의 발견>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는 드라마이다. 여주인공 한여름을 중심으로 두 남자가 등장한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다정다감하고 이해심 많은 성격에 한 여자만 바라보는 성형외과 의사인 현 남자친구 남하진과 우연히 다시 재회하게 된 과거의 남자친구 강태하. 그는 건설회사 대표이며, 빚 때문에 남하진의 프로포즈에 선뜻 결혼을 못하고 있는 한여름의 금전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인테리어 작업을 맡길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여름과 5년 연애 이후 연애불량품이 된 듯 누굴 만나도 그만큼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강태하는 한여름과 한 번 즈음 꼭 만나고 싶어했고 다시 만나게 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여름의 인생으로 돌진한다.
한여름은 지난 연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법 여우 짓을 할 줄 알게 된다. 강태하와의 연애에서 숨길 줄도, 꾸밀 줄도 모르고 남자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다 보여줬기에 혼자만 속 끓이고 혼자만 기다리며 비참하고 자존심 상하는 연애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연애는 여자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배우고 남자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는 게임이라는 걸 깨닫고 남하진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어디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남하진이 한여름의 그런 계산적인 태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친구에게 맞춰 주고 이해하고 배려할수록 자신에게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그녀를 귀엽게 봐주고 있었다.
한여름은 강태하와 솔직하고 풋풋하고 속내를 감추지 않는 연애를 했지만 그랬기 때문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강태하를 볼 때마다 그때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올라 불편하다. 그럼에도 5년이라는 시간이 무시할 수 없는 익숙함과 편안함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둘 사이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수컷 특유의 촉을 세우는 남하진. 강태하 역시 과거를 잊지 못하고 돌이킬 수만 있다면 돌리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기에 아무리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나간 것이라고 해도 남하진이 한여름 몰래 선을 본 일이나,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낯선 여자와 끌어 앉고 있었던 모습을 본 이상 현재 남자친구라는 이유로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정말 근사한 남자 둘이 나 때문에 서로 치고 박고 싸우기까지 한다. (심지어 그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액션으로 연출되었다.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로만 보였던 남하진이 당구대에 올라가 날라 차기를 하는 장면이라니)
둘도 없이 예쁘게 사랑하고 있던 한여름과 남하진은 서로에게 말하지 못할 각자의 비밀이 눈 앞에 등장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겨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남하진이 입양되기 전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인연이 있었던 안아림의 등장은 구 남친과 현 남친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여름만큼이나 남하진을 갈등하게 만들 것이다.
강태하와 한여름이 사귀었던 사이라는 걸 모르는 상황에서도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감지하고 그 질투심 때문에 그녀를 떠보기도 하고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던 남하진이 둘 사이를 알게 된다면 자신의 흔들림을 충분히 정당화할 수도 있게 된다. 안아림 역시 남하진과의 연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기에 판타스틱한 삼각관계는 얽히고 설킨 사각관계로 아주 현실적인 연애 욕망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처럼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연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좋았던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강태하, 남하진이 좋고 그와 결혼하고 싶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자신을 뒤흔드는 강태하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 한여름, 강태하와 한여름 사이에 질투를 느끼고 의혹을 품으면서도 자신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남하진. 남의 남자이지만 자신이 오래도록 기다렸던 남자, 특히 자신의 힘겨운 현실을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그를 결코 포기하고 싶은 않은 안아림.
연애에 있어서 숨길 수 없는 날것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공감하면서도 답답해하고 분통을 터트리며 괴로워하기도 할 것이다. 판타지적 결말보다 가슴 아프지만 현실적인 결말이 나게 될지도 모른다. (로맨스가 필요해 2의 결말처럼) 어떻게 될 지 종잡을 수 없는 관계와 연애를 다루는 이 드라마를 우리는 본방사수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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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며 제법 깊은 내상을 입었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걸 수줍어하지 않게 되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사랑할 때마다 소녀의 마음이 되곤 한다. 누군가의 장점을 잘 발견해내고 쉽게 두근거린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으며,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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