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음악극 <두결한장>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이하 두결한장) 원작으로 한 음악극 <두결한장>이 막을 올렸다. <두결한장>은 뮤지컬과 연극의 사이,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 표방한다. 조금은 특별하지만, 결국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소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글ㆍ사진 임수빈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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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결한장> , 음악극 <두결한장>


음악극 <두결한장>은 퀴어 영화를 주로 연출해온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결한장>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퀴어 영화란 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하거나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영화를 뜻한다. 영화 <두결한장> 역시 퀴어 영화로, 게이와 레즈비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성 소수자들의 사랑을 유쾌하게, 따뜻하게 풀어나간다.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 뿐 아니라, 음악극 <두결한장>에서도 총감독을 맡아 전반적인 연출을 이끌었다. 따라서 음악극 <두결한장>은 주인공 캐릭터, 이야기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원작과 동일하지만, 서브 주인공의 캐릭터와 결말은 원작과 조금 다른 형태를 취한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관람하는 것 또한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같은 듯 다른 네 사람


주인공인 민수는 종합병원의 내과의사이다. 번듯한 외모, 매너 있는 성격, 좋은 직장 등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흠잡을 곳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남들과 다른 성적취향을 가진 성 소수자, 게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고, 위장결혼을 통해 주변의 관심과 의심을 잠재우고 자신의 성향을 감추고자 한다. 결혼 1년 후 이혼을 한 뒤 외국으로 떠나 자유로운 사랑을 하는 것,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는 것, 그게 민수가 꿈꾸는 삶이다. 


이런 민수의 계획에 함께 한 효진은 민수와 같은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이다. 어떻게 이런 허무맹랑한 계획에 함께 할 수 있었냐고? 효진 역시 성 소수자, 레즈비언이기 때문이다. 6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 레즈비언인 효진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마음에 민수와의 위장결혼을 감수한다. 법적으로 아이아빠가 있어야만 입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수와 이혼 후 여자친구와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효진이 꿈꾸는 삶이다. 


효진의 애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서영은 당당하고 자유분방한 사람으로, 민수와 효진의 위장결혼에 동의하고 곁에서 두 사람을 지켜본다. 또 다른 주인공인 티나는 순수하고 솔직한 게이이자, 민수를 짝사랑하는 순박한 청년이다. 


이렇듯 <두결한장>은 남들과는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위장결혼이라는 소재를  버무리며 전체적인 극을 이끌어 나간다. 위장결혼이라는 방패막 뒤로 각자의 사랑을 이어나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불안하고, 위태로우면서도 쫄깃하다.


비난할 자격이 있는 걸까?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시선은 따갑고 날카롭다. 당당하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일명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성 소수자들은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며 <두결한장>의 민수처럼 자신의 취향을 숨기고 감추고 혹여 자신의 성향이 들통 날까 전전긍긍한다.


동성 간의 사랑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복잡하고 민감하고 무겁다. 단순하게 해결할 수도, 단순하게 해결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오래된 논란거리이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이 비난 받아야 하는 걸까? 그들이 사랑하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은 당당하게 사랑을 하지 못 하는 걸까? 


<두결한장>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조금도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도 그저 진심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사랑에 빠진 평범한 연인일 뿐이다. 주변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당당할 수 없는 그들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시리다. 과연 우리가 그들을 비난한 자격이 있을까? 아니, 대체 사랑이 뭐길래? 왜 그들의 사랑은 잘못된 거라고 비난받는 걸까? 시작부터 막이 끝날 때 까지,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진짜 사랑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준다


극중에서 티나는 “ 진짜 사랑은 두려움 걸 극복하고 싶은 의지를 갖게 해준다카대, 내는 가짜사랑 안할라꼬” 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순수하고 수줍은 많은 티나지만 사랑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대담하다. 다른 누군가의 비난, 손가락질, 따가운 시선 따윈 개의치 않고 당당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티나를 보고 있자면, 진짜 사랑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티나를 부담스러워하고 밀어냈던 민수 역시 티나의 솔직하고 진실 된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 했던 다른 사람의 시선, 손가락질, 비난으로부터 정면으로 맞선다.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진짜 사랑을, 티나를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음악극 <두결한장>은  ‘사랑’에 대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진지하게, 또 유쾌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극을 전개한다. 물론 위기와 갈등을 겪는 그들의 사이처럼 극의 중간 중간, 갑작스럽고 어색한 부분도 존재한다. 게이커플에게 치중된 이야기의 전개, 여주인공의 어색한 연기, 티나의 급작스러운 죽음 (극의 제목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지루한 대사 등이 그러한 부분이다. 


<두결한장>의 메인 카피는 ‘특별한 사람들이 평범한 사랑’ 이다. 그러나 음악극을 보고 나니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랑’이 더 어울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들은 다른 모든 커플처럼 사랑에 빠진 평범한 사람들이고, 사랑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니까. 그들의 사랑도 그렇게 특별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니까. 진실 된 사랑을 하는 두 커플의 이야기는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11월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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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결한장 #음악극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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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2.26

‘사랑’에 대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진지하게, 또 유쾌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극을 전개한다니 흥미로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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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4.10.22

가톨릭에서 동성애에 대한 포용적인 내용이 논의되기도 했었고...점점 변화되고있는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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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