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패션잡지의 화보촬영지 골드코스트
한국의 11월은 빨갛고 노란 단풍이 무르익어 가는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달이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올 때면 갑자기 추워진다.
글ㆍ사진 앨리스 리
2015.02.23
작게
크게

shutterstock_128366690.jpg

 

한국의 11월은 빨갛고 노란 단풍이 무르익어 가는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달이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올 때면 갑자기 추워진다. 지난 십수 년의 인생을 뒤로 하고 앞날을 결정짓는 날이라서 그런 것일까. 교복 안에 내복을 껴입어도, 다시 한번 재킷을 단단히 고쳐 입어도 차가운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들어 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수능 한파’라는 말이 있을까.


호주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다. 바로 HSCHigher School Certificate 시험이다. 학생마다 치르는 과목은 다르지만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간 시험이 이어진다. 이 시험은 수능과 마찬가지로 지난 시간들을 평가받는,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발돋움할 수 있는 관문이다. 시험이 끝나면 스쿨리Schoolies가 있다. 스쿨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호주 학생들이 HSC 시험 후 길게 갖는 휴가면서 동시에 그 졸업 예정자들을 뜻하는 말인데, 그 기간인 11월 말에서 12월이 되면, 엄청난 수의 스쿨리들이 골드코스트로 몰려온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12월, 골드코스트의 뜨거운 서퍼스 파라다이스 Surfers Paradise 해변은 현지인이나 관광객이 아닌 스쿨리들로 가득 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호주에서 산 지 어느 정도 지난 뒤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시절 처음 방문했던 골드코스트는 끝없이 펼쳐진 해안가, 부서지는 파도, 그를 유유히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리라는 상상과는 달리, 셀 수 없이 많은 스쿨리들로 가득 차 있어 당황스러웠다. 기대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디를 가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이들과 어우러지는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스쿨리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루돌프 메이크업을 하고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며 함께 캐럴을 부른다. 캐럴을 부르는 서너 명이 금세 열댓 명이 되고, 순식간에 몇십 명으로 늘어나 합창을 하다 다시 순식간에 흩어지는 모습 또한 이 기간이 아니라면 보지 못할 광경이다.


낮부터 시작해 밤을 잊은 채 파티를 즐기는 스쿨리들에게도 휴식 시간은 필요했으니, 바로 이른 아침이다. 그래서 일출 무렵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은 낮이나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서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만큼 부지런한 서퍼들은 이른 아침의 파도를 즐기러 나와 있고, 갈수록 빨리 찾아오는 12월의 아침을 조깅으로 시작하는 현지인들도 만날 수 있다.


그런 그들 사이를 조용히 걸으며 아침 산책에 나섰다. 사르륵 미끄러지는 모래알, 소리 없이 다가와 발등을 덮는 파도. 비록 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것은 아니지만, 또다시 시작될 내 미래로 한 발짝 나아가야 하는 것은 스쿨리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서서히 차오르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나에게, 그리고 그들에게도 용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shutterstock_135108599.jpg

 

about: Gold Coast


메인 비치Main Beach에서 시작해 서퍼스 파라다이스, 브로드 비치Broad Beach까지 이르는 약 57km의 해변은 골드코스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세 곳의 해변은 각각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다르다. 메인 비치에는 세계 유명 패션 잡지의 화보 촬영지로도 유명한 6성급 호텔인 팔라조 베르사체 호텔Palazzo Versace Hotel과 고급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고,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는 젊은 여행객들과 전 세계의 서퍼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쇼핑과 이벤트의 메카라고 불리는 브로드 비치까지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으니, 각자의 취향에 맞게 머물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골드코스트 여행의 가장 큰 관건이다.

 

* 이 글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의 일부입니다.

 

 

 

 
 

img_book_bot.jpg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앨리스 리(이은아) 저 | 홍익출판사
책의 서두를 여는 [1년만 안식년을 갖는다면]에서는 간절히 바라던 치유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도시들을, [내 인생의 명장면]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사진 한 컷 남길 수 있는 곳을,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는 달콤한 추억 쌓기에 좋은 곳을 소개하며 저자 앨리스 리가 다년간 겪어온 일상과 여행담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관련 기사]

- 산타가 되고 싶은가?
- 포르부에서의 한나절
- 프로방스의 향기
- 센트럴 호텔 카페
- 노르딕 푸드 랩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5의 댓글
User Avatar

rkem

2015.02.23

수능이 끝난 젊은이들의 장소... 그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해주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주어진다면 좋겠네요.
답글
0
0
User Avatar

감귤

2015.02.23

와...푸르다...요즘 황사와 미세먼지로 답답한 하늘인데 탁트인 하늘을 보니 좋네요.
답글
0
0
User Avatar

앙ㅋ

2015.02.23

메인 비치Main Beach에서 시작해 서퍼스 파라다이스, 브로드 비치Broad Beach까지 이르는 약 57km의 해변은 골드코스트 라인이라니 꼬옥 기억해두어야겠네요.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Writer Avatar

앨리스 리

저자 앨리스 리는 부산에서 태어나 화려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운명처럼 떠나온 호주 시드니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캔버라대학교(University of Canberra)에서 경영·마케팅을 전공하며 틈틈이 여행사 아르바이트를 통해 여행 감각을 익혔다. 이후 앨라 트래블 센터를 열어 본격적으로 여행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개별여행자들(FIT)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호주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가 있으며, 현재는 사랑하는 남편, 소중한 아들 에이든과 함께 시드니에서 거주 중이다. 이번 책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에서는 10년 넘게 호주에서 살며 또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경험들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