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상 그 이 상의 화려한 쇼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한 순수한 세 사람 에피, 디나, 로렐. 그녀들은 꿈은 자신들의 노래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성공한 가수가 되는 것이다. 노래에 대한 열정도 실력도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그녀들이지만 좀처럼 유명해질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러던 중 야심 많은 비즈니스맨 커티스를 만나게 되면서 화려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 입성하게 되고, 그토록 원하던 성공한 가수가 된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게 된 드림걸즈.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세 사람의 우정에도 금이 가고, 순수하게 노래하는 것을 사랑했던 그녀들의 모습도 변해간다. 너무 먼 길을 돌아 서로에게,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멀어져버린 세 사람. 그 예전의 순수했던 때처럼 세 사람은 다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뮤지컬 <드림걸즈>는 1960년대 미국에서 실존했던 흑인여성그룹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각종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최고의 흥행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2006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어 전 세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9년 초연 된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드림걸즈>는 화려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와 그 이면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친구인 세 사람이 겪은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나간다.
<드림걸즈>는 음악과 노래, 그리고 춤으로 이루어진 종합 예술을 뜻하는 ‘뮤지컬’에 가장 걸 맞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2시간을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 내내 음악이 끊이질 않는다. 주인공들이 대사만 주고받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흥겨운 리듬의 디스코부터 가슴 깊숙한 곳에 스며드는 진중한 R&B, 잔잔하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장르를 넘나들며 극의 이야기와 주인공의 감정에 어울리는 노래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관객들은 2시간여 동안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노래와 함께 극에 몰입해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고 다투고 이해하고 용서한다.
노래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면, 화려한 의상과 거대한 무대장치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초연 보다 좀 더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번 공연에서는 660개의 네모난 ‘셀’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셀’은 관객들에게 화려한 쇼 비지니스의 세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주인공들의 내면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드림걸즈>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무대효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잊어버렸던 것들을 되찾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노래가 없으면 극을 이끌 수 없을 만큼 노래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따라서 주인공들의 가창력이 극의 몰입도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에피 역의 차치연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과한 바이브레이션이 자칫 귀에 거슬릴 수 있으나 흑인의 소울을 담기 위해 노력한 그녀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커티스에게 애원하며 독창하는 부분에선 그녀 혼자로도 넓은 무대를 꽉 채울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관객 모두가 숨을 죽여 애절하고 처절한 에피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가녀리고 청아한 음색의 디나를 연기하는 윤공주 역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맑고 고운 목소리로 디나가 겪는 감정변화를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초연 당시 지미역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최민철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시종일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렇듯 <드림걸즈>의 캐스팅은 드림팀이라 불려도 될 만큼 완벽하다.
극 중에서 주인공 에피는 사랑했던 남자 커티스에게 버림받고, 믿었던 친구들에게 배신당한다. 자기중심적이고 교만했던 그녀는 그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고통 받지만 이내 지난 자신의 잘못된 모습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하나의 꿈, ‘노래’를 위해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커티스에 의해 원하지 않는 이미지 속에서 상품화 된 디나 역시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과 ‘노래’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되찾고자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도 상처를 준 그녀들은 진심으로 서로에게 용서를 구한다. 예전의 순수했던 그 모습처럼, 열정 하나로 꿈을 좇던 그때처럼 손을 마주잡은 그녀들은, 그동안 잊어버리고 살던 소중한 것들을 위해 다시 함께 길을 걸어 나간다.
<드림걸즈>는 이렇듯 ‘꿈’에 대해 인물들 사이의 갈등, 인물 개인의 내면 감정변화에 집중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진정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은퇴를 결심한 뒤, 행복한 표정으로 마지막 노래를 부르던 그녀들의 모습은 그 어떤 무대보다 눈부시게 빛난다.
[추천 기사]
- <관객모독> 왜 관객에게 욕을 하면 안 된단 말인가!
-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발칙한 코믹 결별 프로젝트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힐링뮤지컬 <바보 빅터>
- 환상이 현실이 되는 꿈의 세상 , <이은결 THE ILLUSION>
- 마술사 최현우와 두뇌싸움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