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김예림의 색이 부재함을 드러내주는 작품이다. < 슈퍼스타 K3 >시절 음색과 캐릭터 성으로 단연 두각을 드러냈고 그 결과 가장 메이저 자본의 수혜를 많이 받은 참가자로 자리 잡았다. 무수히도 많은 협업과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왔음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김예림이라는 색은 아직 팔레트에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음악가들의 뮤즈 혹은 욕망을 투영하는 매개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록곡들은 내실 면에선 단단하고 색채에서는 이채롭다. 최근 다작을 통해 창작욕을 불사르는 프라이머리로부터 공수한 「Awoo」부터 첫 이목을 끈다. 음원 샘플링을 통한 곡 전체적인 이미지 제시부터 하이햇만을 이용해 가볍게 꾸려낸 후렴구의 분위기 전환까지 승부수를 던졌다. 타이틀 곡 「알면 다쳐」도 약간의 클리셰를 감하고 본다면 무난히 역할을 수행한다.

이색적인 콜라보도 눈에 띈다. 「종이새」에서는 루시드 폴의 포크 음악과 조화를 이룬다. 그가 속한 그룹 투개월도 어쿠스틱 성향이고 솔로 데뷔작에서도 「Urban green」과 같은 트랙을 통해 비슷한 모습을 어필했듯이 극도로 담백한 기타 반주 위에서도 알맞게 노래해낸다. 「바람아」같은 경우 어디나 흔한 랩퍼와의 콜라보이지만 빈지노의 재치로 익숙함이란 혐의를 지우는데 성공한다.

일곱 곡의 트랙을 맛보고 직접 작곡가들의 면면을 보면 마치 김예림의 드레스 룸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울리든 그렇지 않든 지금까지 모은 옷들이 모두 진열된 공간. 전작에서도 이루어졌던 이 밋밋한 옷 갈아입기가 여전히 진행되는 것이다. 가사를 통해 확인 가능한 연애 혹은 소녀 감성의 재현 외에는 곡들 사이에 특별한 교집합은 없다. 결국엔 이 노래들이 가수와 잘 어울리는가의 문제가 남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 「Awoo」는 분명 프라이머리의 공력이 눈에 띄는 트랙이나 김예림의 보컬 혹은 기존 이미지와 조응을 이루지 못한다. 「알면 다쳐」역시 파격이나 익숙함 어디에도 적을 두지 못하는 애매함을 보이고 있고 「바람아」의 경우 빈지노의 분량을 빼버리면 인상적인 순간도 날아가 버린다.

김예림을 여러 상황과 경험에 맞추어 넣는 시도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이루어졌다. 포크에도 댄스에도 드라마 OST에도 개가수와의 콜라보에도 그는 이름을 착실히 올렸으나 많은 노래 속에서 그는 철저히 기능 위주로 쓰였다. 오디션 출신이라는 배경, 묘한 분위기와 독특한 보컬 톤이 많은 작곡가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주어진 재능으로 제시된 길을 따라만 갔을 뿐 자신의 색은 확정짓지 못한 것이다. 솔로 앨범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결국 이 지지부진한 실험에 의문을 제기할 순간이 왔다. 캐릭터에만 의존한 채 산만한 정체성 속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길 원한다면 그 과정이 그다지 '심플'하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2015/05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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