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의 변화를 보여준 두 번째 앨범 < Ceremonials >의 성공으로 헤드라이너 급 밴드로 성장한 플로렌스 더 머신의 정신적 지주는 역시 모든 곡의 작곡에 참여한 보컬 플로렌스 웰치(Florence Welch)이다. 하지만 그의 지분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웅장하고 영적인 사운드를 '찍어낸' 더 머신과 곡에 견고함을 더한 프로듀서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수많은 악기들이 등장하는 음악인만큼, 프로듀서의 역량이 중요하다. 아케이드 파이어와 콜드 플레이의 프로듀싱으로 유명한 마커스 드레브스(Marcus Dravs)가 새로운 참여하여 그들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선, < Ceremonials >에서의 장르의 갱신만큼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Shake it out」이나 「What the water gave me」에서의 사운드의 웅장함은 그대로 옮겨왔다. 달라진 점이라면, 플로렌스의 웰치의 보컬이 오르간과 드럼 등의 사운드에 가려졌던 예전에 비해 좀 더 앞으로 나왔다는 점과 죽음과 어둠과 같은 초현실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이성과 실연과 같은 현실적 재료에 접근을 한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마치 신비스러운 아우라를 뿜어내던 파이프오르간이나 하프 사운드가 줄어들었다. 대신, 브라스를 자주 등장시켜 사운드의 풍성함을 조성했다.
소리를 점층적으로 쌓아 터뜨리는 방식을 주로 이용했던 것에 비해 초장부터 강하게 치고 나오는 첫 트랙 「Ship to wreck」부터 이들의 변화가 드러난다. 「What kind of man」의 기타 리프와 브라스나, 「Mother」의 기타 노이즈는 역시 이들의 의외성을 제시한다. 비교적 밝아진 분위기의 곡들도 잦다. 「Caught」와 「St.Jude」는 포근함을 선사하고, 올드 팝 풍의 「Third eye」는 아련함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트랙들은 전작의 유일한 단점으로 언급된 완급조절의 실패를 극복시킨다.
비록 「Shake it out」과 같은 뇌리에 박히는 한 방이 부재하더라도 < How Big, How Blue, How Beautiful >은< Ceremonials >에 견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특유의 고딕적인 감성을 걷어내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플로렌스 웰치의 중성적인 목소리는 치명적이다.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멜로디 구조능력 또한 탁월하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는 그가 어릴 적부터 동경해 왔다고 한 그레이스 슬릭(Grace Slick)과 오버랩 된다. 조금의 사적인 묘사를 곁들인다면, 플로렌스 더 머신은 현대판 제퍼슨 에어플레인이라고 불릴만하다.
2015/06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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