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_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어지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게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위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화가 나면 입을 닫는 남편에게 아내가
남들은 별것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는 이런 문제로 이렇게 심각하게 편지를 쓰는 내가 어찌 보면 좀 별나고 우스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어쨌거나 내 속을 좀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아 편지를 써요.
우선, 처음 당신과 연애할 때 당신의 과묵한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다는 사실부터 먼저 얘기하고 싶네요. 항상 잔소리 많고, 특히 술만 마시면 주사가 심했던 아버지에 비해 당신은 항상 점잖고, 정말 꼭 필요한 말만 해서 정말 남자답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해서 정말 나는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 당신의 그 과묵함이 때론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군요. 내가 뭔가 불만의 말을 하면, 당신은 보통 묵묵부답이어서, 때론 날 정말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정말로 화가 나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입을 열지 않으니 함께 사는 사람은 정말 미칠 노릇이지요.
지금부터는 제발 당신이 침묵으로 나를 벌주지 말고 도대체 왜 화가 나는지, 당신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내가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또 우리가 어떻게 맞춰 나갈지 알게 되지 않겠어요? 정말 요즘 같아서는 화가 나서 정말 속이 뻥하고 터져 버릴 지경이예요.
사실 우리가 언제 싸움을 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어떤 때는 너무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차라리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며 싸우는 부부들이 더 부러워요.
처음에는 당신이 조용하고 점잖아서 나랑 싸우지 않으려 하는 줄 알았죠. 근데 내가 뭔가 불만을 얘기하면 내 곁을 벗어나 슬쩍 사라지는데, 정말 화가 많이 났었어요. 뭐든 결론을 내야 하는데, 내가 말만 꺼내면 그냥 그 자리를 피하려고만 하니. 얼마나 답답한지 당신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부부가 점잖은 말만 주고받고 서로 사랑한다는 말만 하면서 살면 너무 좋겠지만, 때론 기분 나쁜 얘기도 오갈 수 있고, 그러다 좀 티격태격 해야 서로 친해지고 사랑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내가 조금만 목소리를 높이면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이건 꼭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그렇게 자꾸 겪다 보니, 이젠 나도 당신에게 속상한 말을 아예 건네지도 않게 되네요. 어차피 그렇게 사는 게 부부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답답하고 회의도 들고. 그러다 보니 자꾸 아이들에게만 짜증이 나고, 이러다 우리 부부뿐 아니라 애들도 피해를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내 마음을 여는 거예요. 정말 왜 그렇게 나하고 말 섞기가 싫은 거예요, 여보. 부부는 서로 소소하게 싸우면서 그렇게 사랑이 깊어지는 거 아닐까? 정말 차라리 싸움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대화가 불가능한 아내에게 남편이
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당신을 화나게 하는 일인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점 우선 사과할게. 나는 다만 때론 우리가 말하는 대화들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았다는 점이 이유임을 굳이 밝히라면 밝힐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당신과 대화로 이런저런 오해를 풀면서 그간의 감정을 정리해 보는 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지. 하지만 당신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너무 감당 못할 정도로 불쾌하게 된 것도 솔직한 심정이야. 내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말을 자르고 당신의 의견부터 장황하게 늘어놓는 당신의 습관, 또 내 의견에 대해 무시하고 평가하고 비난하는 당신의 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당신과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아, 그렇다면 왜 그런 이야기를 진즉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느냐고? 당신은 기억하지도 못하겠지. 왜냐면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서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줄줄 꺼내놓은 당신이 내 감정을 정말 살펴 주었을까? 아니었을 걸. 처음엔 그런 당신과 싸워 보려고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혼하려고 마음도 먹었었지. 그렇게 망설이다 보니 세월이 가서 아이들도 생기고, 이제 와서 이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웃기는 일인 것도 같고. 그렇게 세월이 간 것뿐이야.
물론 당신에게 내 걱정과 감정들을 다 이야기하고 풀 수 있으면 너무 좋겠지. 나도 처음엔 그러고 싶었어. 여보. 하지만 내가 무슨 얘기를 당신한테 하면 당신은 알게 모르게 왜 그런 것 하나도 제대로 못해, 남자가 돼 가지고? 하는 식으로 기분 나쁘게 반응한 적이 많았어. 물론 남자가 그런 걸 꽁하게 마음에 품고 있다고 또 뭐라 하겠지.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인 걸 어떻게 해. 당신 앞에서 나는 기가 죽을 때가 많아. 하지만 부모님이나 형님은 내가 무슨 상의를 하면, 일단 아무 얘기하지 않으시다가 해결책을 알려 주거나 위로의 말씀 해 주시지. 당신 앞에선 나는 항상 재판 받는 느낌이고, 부모나 형 앞에선 항상 우군과 상의하는 기분이 들어.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야. 이제부터는 나도 당신과 상의를 하려고 노력은 할게. 당신도 내 말을 들을 때 따지려 들지 말고 그냥 같이 노력할 길을 찾아 주면 안 될까?
사실 그동안 당신이 내게 무언가 할 말이 많다는 것, 몰랐던 건 아니야. 당신 말대로 부부가 서로에게 속 감정을 다 나눌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겠지. 그런데 신혼 시절부터 내 마음은 헤아려 주지 않고 당신이 내게 한 직설적인 말들, 또 내가 말을 하면 딱딱 잘라 버리고 자기 말만 하는 당신의 습관을 보면서 당신은 아마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하게 된 것 같아. 당신은 대화라 하지만, 언제나 당신은 옳고 나는 뭔가 잘못한 사람이 되는 그런 비난받는 시간은 내겐 참 고통스런 시간이라고.
그럼 다시 나보고 왜 솔직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겠지.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도 처음엔 왜 시도를 하지 않았겠어. 하지만 생각 없이 속사포처럼 일단 말부터 꺼내는 당신과 달리 내 생각이 정리되어야만 말을 하는 나는 처음부터 당신과 대화를 공평하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란 느낌이 들었어. 당신은 한 번도 내 말을 들으려고 기다려 준 적이 없고,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닦달만 하니. 나는 더 말이 막혔어.
특히 내가 더 못 견디겠는 것은 당신이 격해질 때 주로 레퍼토리로 삼는 나나 우리 집 부모 형제들에 대한 인신공격이야. 물론 당신 집보다 우리 본가가 못 살고, 못 배웠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겠어. 그러니 당신 눈에는 참 허접하고 못나 보이겠지. 하지만 잘사는 당신 집 식구들에 비해 우리 집 식구들이 특별히 못나서 부유하지 않게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당신이나 당신 부모 형제들은 마치 가난한 사람들은 다 무능한 거고, 누리고 잘사는 사람들은 유능한 것처럼 툭툭 내뱉지만, 만약 그렇게 뼛속 깊이 믿고 있다면 나는 당신이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편법으로, 부정부패로, 또 운으로 재산을 모았는데, 당신네 식구들이 어쩌다 보니 잘살게 되었다고 해서 운 없이, 또 시류를 잘 읽지 못해, 또 조상 대대로 가난만 대물림되어서 못살게 된 사람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언젠가 당신이 내게 그건 내 자격지심이라고 한 적이 있었지. 물론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더욱 더 조심해야 하는 게 부부 사이의 예의 아닐까? 당신이 내가 자격지심이 있고, 우리 집 식구들이 아픔이 있다는 걸 안다면, 더욱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부모 형제는 내 뿌리니까. 내 뿌리를 함부로 대하는 당신과 사실 말을 섞어야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참 힘들고 솔직히 싫어. 그렇다고 그런 내 감정 때문에 이제 와서 갈라설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 당신이 눈썹을 세우며 무언가를 말할 때 그냥 그 자리를 피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는 듯해.
이나미’s comment - 가족은 독심술사가 아니다
화가 날 때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풀어 줄 방법은 없다. 상대방은 독심술사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물론 이러저러해서 화가 났다고 말하고 상대방은 아, 얼마나 속상할까, 라고 공감해 주는 시나리오다. 한데 그런 이상적인 가족은 세상에 많지 않다. 요즘에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그런 이상적인 가족이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게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게 뻔하니 솔직하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게 겁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자칫 상대방이 나를 비난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으니까. 또 궁금해하는 상대방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더 피곤해질 수도 있어서 입을 닫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차라리 머리가 아주 깨질 것처럼 많이 아프다고 말하고 머리를 감싸고 눕고 싶을 수도 있다. 상대방이 약을 사 준다든가, 머리를 주물러 주지는 않아도 적어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싸움을 걸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아픈 상황에서도 화를 내는 가족이라면 정말 그냥 정을 떼고 혼자 살 궁리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나을 정도다.
일단은 어떤 스트레스도 가족이 도움 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자신이 풀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배우자는 나를 치료하기 위해 존재하는 의사도 아니고, 나를 위로해 주고 먹여주는 엄마도 아니다. 심지어는 부모님 역시 자녀들의 앞날을 책임져 주지 않고, 자녀들 역시 부모들의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가족 간의 사랑이 오래 유지되려면, 그래서 더욱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즉 가끔 상대가 혼자 있고 싶어 한다면 그런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만약 자신이 혼자 있지 못하는 의존적인 성격이라면, 나를 내버려 두고 자신만의 세계로 도망가는 상대방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의 성격부터 고치는 것이 현실적이다. 상대에게 집착한다면 나를 사람이 아니라 껌이나 거머리인 듯 바라볼 수도 있다. 또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침묵이 못 견디겠다면, 어쩌면 가족들과 있을 때 별로 편하지도 않고 긴장을 풀지도 못하는 건 아닌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너무 깊은 침묵의 골은 가족을 마침내 해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가족은 아무리 한 공간에 있어도 가족이라 할 수는 없다. 물론 서로에게 많이 화가 나 있으면 말싸움을 잠시 멈추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숨을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객관화해서 분석하다 보면, 스스로의 잘못도 알게 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상대방을 고문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가 놓은 덫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동지방에는 부부싸움 끝에 끝까지 서로 말하지 않다가, 도둑이 들어 몽땅 털어가도 입을 열지 않는 한 남자에 대한 옛 이야기가 있다.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이 지는 것 같아, 끝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이비 선승 같은 사람은 결국 더 외로워진다. 거부당한 사람은 종국에는 당신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들의 잘못과 약점에 대해 일일이 고쳐주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태도 역시 파괴적이고 폭력적이다. 가까운 사람이니까 선의로 하는 조언도 듣는 사람에게는 짜증 섞인 잔소리와 비난으로 들릴 가능성이 많다. 어차피 자신이 깨닫고 동의하기 전에는 세상 어떤 사람도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한다면 오히려 상대방이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릴 때까지 조용히 지켜봐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좋다. 엄청나게 훌륭한 코치가 아무리 이런저런 이론을 가르쳐 준다 해도 어차피 선수들은 직접 뛰고 넘어지면서 경기를 준비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우리는 대개 아주 훌륭한 코치도 아니지 않은가.
몇 년 전 인기 있던 코미디 프로의 한 코너에는 매주 두 연인이 등장해 “헤어지자는 그런 말을 왜 000집에서 하니?”라는 대사를 외쳤다. 맞다. 모든 말에는 적절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싸구려 중국집에서 여자가 카운터에서 음식값을 지불하고 있는 순간에, 남자가 “우리 결혼하자”라고 말한다면 여자는 아마 울음을 터뜨리거나, 모멸감에 휩싸일 것이다. 반대로 남자가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데 여자가 서운함을 표현한다고 거의 욕이 섞인 말을 함부로 내뱉는다면, 남자는 여자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어 버릴 것이다. 특히 감정이 진하게 섞여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면 정말로 적절한 때와 장소를 가려야 정확하게 내 메시지가 전달된다. 적절한 대화는 가족끼리가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은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사랑할 때는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실제로 애인이건 부부이건 가족이건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집중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자들은 남자와 데이트할 때도 주변의 인테리어, 지나가는 사람들, 자신을 보는 시선 등등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인다. 남자들은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종종 여자의 이야기를 놓친다. 심지어는 아예 내놓고 좀 더 유혹적인 태도를 보이는 여자들에게 무심하게 눈길을 준다. 부모는 자식과 대화할 때도 자신의 걱정, 근심, 체면 등을 더 많이 고려한다. 자녀의 마음보다는 남에게 이야기할 거리인 학교성적이 더 관심사이다. 자녀들 역시 부모가 현재 얼마나 힘든지, 혹은 어디가 아픈지 크게 관심이 없다. 부모는 자신에게 돈을 대 주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 도구적 존재로 보이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겉으로는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따로 겉도는 사이일 뿐이다. 모든 가족이 서로에게 백 퍼센트 집중할 수는 물론 없지만, 적어도 그런 노력이라도 하는 것이 예의이자 본인 자신에게도 나중에는 좋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침묵은 상대를 무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잘 듣기 위한 빈 종이 같은 도구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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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낯설어지는 부모와 자식
이나미
이나미 심리분석 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교수
한국 융연구원 지도분석가 및 교육분석가
저서 : 『다음 인간』, 『슬픔이 멈추는 시간』, 『한국사회와 그 적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