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익스프레스,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나이들
우리가 음악 하는 관점은 그저 록앤롤이에요. 인디씬의 대세나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 힘들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힘듦은 돈이 없다'를 기준으로 삼잖아요. 우리는 원래 돈 없는 사람들이기에 상관없어요. 10년 동안 달라진 점은 밴드와 장르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입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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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 것 같았던 그때, 안타깝지만 시간은 간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10년 넘게 록 팬들을 태우고 우주를 유영하던 특급선은 선로를 이탈하고 말았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자'처럼 공식적으로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까지 있었다. 사실 작년 공연장 뒤편에서 우연히 그들을 만났다. 당시 그들은 여름쯤이면 4집이 나올 것이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르고, 드디어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4집 앨범 가 발매되었다.

 

얼마나 고심하고 고민했을까. 4집은 잃어버린 시계추를 돌려 위기에서 기회를,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 시간을 담고 있다. 예전처럼 굉음을 내며 폭주하지도, 힘겹게 달리지도 않는다. 4집의 변화에 당황한 팬도 있고 환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것이 현재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달리는 속도이고, 선로임은 틀림없다. 2008년, 2012년, 그리고 2015년 그들과의 세 번째 인터뷰다. 조심스럽고 경직된 첫 표정과 달리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들은 갤럭시 익스프레스! 여전히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나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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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에 앨범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많이 늦어졌네요?


희권 : 작년에 연주는 다 되어 있었으나 프로듀서와 새로운 작업 시도 때문에 결국 1년 넘게 더 걸렸어요. 연주 녹음은 작년 5월쯤에 끝났는데 보컬 녹음이 오래 걸렸어요.


최근에 단독 공연도 했어요. '공연에서 셋이서 합주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함께하니 좋다', 이런 소회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희권 : 3년 만에 단독 공연이라 전날 잠을 설칠 정도였어요. 긴장이라기보다는 묘한 기분이었어요. 막상 공연장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온 걸 보고 기분이 편해졌네요. 아직도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앨범은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변했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섭섭하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밴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희권: 좋은데요. 변해야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음악이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신작에서는 조금 자연스럽고 편한 것이 뭘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어요. 이 질문에서 배운 것과 얻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무턱대고 달리지 않고 한 템포 쉬고 내려놓은 기분이에요.

 

주현 : 기존 방식이 아니라 재밌게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달랐겠죠. 이걸 우리가 만들었어? 이 정도로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기에 상관없어요.

 

종현 : 기본적으로 저희는 사람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작업하지 않아요, 앨범은 저희가 그 시점에서 느끼는 감정을 가장 흡사히 담아내는 것이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그 앨범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각자의 몫이겠죠.


최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인터뷰에서 구남은 스스로 변화 이유를 멤버 영입으로 인한 케미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변화 요인도 궁금하네요.


종현 : 새 프로듀서로 카바레 사운드의 이성문 대표와 함께 했어요. 처음으로 앨범 작업에서 프로듀서를 모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성문씨가 구남 2집까지 프로듀싱 하셨던 분이기도 하네요. 앨범 레코딩을 하다가 스스로에게 생기는 질문이 있어요. 그게 '난 지금 일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건가?'하는 의문점인데요. 성문이 형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재밌으려고 하는거지. 재밌게 하자'라는 답을 하게 되더라고요.

 

주현 : 맞아요. 그동안의 작업은 연주를 원-테이크로 진행했고 앨범 작업도 우리가 했지만 이번에는 프로듀서와 함께 새로운 것을 하니까 배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희권 : 1,2,3집에서는 로-파이(Low-fi) 사운드 레코딩이라 호불호가 갈렸었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운드가 굉장히 좋아졌는데 그러니까 또 다른 불만들을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해요. 하지만 전 앨범이 없었다면 이번작이 변화했다는 평가조차 없겠죠? 이번 앨범 사운드 좋지 않은가요? 저희는 듣는 매력, 듣는 재미도 좀 알게 됐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다음 앨범 작업에 대한 자신감까지 생긴 상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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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사건이 터진 후 많은 분들이 걱정을 했어요. 특히 < 밴드의 시대 >라는 프로그램으로 한창 주가가 상승하고 있을 때라 안타까웠습니다. 밴드 자체도 다시 작업하기까지 힘이 들지 않았을까 이런 짐작도 해보게 되는데요?


주현 : 저희 세 명은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음악에 눌러 앉아버린 사람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결국은 모여서 다시 음악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하나, 정말 죄송한 것은 '인디밴드하면 대마' 이런 편견이 생길까봐, 그런 잘못된 시선을 만들었을까봐 괴로웠습니다. 그 점은 정말 죄송하고 아쉽습니다. 이제 진심으로 '준법 록앤롤'을 모토로 삼아 정진하겠습니다.

 

종현 : 그 사건을 통해 분명 한 템포 쉬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현재와 장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고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이 풀어냈어요.

 

희권 : 힘든 시기에 주위에서 도와준 분이 참 많았습니다. 근심과 애정 어린 말들도 많이 주셨고요. 워낙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다보니 저희 멤버들 간에는 서로 더 털어놓고 편해졌어요.


이번 앨범은 작업과정이나 마음가짐이 그 전과 완전히 달랐겠네요.


주현 : 어차피 목적지에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담담하게 가자는 거에요. 앨범 만들 때 작곡 방식이 바뀌었어요. 원래는 앨범 녹음실을 예약해서 시간이 제한된 합주를 했지만 이번에는 잼 형식으로 기분 좋게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원래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면 이젠 족적과 불어오는 바람 같은 그 때의 느낌에 집중했죠. 행복했어요.

 

종현 : 녹음하면서 경계한 것은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갑갑해지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기타 솔로도 다 즉흥연주로 쳤습니다. 생각 없이 허공으로 가려는 감정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앨범명은 원래 < Running on Empty >로 지었는데 생각해보니 뛰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 Walking On Empty >로 바꿨어요.

 

희권 : 예전에는 낮술을 먹고 치는 파워풀하고 광기어린 드러밍 스타일, 그 넘치는 에너지를 동경했어요. 하지만 깨고 나서 들어보면 '투 머치'더군요. 또,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드럼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쥐어짜내 존재감을 표출하는 편이었는데 결국 릴렉스, 힘을 빼고 치는 것이 정답이더라고요. 이렇듯 음악을 하는 것은 현재 상태와의 싸움이자 과정에서 발전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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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보컬이 주현씨 종현씨 두분이잖아요. 어떤 기준으로 보컬은 나눠지는 건가요?


주현 : 종현이는 기타를 치고 저는 베이스를 치죠. 서로 손악기가 있기 때문에 곡의 리듬에 따라 들어가기 좋은 사람이 불러요.

 

종현 : 그리고 스케치를 많이 해온 사람이 더 부르는 것도 있어요.

 

희권 : 저는 종현, 주현 누가 부르든 각자 매력이 있기 때문에 별 상관없는 것 같아요. 사랑과 록이 전부인 러브락 컴패니의 일원으로서 「아무 생각없이」, 「허공 속으로」, 「불타올라」하는 마인드로 불렀을 거에요.


각자 아끼는 곡들이 있으세요?


희권 : 저는 우리 세 명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가장 잘 담겨있는 「시간은 간다」입니다.

 

주현 : 연주 측면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가사의 완성도로는 「순간을 위해」를 꼽겠습니다.

 

종현 : 연주가 가장 빛나는 「날 내버려둬」가 좋아요.


갤럭시 익스프레스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파워풀한 하드록'이긴 하지만요. 생각해보면 1집부터 조용한 명곡들도 참 많아요.


주현 : 앨범마다 슬로우 템포의 록발라드 곡을 계획적으로 하나씩 넣긴 했습니다. 1집 < Noise On Fire >의 「향수」, < 개구쟁이 > 앨범의 「지나고 나면 좋았어」가 생각나네요. 사실 30분 정도하는 공연에서는 느린 세트리스트를 잘 포함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하드록, 강한 밴드의 이미지가 박힌 것 같아요.

 

종현 : 제가 가지고 다니던 믹스테이프 중에 가장 아끼는 것은 록발라드 모음집이에요.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 부른 「Goodbye to Romance」,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Home sweet home」을 들어보세요.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결국 다크하면서도 부드러운 제 모습을 표현했기에 저희 음악도 그런 면이 있겠죠. 어차피 지구는 태양이 터지는 동시에 멸망할 거에요. 항상 그 점을 염두하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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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를 결성하신지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요즘 인디씬은 어떻다고 느끼시나요? 예전과 좀 달라졌나요?


종현 : 어차피 우리가 음악 하는 관점은 그저 록앤롤이에요. 인디씬의 대세나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 힘들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힘듦은 돈이 없다'를 기준으로 삼잖아요. 우리는 원래 돈 없는 사람들이기에 상관없어요. 10년 동안 달라진 점은 밴드와 장르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입니다.

 

주현 : 어차피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우리나라 음악씬은 똑같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엔 음악 찾아 듣기도 쉬워졌고 레코딩도 편해졌죠. 힘듦의 가치관을 어디다 두는지에 따라 느끼는 게 모두 다를 것 같아요.

희권 : 음악하는 사람들 보다 힘든 것은 사실 직장인들이죠. 우리는 하고 싶은걸 하고 살아요. “언제까지 그러고 살거니?”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평생”이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이즘(IZM) 공식 질문이죠. 인생 앨범은 무엇인가요?


종현 : 초등학생 때는 아버지와 함께 윤수일 선생님의 노래를 즐겨 따라 불렀어요.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은 너바나의 < Nevermind >에요.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듣다가 매일 밤을 지새웠습니다. 고등학생 때 빠져있던 곡은 귀청을 찢던 스테판울프(Steppenwolf)의 「Born to be wild」네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전 원래 홍대 살롱바다비에서 통기타를 치던 싱어송라이터였어요.(웃음) 그 길로 이끌어준 라몬즈(Ramones)의 곡들도 추천합니다.

 

주현 : 저는 정말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하루 종일 이동시간에도 이어폰을 끼고 살았죠. 가장 처음 테이프를 샀던건 초등학생 때 닐 세다카(Neil Sedaka)고 밴드로 이끈 건 너바나에요.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움 보며 “당장 기타 사고 머리 길러야겠네!“라고 생각했어요. 밴드를 시작하면서 초보 시절에 쉽게 카피할 수 있는 클래쉬(The Clash)같은 쓰리코드 펑크에 빠졌죠.

 

희권 : 저는 소녀시대를 좋아합니다.(웃음) 원래는 퓨전재즈, 클래식이 전공이었어요. 그런데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 레드 제플린이 우상으로 삼았죠. 최근에는 블랙 레벨 모터사이클 클럽(Black Rebel Motorcycle Club), 테임 임팔라(Tame Impala),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 더 바인스(The Vines) 같이 긴 이름을 가진 밴드 노래를 듣네요. 처음에 전 펑크 못 좋아할 줄 알았지만 이제는 없으면 못 삽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주현 : 계획이라 하면 계속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이죠. 11월부터 전국 12개 도시 순방하는 투어를 해요. 전국 각지 친한 밴드들과 협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와중에 신보 준비도 쉬지 않아야겠죠. 부처님이 사색이나 고민에 잠기기 전 잡념을 없애기 위해 힘쓰는 수련을 하셨다는 말을 들었어요. 내년부터 저희도 진짜 갤럭시 익스프레스로 돌아갑니다. 첫 시작인 1월에는 공연을 매일,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을거에요. 2016년은 몸이 허락하는 한 정말 달려볼 예정입니다.

 

인터뷰 : 김반야. 이수호. 이기찬
정리: 이기찬
사진 : 이한수
2015/10 이기찬(Geech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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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