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유소 기름값이 1리터당 2,000원대를 웃돌던 때가 있었다. 멋모르던 시절에는 기름값이란 매년 으레 오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도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약 10년간 국제 유가는 조금씩 꾸준히 올랐다. 한동안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했고, 월가의 짐 로저스는 “앞으로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았다. 불과 반년 만에 40달러 선까지 추락한 것이다.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전개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5년의 경제 전망 중에 가장 크게 빗나간 것이 바로 유가였다며 당혹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고유가 여론이 주를 이루던 시절, 『오일의 공포』의 공동 저자인 손지우 연구위원은 이미 5건의 심층기획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저유가 상황을 예견한 바 있다. 수요공급의 순수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석유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 『오일의 공포』에서는 지금까지 석유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등을 역사 분석과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급변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속 한국경제의 미래와 대응전략을 분석한다. 가장 큰 수입품목도 에너지이고, 가장 큰 수출품목도 에너지인 대한민국. 우리는 과연 지금의 저유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할까? 『오일의 공포』 두 저자를 만나 최근 저유가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근 저유가 이슈와 맞물려 책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뜨겁습니다. 특히 대부분 저유가가 우리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내다보던 와중에, ‘저유가는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라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셨어요.
2015년 초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가 하락은 우리 경제에 큰 호재”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에는 ‘저유가는 축복이다’라는 생각이 만연했죠. 하지만 생각과 달리, 역사적으로 살펴본다면 과거 저유가 시대일 때 전 세계가 어려움에 빠졌던 적이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유가가 급락하면 그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나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게 되고, 또 연쇄적으로 그에 소속된 가계주체와 소비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경제 자체가 악순환에 걸리곤 했죠. 이런 부분을 간과한 채 국가 전반이 낙관적 기대에 매몰되어 있었다는 점이 우려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서 대중에게 최대한 쉽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한편에서는 저유가가 우리에게 수혜일 것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연말 결산에 따르면 정유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고요. 그래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라고 말씀하시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최근 한국 경남지역의 경기가 꽤 큰 침체에 빠져 있다는 부분을 떠올려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남지역은 정유, 화학, 조선, 기계, 건설, 철강 등 중장비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곳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매출액은 유가와 연동이 됩니다. 때문에 저유가 상황이 오면서 기조적으로 해당 업종의 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이 됐죠. 정유업계도 2015년에는 일시적으로 이익이 늘어나긴 했지만, 바로 전해인 2014년에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소득이 줄어들고, 때문에 상권의 수입이 줄어들고, 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는 등……. 이런 일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경남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위기로 인식되고 있어요.
석유 가격과 연관이 없는 소비/기술 업종, 즉 B2C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 혹은 국가라면 저유가가 그저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석유 가격과 밀접하게 연관된 B2B 업종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한국은 후자에 대한 의존도가 적잖이 높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도 유가 예측에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작년에 작성한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2016년의 원유도입 단가가 78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전제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7%로 높아질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한 전문 기관들도 유가 예측을 어려워할까요?
환율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환율은 화폐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고 또 그렇게 분석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드뭅니다.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가지는 의도와 기타 국가들과의 상대적 연관성, 그리고 전 세계인들의 해당 국가에 대한 신용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쳐 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죠. 석유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세기 중반 ‘석유왕’이라 불리는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에 의해 본격적인 석유시장이 열린 이래로 시장논리에 의해 석유 가격이 결정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변곡점에서는 더더욱 그랬고요. 그런데 유독 석유에 대해서는 고전파의 경제학 논리, 혹은 알프레드 마셜의 수요/공급 곡선과 같은 정량적 방식에 의해서만 분석하려고만 하니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환율 분석과 마찬가지로 석유의 가격 역시 기본 전제는 수요와 공급을 둬야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을 막후에서 움직이는 정체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내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고찰과 석유라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앞으로 유가는 어디까지 떨어질까요? 또한 저유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가격이 어느 지점까지 떨어질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방향성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죠. 현재 저유가 시대를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사실은 역사의 반복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이런 일이 1985~2000년에 있었습니다. 당시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적 기대 속에 세계 각국이 과도한 투자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서 주체할 수 없는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서 장기 저유가 시대가 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15년간 평균 유가는 20달러에 불과했고, 치킨게임 속에 수많은 석유 기업들이 도산되어 메이저 업체들에 인수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할 겁니다. 이미 많은 석유 기업들이 부도 리스트에 올라가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그 기업들도 버틸 때까지 버틸 것이기 때문에 빨리 끝나지는 않겠죠. 우리는 10년 이상의 장기 저유가 상황을 대비해야 합니다.
책의 후반부에 언급되는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는데, 석유 시대의 위기와 전기차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가요?
전기차는 대단히 큰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역사적으로 자동차는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라 불립니다. 그 시대의 모든 기술이 장착되면서 생산성의 급증을 발생시키기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1차 산업혁명은 해상운송을 밀어낸 증기기관차가, 2차 산업혁명은 마차를 밀어낸 내연기관차가 주도했었죠.
오늘날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단순히 ‘전기로 차가 움직인다’라는 친환경적인 내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IT 기술이 장착되는 스마트카의 도래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예를 들자면, 무인자동차는 다시 한 번 인간의 시간과 공간에 혁명을 일으켜줄 것입니다. 이러한 IT 기술이 장착되려면 자동차에 다량의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게 현시대 전기차의 출발이 되는 것이죠.
마침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전기의 가격을 하락시키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상업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에 IT와 에너지가 같이 붙어가는 것이죠. 우리도 빨리 이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1ㆍ2차 산업혁명이 일어남에 따라 주 에너지 소비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석유에서 가스로 움직이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였다.
책을 집필할 때 주요하게 마음에 두었던 독자층이 있다면 누구입니까?
이 책의 주 독자층은 에너지 관련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경영자들입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이고 이것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오일의 공포’는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는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이 책을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이 어려운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쉽게 풀어나가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읽히지 않는 책은 아무 소용이 없죠. 그래서 가능하면 말하듯이, 저자가 독자의 귀에 속삭이듯이 쉽게 읽히는 책을 쓰고자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상당 부분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과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들도 큰 어려움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책 한 권에 미처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담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면?
앞서 패러다임의 급변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현 상황은 단순히 유가의 하락으로 마무리 지을 문제가 아닙니다. 석유의 시대 뒤를 이을 가스의 시대가 오고 있고, 이를 먼저 인지한 미국과 중국 등 대국들이 빠르게 변화를 준비하고 있죠. 그런 변화를 아직도 한국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오일의 공포』는 현시대의 변화가 얼마나 크고 두려운 것인지에 대한 화두만 던졌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변화의 방향이 앞으로 어찌 될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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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의 공포 손지우,이종헌 공저 | 프리이코노미북스
세계 최대 에너지 매체인 [플래츠(Platts)]의 한국 특파원 이종헌 기자와, 일찍이 장기 저유가 사이클에 대한 심층보고서를 통해 당시 누구도 쉽게 생각지 못한 유가 급락을 예측해 화제를 일으킨 에너지.화학 베스트 애널리스트 손지우 연구위원이 공저자로 나섰다. 이들은 『오일의 공포(OIL FEAR)』에서 저유가가 한국경제에 축복인지, 재앙인지 살펴보고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숫자와 역사 분석을 통해 조목조목 짚고 해답을 찾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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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