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사야 하나? 부동산을 사도 괜찮나?
경제가 망한다, 이런 얘기 말고 길게 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경제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안 좋은지를 따져봐야죠. 현명해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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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 일요일 오후라고는 믿을 수 없게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환율의 미래』 홍춘욱 저자와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의 두 저자 이재범과 김영기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 말이다. 이들은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다. 다만 다양한 그래프와 통계 자료를 통해 보다 두려움 없는, 현명한 투자를 하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위기인가? 부동산 가격은 오를 만큼 올라 이제 떨어질 일만 남았나? 낙관적 전망이 가능한가? 강연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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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미래


1부는 ‘환율의 미래’라는 주제로 같은 제목의 책을 쓴 저자 홍춘욱이 강연을 진행했다. “중학교 2학년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밝힌 저자는 외환위기의 정의를 따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997년, 국내에서 거래할 달러에 품귀가 일어나 환율이 급등하고 장이 열자마자 거래가 끝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달러 ‘사자’는 있고, ‘팔자’는 없으니까요. 외환은 언제나 사고 팔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97년 10월, 11월에는 안 그랬다는 거죠. 기업들이 어떻게 됐겠어요? 외환 대금 거래를 못하면 그게 부도죠. 국가 부도 이전에 연쇄적인 기업 부도 사태가 있었던 거예요. 결국 어쩔 수 없이 IMF에서 400억 달러라는 돈을 빌리게 된 거예요.”

 

IMF에 돈을 빌린 대가는 컸다. 단지 돈을 갚는 문제가 아니었다. IMF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정부 경제 기조에 관여했다. 이를 홍춘욱은 ‘신탁 통치 상황’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피한 것일까? ‘환율의 미래’는 이런 모습일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환율을 어떤 수준으로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고집, 이게 ‘고정환율제도’잖아요. 그런 고집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어요. 환율 레벨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다보면 시장에서 달러 ‘사자’가 늘어날수록 달러가 고갈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변동환율제도’를 가지는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겠죠.”

 

국내 경제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미국 지표가 따라온다. 그것은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을 때마다 한국 환율도 급등”하는데 이 상관관계가 경제 전망에 있어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환율은 우리나라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었다.

 

“우리나라 수출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2008년 수출국 순위를 보면 한국이 12위예요. 우리나라 위에 캐나다, 러시아, 영국,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있어요. 어마어마한 물류의 허브들이죠. 2014년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캐나라, 벨기에를 앞섰어요. 여러분, 우리 좀 제대로 봅시다. 우리가 ‘노오력’이 부족해서라는 말 하는데요. 우리 수출 순위는 계속 올라갔고, 우리 위에 있는 나라는 인구 13억의 중국, 1억 인구의 독일, 일본 등이에요. 한국, 대단하죠?”

 

한국 경제와 미국 달러 가치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은 그러므로 한국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말이었다.

 

“미국의 산업 생산이 조금 증가하면 한국 수출은 크게 증가합니다. 또 한국 수출이 둔화될 때를 보면 미국 산업 생산이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채찍효과’입니다. 채찍 손잡이를 조금만 움직여도 채찍 끝은 몇 미터 씩 움직이는 것처럼 소비자 시장에서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영향이 커진다는 겁니다.”

 

미국 주식과 한국 주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에 부동산 이슈가 터졌다면 어느 주식을 관리해야 할까. 저자는 ‘채찍 효과’를 들어 한국 주식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 수치만 보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 이른바 위험자산이라고 표현했다.

 

“외환 시장이라는 걸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절대 평가가 아닙니다. 상대 평가예요. 외환 시장에서는 한국이나 캐나다나 똑같이 미국 대비 위험한 나라인 거예요. 따라서 전체 자산에서 달러 자산의 비중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는 게 좋습니다. 경제가 망한다, 이런 얘기 말고 길게 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경제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안 좋은지를 따져봐야죠. 현명해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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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미래


2부는 ‘부동산의 미래’를 주제로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의 저자 이재범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저자는 먼저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 가격 정보를 담은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비교하면 일본과 한국이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보다 주택가격 하락 추세는 급하고, 빠르고, 큽니다. 1990년대가 한국 주택 가격이 가장 안정적이었는데요. 주택 공급이 계속 진행되니까 가격이 안정화되어 있었죠. 경제 호황 때라 가계 경제도 좋았어요. 연봉은 계속 올랐고요. 그에 비해 주택 가격은 그대로니까 사실상 하락한 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이나 일본이나 실질 가격은 똑같이 하락했다는 겁니다.”

 

일본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버블 당시인 1987년 2,784만 엔에서 버블이 폭락한 1991년에 4,488만 엔까지 오른 후 2005년 3,492만 엔으로 떨어졌고 2009년에는 3,802만 엔이었다. 분명히 고점과 비교하면 떨어졌지만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2009년 가격이 1991년의 84.7%인 것을 두고 폭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고 일본 국민 중 소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이렇다.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 91쪽)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저자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과 비슷하게 버블과 폭락을 경험한 곳이며 인구 고령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이곳도 주택 가격이 폭락했을지 살펴보자.

 

“1970년대부터 핀란드의 주택가격을 따졌을 때 90년대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이후 폭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2015년 기준으로 보면 이전 고점은 이미 회복했습니다. 신규 주택을 기준으로 하고 봐도 현재 120% 상승했어요. 2010년도에 들어서도 계속해서 올랐고요. 스웨덴은 핀란드보다 더 많이 상승을 했습니다. 부동산 폭락 시점인 1992년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14년 기준, 370까지 주택 가격이 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집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일본 사람들의 지진에 대한 공포, 그에 따른 임대 주택 선호 등을 들어 주택 시장의 구조적인 차이를 설명했다. ‘한국의 미래는 일본’이라는 세간의 정의에 다른 의견을 낸 것. 저자는 부동산의 미래를 ‘월세’로 점쳤다. 도쿄, 런던, 홍콩 등의 월세 상황을 검토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월세가 다 비싸요. 실제로 외국에 살다 한국에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정말 싸다는 겁니다. 심지어 집을 사고 싶다는 얘기도 합니다. 한국 주택 가격이 너무 싸서요. 한국 부동산 가격을 자신 있게 말할 순 없겠지만 월세는 오를 것 같습니다. 집 소유주들이 점점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서 공급이 많이 되니까 오르지 않고 있을 뿐이지 전세 상승이 끝난다, 그러면 월세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할 겁니다.”

 

이놈의 주택은 구입해도 골치고 안 해도 골치다. 전적으로 주택을 주택으로 바라보지 않고 욕망과 공포가 결부된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중략)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지 몰라도 욕망과 공포를 걷어내고 주택을 주택으로 바라보자. 우리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주택 하나 갖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 227쪽)

 

투자는 투기와 다르다. 풍문을 믿고, 운에 맡기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이들에게 환율과 세계 경제 구조, 부동산 시장의 흐름 양상을 보는 것은 눈 감고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 세상에 흩뿌려진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해 정보를 만드는 저자들에게 귀 기울이는 독자들이 이토록 많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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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미래 홍춘욱 저 | 에이지21
[환율의 미래]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박사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 책은 환율이 결정되는 원리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간다. 환율이 움직이는 이유와 원리,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까지. 원리를 이해하면 환율의 방향을 스스로 예측할 수 있고, 각국 통화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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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 이재범,김영기 공저 | 프레너미
이 책은 부동산에 대한 온갖 데이터를 이야기 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좀 더 많은 지식, 상식, 정보, 데이터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을 통해 시장의 방향과 가격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알 수 있으며, 시장과 가격에 대한 미래예측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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