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꼴갑(甲) 저격 사이다 드라마’를 표방한 JTBC <욱씨남정기>의 한 장면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김경연 역 | 웅진주니어
'눈이 까뒤집힌다'라는 표현처럼, 분노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서 스스로 눈덩이 굴리듯 분노를 생산해내는 경지에 이르면 사실 책의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구처럼 옹졸하게 화내고 있는 자신에게 또 화가 나기도 한다. 작은 일이라고 애써 생각하고 열화가 난 속에 찬물을 들이부어도 다시 불이 난다. 어차피 글자는 안 읽히니 그림책을 편다. 오리에게 죽음이 따라다니는 유쾌하지 않은 동화책이다. 오리는 죽음과 같이 물에 들어가고, 나무 위에 올라가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 죽는다. 적나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이야기하는 동화를 보고 있자면 화를 내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까칫까칫 일어난 오리의 깃털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에 위로를 받는다.
우체국
찰스 부코스키 저/박현주 역 | 열린책들
분노라는 감정은 대개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생긴다. 선이 승리해야 하는데, 악이 이긴다거나 하는 그러한 상황 말이다. 분노를 부르는 상황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마련인데, 찰스 부코스키가 쓴 자전적 소설인 『우체국』에 등장하는 인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주인공인 헨리 치나스키도 우체국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빡치는 상황을 많이 맞는다. 언제 어디서나 노동은 고되기 마련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그는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는다. 대신 상사가 주는 경고장을 받는 족족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내키지 않으면 결근해버린다. 그럼에도 13년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살았던 덕택이기도 하지만 그가 꽤 유능한 직원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라는 B급 정서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시종일관 경쾌한데, 덕분에 읽다 보면 어느덧 분노가 가라앉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물론, 작품에서 보여지는 주인공의 여성을 향한 편협한 시선은 비판적으로 읽어야겠지만.
맥주의 모든 것 : 맥주의 탄생부터 크래프트 맥주의 세계까지
조슈아 M. 번스타인 저/정지호 역 | 푸른숲
난 화가 나면 두 가지 방법으로 푼다. 하나는 달리기, 하나는 폭음. 아니면 둘 다 한다. 응급처방으로는 단연 술이 최고다. 또래에 비해 이런 저런 술 종류를 많이 접했지만, 여전히 화딱지가 나면 찾는 건 물처럼 마실 수 있는 맥주. 나의 오래된 벗, 맥주. 부모님과 선생님을 피해 달콤한 밀회로 만난 맥주는 1n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에게 뜨거운 우정을 보내고 있다. 바에 가서 위스키 샷을 마셔도 좋겠지만, 집에 와서 머리 묶고 화장 싹 지운 채로 시원한 맥주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는 방법이 내게 있어 최고다. 이제 봄이 완연히 지나가면, 여름이다. 맥주의 계절 여름을 맞아 경건하게 이 책을 쟁여 놓았다. 매일 밤 어디선가 받은 분노를 풀기 위한 해독제인 세계맥주. 이 책을 가이드 삼아 내 입맛에 맞게 제대로 딱 고르리라. 아, 아직 여름도 아닌데 땡긴다, 맥주! 분노를 핑계 삼아 오늘부터 부지런히 1일 1 맥주를 실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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