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메모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모는 하지만 거의 다시 보지 않는다.”
“메모는 신입사원이 하는 일. 나는 초짜도 아닌데 메모하기 부끄럽다.”
“메모 같은 걸 하고 있기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편이 낫다.”
‘메모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라고 부탁하면 대부분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일을 하거나 생활하면서 종종 메모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도움이 됐다’고 느껴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메모를 의식하지도 않으며, 메모의 효능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메모는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5가지 포인트와 관련되어 있다. 그 5가지란 정리, 설정, 고찰, 발견, 지시를 말한다. 이 5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메모로 인해 더욱 편하고 재미있어지며 효과적이기까지 하다면?
먼저 당신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분명 회의 때 나온 정보를 노트에 써두거나, 회의 내용을 화이트보드에 적어두거나, 회의 자료를 모아두거나, 기획서 초안을 작성하거나, 신상품 발표 때 쓸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거나 하는 등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게 일하는 중간중간에 대부분의 사람이 ‘메모’를 하고 있을 것이다.
‘메모’는 이른바 정보를 적어두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머리를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내거나, 자료의 초안을 작성하는 등 일을 하는 데 중요한 행동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메모하는 방법을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일의 속도와 질은 보다 향상될 것이다.
실제로 나는 광고에이전시에서 그런 변화를 체험했다. 광고에이전시는 정보를 취급하는 데에 프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안건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한번에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입사 후 몇 년간 선배나 동기는 물론 후배들과 비교해도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주 서툴렀다. 그랬던 내가 메모하는 방법을 바꾼 뒤로는 취급할 수 있는 일의 양이 현저히 늘어났고 일의 질도 높아졌다. 물론 업무 평가도 올라 결과적으로 독립해 회사를 차리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 계기가 바로 메모이다. 솔직히 지금의 나는 메모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광고에이전시에 입사해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당시 나는 업무에 온 힘을 다했지만, 현실은 신입사원 중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카피라이터였다. 업무 수행 속도가 느려 늘 일에 쫓기고, 회의 때는 한마디도 발언하지 못하니 상사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물론 새로운 발상은 눈곱만큼도 내지를 못하는 처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평범했고, 그런 주제에 자존심은 높아 다루기 힘든 사원이었다. 어쨌든 쓸모 없는 사회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던 어느 날 회의에서 우연히 나눠 받은 서류를 본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누군가가 메모한 종이를 그저 복사한 서류 한 장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메모 따위’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조금 읽어보니 깜짝 놀랄 정도로 알기 쉽게 구성되어 있었다. 메모에는 ‘→’나 ‘☆’ 등 여러 기호가 쓰여 있었고, 그 앞에는 커다란 ‘○’로 몇 가지 ‘힌트’와 ‘답’이 쓰여 있었다. 아주 지저분한 글씨였는데도 매우 명쾌해 보였다. 일을 잘하지 못했던 내가 봐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순간 잘 알 순 없지만 뭔가 힌트를 찾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뚫어지게 그 메모를 쳐다보았다. 분명 주위 사람이 봤을 때 이상한 녀석이라며 기분 나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의 나에게 ‘메모란 상사가 시켜서 하는 것’이며 자신이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딘가 ‘촌스럽다’는 인상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 장의 메모를 본 순간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번 시험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부터 나는 메모라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적어둔 메모는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봐도 의미를 알 수 없다. 그런데다 내용을 떠올리는 데에 시간을 빼앗기고, 일이 늦어지며 스트레스를 준다. ‘그런 메모 같은 건 안 볼 거야’라며 솔직히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 걸까? 그 이유는 메모가 썩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에는 신선도라는 것이 있어 과일이나 생선처럼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은 메모를 많이 한다. 메모한 뒤 시간을 두지 않고 다시 돌려보며 기사를 쓴다. 그러니까 무척 신선한 메모를 읽고 있는 것이다. 바로 보는 메모에는 자기가 메모를 했을 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 아마 글씨를 읽을 수는 없어도 어떤 의도로 쓴 것인지,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기억이 보충해준다. 즉 ‘기억 메모’로 충분히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메모했을 때의 기억이 옅어진다. 메모를 봐도 어떤 의도로 썼는지 알 수없다. 지금까지 메모한 것을 다시 보며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면 잠시 기억을 떠올려보자. 분명 메모한 지 시간이 좀 지난 뒤였을 것이다.
결국 그 메모는 벌써 썩어 있었던 것이다. 썩은 정보이므로 다시 읽기 힘든 것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어떤 메모라도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메모했을 때의 기억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일주일 전에 한 메모를 본다면 ‘어라? 무슨 생각을 했었더라’라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것을 ‘메모 미아’라고 부른다. 어제나 그저께 먹은 식사가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단 며칠 만 지나도 기억은 희미해진다. 아니 단 몇 시간만 지나도 기억은 옅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력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메모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언제라도 메모를 읽기만 해도 그때의 발언이나 포인트를 기억할 수 있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메모, 미래의 자신에게 생각할 계기를 남기는 메모를 해야 한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메모’는 과거메모이다. 지금 듣고 있는 정보나 생각을 적고 남기는 것, 그건 결코 미래의 자신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과거메모를 미래메모로 전환시키는 것이 당신의 비즈니스를 한층 변화시킬 계기가 된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다양한 업무를 해나가는 그들을 보며 일을 정체시키는 두 가지 이유를 깨달았다.
첫 번째는 ‘정보 과다’다. 업무량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정보에 혼란을 겪으며, 무엇을 생각하면 좋을지 알지 못한다. 두 번째는 ‘머리를 빨리 전환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일을 끌어안고 있던 시절, 나는 한 가지 일을 끝낸 후 다음 업무로 전환하기까지 머리가 잘 정리되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곤 했다.
사실 이 두 가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미래메모이다. 미래메모를 통해 보기만 해도 바로 생각해야 할 포인트를 알 수 있으니 앉은 자리에서 일에 착수할 수 있고 업무처리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게다가 생각해야 할 목표가 명확해지므로 재미있는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자신의 생각대로 발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차피 메모는 메모이다. 가능한 한 시간도 노력도 들이지 않고 메모를 하는 편이 좋다. 이 책에는 어려운 규칙이나 이해하기 힘든 이론은 전혀 없다.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으며, 내일부터 바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메모 기술을 선별하여 썼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래메모의 주옥과도 같은 14가지 방법을 담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미래메모는 모두 내가 카피라이터로서 정말로 사용하고 있는 메모 기술이다. 모든 것이 실천적이고, 누구나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쓰고 있다. 매일 하나씩 실천하면 단 2주일 만에 메모의 프로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신도 이 책을 통해 메모의 프로가 되어 업무의 속도와 질을 올리기 바란다. 더욱이 이 책에는 이사카 고타로(일본의 소설가)로부터 훔쳐온 메모 기술도 게재하고 있다. 과연 이사카 씨는 어떤 식으로 메모를 하고 일에 활용하고 있을까?
신속하게 정보를 정리하고 재미있는 발상에 도달하기 위해.
새로운 발상이나 재미있는 기획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중요한 포인트를 이해하여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미래메모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고니시 도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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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기적고니시 도시유키 저/이혜령 역/가쓰키 요시쓰구 감수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일본에서 다수의 히트상품을 만들어 낸 고니시 도시유키가 쓴 책으로, 그가 20여년 간 광고계에 종사하면서 깨달은 14가지 메모 활용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메모 방법을 통해 달라진 그의 일과 인생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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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