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어린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신나는 날. 어린이 날이 있는 5월이다. 어릴 적 나에게도 어린이날은 두 번째 생일 같은 날이었다. 방정환 선생님이라는 분이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날을 만드셨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어린이 날이 왜 생겼는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당연한 듯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하고,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하고. 모든 게 나를 위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어린이날은 1923년 5월 1일 처음으로 생겨났다. 방정환 선생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이 날을 어린이날로 제정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어른들에게 억눌리고, 나라를 빼앗겨 일본에 억눌린 우리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자 했던 그의 염원에서 시작되었다. 어린이들이 어린이다움을 되찾는 진정한 해방의 꿈. 그리고 그 해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도 탄생하게 된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에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 존재했을까? 어린이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해주기 위해 ‘어린이’라는 호칭을 만들고 사용하게 된지 100년도 채 안됐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게다가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 준 분도 방정환 선생이다. 그가 만든 아동잡지 <어린이>는 당시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잡지였다. 『칠칠단의 비밀』은 <어린이>에 연재되었던 방정환 선생의 대표적인 탐정소설로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이 잡지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탐정소설이라니. 당시에 그런 소설을 썼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방정환 선생은 탐정소설을 발표할 때 ‘북극성’이라는 필명을 썼다고 한다. 정말 베일에 감싸인 탐정소설 작가 이름 같지 않은가. 이렇게 재미있는 탐정소설을 쓰는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칠칠단의 비밀』은 아주 어렸을 때 일본인이 운영하는 곡마단에 끌려가 고향도 부모님도 모른 채 학대를 받으면서 살았던 조선의 두 남매가 곡마단의 비밀을 파헤치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방정환 선생의 탐정소설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어른이 아니라 어린 소년 탐정들이다. 『칠칠단의 비밀』에서도 어린 소년 상호는 스스로 여러 가지 단서를 모으고 사건을 추리한다. 온갖 꾀를 내어 몰래 칠칠단에 숨어들어가기도 하고, 칠칠단의 우두머리를 속여 동생을 가까스로 구해낸다. 주위에 도움을 주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나라를 잃어버린 당시 상황에서 어린 소년 탐정을 도와줄 수 있는 건 경찰이나 어른들이 아니었다. 바로 주인공과 같은 소년 소녀 친구들, 그리고 서로의 처지를 아는 동포였다. 아마 이런 장면에서 어린이들은 더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방정환 선생은 나라를 빼앗긴 어린이들이 용기 있는 어린이가 되도록 꿈과 용기를 주고자 했다. 어린이만이 희망이라고 굳게 믿었다. 9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90년 전의 어린이들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어린이들이 어린이다움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어른들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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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방정환 글/김병하 그림 | 사계절
『칠칠단의 비밀』은 방정환 선생님의 대표적인 탐정소설 「칠칠단의 비밀」과 「동생을 찾으러」를 엮은 책입니다. 두 작품은 1925~1927년, 잡지 『어린이』에 연재됐습니다. 두 편 모두 납치당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오빠가 각각 일본인과 중국인의 음모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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