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라이프 에디터석 삶과행복팀에서 건강과 육아 관련 기사를 쓰며 <한겨레> 임신출산육아 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 담당이기도 한 양선아 기자는 이를 ‘엄마가 행복한 육아’로 부른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다만 노력하는 부모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지난 7월 12일, 양천도서관에 마련된 ‘2016 여름 부모 특강’에서 양선아 기자는 그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함께 자리한 많은 양육자들의 속내를 들으며 그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정말 이 사회가 얼마나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인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는 뜻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무언가를 주어야 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녁이 없는 아이들
먼저 살펴본 것은 한국 사회의 상황 진단이었다. 양선아 기자가 만난 양육자들 중에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우울하고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는 그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키워드를 ‘불안’이라고 정의했다.
"정말 불안하죠.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겠고, 늘 해고의 위험이 있고, 예측이 불가능해요. 미래학자들은 현재를 가장 격변하는 시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변화의 시대에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요. 그것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불안해 하시죠.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적어도 내 아이는 겪지 않아야 될 텐데, 지금 내가 사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들이 많으시잖아요. 저도 그래요.”
이런 사회에 사는 아이들은 어떠한가. 양육자의 삶이 그러한데 아이들이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양선아 기자는 그래프를 하나 보여주었다.
"2000년에서 2010년 동안 15살에서 19살의 사망자 가운데 자살 비율을 보면요, 청소년들의 자살 비율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감은 높지 않죠.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이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많은 이유가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입니다. 교우 관계 또는 부모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들이 많아요. 많은 육아 전문가 분들에게서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기력한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게 현실입니다.”
이른바 ‘저녁이 없는 아이들’은 바로 이 사회의 현실이다. 자살하는 초등학생, 시험지 훔치는 청소년, 캐리어를 끌고 학원을 옮겨 다니는 학원가 풍경 등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결국 문제는 이런 현실을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어떻게 감당하는가 하는 것이다.
잘하고 있다
양선아 기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육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개인적인 배경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다르게 성장하는 형제들을 보며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지지해주는 양육자가 곁에 있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의 역할이란 “밥을 주고 보살펴주는”것 뿐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었던 양육자에게 훨씬 친밀감을 느끼더라고요. 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고, 딱 붙어서 보살피고 있지는 못하지만 항상 그런 생각을 갖죠. 옆에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좋은 부모가 아닌 것 같다고요.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그 아이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그게 저에게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많은 양육자의 경우 더 많은 시간 자녀와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양선아 기자는 “그런 죄책감은 별로 효용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자신이 양육자로서 잘하고 있는 부분을 떠올리고 자녀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양육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양육자와 자녀,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다. 양선아 기자는 결국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에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것은 자녀의 삶의 주인도 자녀 자신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양선아 기자는 『공자와 잡스를 잇다』에서 힌트를 얻었다. 주인 주(主) 자를 뒤집어서 ‘T’를 3개 발견한 ‘3T’가 그것이다. 생각하고(Thinking) 상상하기, 노력하고(Trying) 실천하기, 신뢰하기(Trusting)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스스로의 삶에 주인이 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3T : Thinking, Trying, Trusting
생각하라는 것은 ‘나의 부모는 나를 어떻게 키웠나’였다.
"나와 부모의 관계가 어땠고, 나와 아이의 관계는 어떻고, 나와 사회의 관계는 어떤가, 나는 어떤 부모, 어떤 배우자이고 싶은가, 이런 것들을 잘 생각해보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막연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아이를 키우는 것에 원가족의 영향이 엄청나다고 하거든요. 만약 아무리 애를 써도 만족스러운 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나의 부모님과 나와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원가족에게서 받은 트라우마를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어요.”
또한 양육자로서의 정체성 외에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삶은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의 이름을 찾는 아주 사소한 과정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양선아 기자는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면 일명 ‘행복노트’에 기록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했다. 행복감을 느낄 때를 기록하면 꿈에 좀 더 쉽게 닿을 수 있다.
“행복을 여는 열쇠는 자존감 같아요. 자존감이란 남과 비교해서는 형성되지 않아요. 우리 사회는 완벽한 사람을 바라죠. 실수하지 않고, 아이에게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고, 항상 아이에게 존경 받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데요.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그것도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노력하려는 나, 그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것이죠.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다만 노력하는 부모는 있어요. 그리고 그런 부모만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노력하기는 바로 ‘실천’이었다. 양육자는 자녀에게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고 스킨십을 해야 한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눈맞춤인 만큼 더 많이 바라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양선아 기자는 나가서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라는 것이었다.
“나 혼자 바뀌면 이 세상이 좋아질까요?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렇게 해야만 사회가 조금씩 바뀌거든요. 나 혼자 열심히 산다고 해서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양선아 기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신뢰하기를 꼽았다. 세상에 대한 신뢰, 부모에 대한 신뢰, 관계에 대한 신뢰, 모두가 중요하다.
“신뢰를 위해서는 최대한 아이가 하는 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이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는 거예요. 일관되고 건강한 훈육방식도 중요하죠. 또한 부모님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의를 마치며 양선아 기자는 노래를 하나 들려주었다.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노래듣기: http://tvcast.naver.com/v/976641)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많은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양선아 기자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응원과 위로의 말을 건네며 강의를 마쳤다.
“우리가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사에서 딸은 결국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건 진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잘하고 있어요.”
신연선
읽고 씁니다.
iuiu22
201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