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그림 공부를 하던 작가 실키는 카페나 버스에서, 노트나 영수증에 끄적거린 그림(doodle)들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이국적이고 거친 선을 가진 실키의 만화들을 모은 『나 안 괜찮아』의 매력은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속 시원하게 우리의 속마음을 대변해주는 촌철살인의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다. 2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작가의 단컷 또는 2, 4컷의 만화들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나와 감정을 공유하며 시니컬한 블랙코미디로 누구나 갖고 있는 내면의 지질함과 말로 표현 못 할 미묘함을 짚어냈다.
3년 전부터 SNS에 연재한 만화가 책으로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저는 출판 경험도 없었고, 그림을 SNS에 올린 것이 전부여서 저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한 마음이 컸습니다.
처음엔 작은 낙서를 올리던 것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덕분에 책으로까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SNS의 힘이 참 큰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 많은 분들께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아직 저에게는 많이 어색합니다. 프랑스에서 제 책을 받아보았는데, 옆에 놓인 이 책에 제 이름이 쓰인 것이 너무 신기합니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작가님의 글과 그림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작업하실 때 제일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혹시 내가 다루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지 가장 걱정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차별하게 될까 봐 각별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작업을 할 때에 최대한 비속어나 유행어, 은어를 쓰지 않으려 합니다. 10년 뒤, 제 자신은 많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 다시 봐도 큰 위화감이 없는 만화를 그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 들은 얘기들 혹은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려 하되, 사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영감을 받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많은 수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바꿔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보람찰 때는 언제셨나요?
보통 혼자 있는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곱씹거나 멍하니 있다가도 무언가 갑자기 떠오르면, 한참을 되새기다가 만화로 그립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한 번에 많이 그리기도 하고, 한동안 못 그리는 시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만화를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만났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제 만화에 소중한 의견을 주시거나 작게나마 힘이 된다고 하실 때, 저의 이야기와 같지는 않지만 결코 다르지 않을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느낄 때 정말 큰 보람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인도에서 그림 공부를 하셨다고 저자소개에 쓰여 있는데, 인도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학생으로, 여행자로 그리고 인도에서 사는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인도는 각각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반면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보고 경험했습니다. 그런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나 안 괜찮아』는 이렇게 읽으면 좋다 하는 독서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
책을 구입하셨다는 메시지와 사진을 종종 받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읽을 것이라는 글 중에서 자기 전에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말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많이 피곤하지만 이대로 잠들기는 아쉬울 때 잠시 무거운 일은 내려놓으시고 가벼운 마음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목인 『나 안 괜찮아』는 지금 괜찮다고 말할 수 없는 독자들에게 와 닿은 것 같습니다. 본문에 실린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데, 이 제목은 어떤 생각으로 짓게 되셨나요?
힘들고 피곤할 때 제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암시를 걸기 위해서 가수 진주의 <난 괜찮아>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마음이면 다르게 보이듯이 노래 가사가 자꾸 제게는 ‘나 안 괜찮아- 나 안 괜찮아’로 들리더라고요.
누구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들어본 지가, 솔직하게 나 안 괜찮다고 대답한 지가 참 오래된 것 같습니다.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일 수도, 혹은 이 사람과의 관계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서문에 적었듯, 이 대답을 들은 상대방의 반응으로 관계의 깊이를 실감하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세상 속에서 ‘나 안 괜찮아’라는 말로 잠시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앞으로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으신지, 또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처음에는 SNS에 영수증이나 작은 흰 종이, 종이컵 등에 그린 정말 작은 낙서들을 올렸습니다. 외국인들이 보아도 그림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대사 없이 한번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깊고 넓은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 성실하고 꾸준하게 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길고, 조금 더 사적인 얘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 출판과 『나 안 괜찮아』 2권을 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독자 분들께서 많이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이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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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괜찮아실키 저 | 현암사
하루에도 수십 번은 “그래서 어쩌라고?”가 절로 나오는 갑갑한 상황들. 그런 마음속에 들어왔다가 나간 것처럼 꼭 집어주는 만화가 실키의 그림 에세이 『나 안 괜찮아』가 출간되었다. 성별도 나이도 없는 『나 안 괜찮아』 속 캐릭터들에게서 답답한 일상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