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갈수록 팍팍해져간다. 이와 함께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진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힐링’이라는 콘셉트로 등장했던 많은 도서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책 목록에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가 포함되었다. 제목만으로도 공감과 위로를 부르던 박광수 작가의 도서들이다. 그가 이번에는 『LOVE』라는 제목으로 돌아왔다. 사랑이 사치라는 시대, 사랑이 희미해지는 듯한 지금. 왜 하필 『LOVE』일까? 박광수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책 제목이 『LOVE』이 무척 인상적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전작들 제목과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는 제목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으실 듯 합니다.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가 ‘사랑’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사랑에 관한 조각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 ‘언제’가 바로 지금이 되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본문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제목도 본문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는 책의 제목에도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제목에 사랑이란 단어가 들어가게 짓고 싶어서 처음 제목을 지을 때 사랑이란 단어 앞뒤로 여러 가지 단어들을 넣어봤습니다. 여러 단어와 문장을 붙여보며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사랑을 설명하는 데에는 ‘사랑’이란 단 두 글자의 단어만큼 훌륭한 것은 없었습니다. 자꾸 무언가를 붙이면 붙일수록 사족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랑이란 제목이 가장 불안정하면 가장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에 관하여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아요. 특히 띠지에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당신을 사랑한 일이다’라는 말이 참 와 닿았는데요. 사랑으로 주제를 잡은 이유가 있으실까요?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란 유행가 노래 가사처럼 살면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사랑이고, 또 그 사랑 때문에 다시 일어나기도 합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해 내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고, 삶을 끝마쳐도 끝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루어지든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일지도 저 혼자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라면 다른 어떤 것이 주제가 되어야 할까요?
‘그 아이한테 가서 ‘짱개 하나 우동 둘’ 이라고 말해봐. 그럼 너한테 관심을 가질 거야. 라는 구절이 있어요. 작가님께 사랑의 기억은 어떤 것인가요?
저의 첫 사랑의 기억이자, 짝사랑의 기억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첫 사랑과 짝사랑은 순탄치 못하죠. 저에게도 어떤 의미에서는 참 아프고 아쉬운 기억입니다. 하지만 말이죠. 이만큼 살아보며 좋은 집도, 좋은 차도, 세상의 맛난 음식도 경험해봤지만 살며 가장 좋았던 것은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입니다. 세상 모두가 사랑이 이제 너무 흔하다고 느끼고 말하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사랑’을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면서, 잘 속아넘어가는 눈이 아닌 손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랑의 질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고요. 저에게 사랑의 기억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주 오래된 혹은 가장 참신한’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이 기억은 첫 사랑이기에 가장 오래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저에게 영감을 주고,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참신하고 새로운 것이기도 합니다.
고풍스러운 표지부터 내지 그림까지 사랑의 주제와 꼭 어울리는 그림들을 그리셨는데요.
어떤 장면의 그림을 가장 신경 쓰셨어요? 그림 작업 하시면서 가장 생각나거나 의미 있던 그림이 있나요? 페이지를 디자인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디자이너 출신의 만화가이자 작가인 까닭에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일임합니다. 다만 디자인이 시작되기 전에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을 충분히 디자이너에게 설명합니다. ‘LOVE’ 책을 만들 때는 내지는 어떤 방향이든 표지만큼은 고서의 느낌을 담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사랑은 가장 참신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개인사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는 여자 분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그 단어를 들으면(저만 그럴지도) 반사적으로 첫사랑을 떠 올립니다. 내 마음 깊은 구석 책장에 꽂혀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 푸른곰팡이 먼지가 덮어있을 만큼 잘 꺼내 읽지는 않지만 버릴 수도 잊혀 지지도 않는 기억의 책 “사랑‘입니다. 그 책의 디자인은 무조건 고서 같은 느낌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소설 ‘소나기’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그린 징검다리를 넘는 소년 소녀의 그림이 가장 좋았습니다. 왜 좋았냐고요? 그냥 좋았습니다. 소년 혹은 소녀란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 발음하면 입 안에 싱그러움이 가득해집니다. 아마 그림을 그리며 그 시절이 생각나서 좋았을 거라고 유추합니다.
책에 다양한 색들이 녹아있는데, 유달리 붉은 색이 많이 보입니다. 프롤로그도 그렇고, 표지의 LOVE의 색상과 띠지의 무늬 등에서 빨간색이 자주 보이는데, 그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제 사랑의 색을 기억하면 ‘빨강’입니다. 사랑하던 이와 헤어졌던 어느 날, 그 날은 눈이 많이 와서 거리가 온통 흰색이었습니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음악이 울려 퍼지고, 모두가 기쁜 마음에 들떠 있을 때 저는 사랑의 시련으로 저 혼자 괴롭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코 밑으로 뭔가 뜨거운 것이 느껴졌고, 눈으로 하얗게 된 바닥에 코피가 뚝 뚝 떨어졌어요. 그 빨강색 피를 보며 생각했어요. “너를 잃었구나, 모두가 기뻐하는 이 계절에 너를 잃었구나......,”라고. 그 기억 때문인지 저에게 사랑은 늘 붉은 색이예요. 그 때의 그 코피처럼.
사랑이 사치가 되는 시대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에 대해 마음을 닫아 건 사람들도 많고요. 사랑을 피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 드려요.
사랑에 마음을 닫아 건 다고요? 그 말을 사랑이 들으면 웃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죠. “닫아 걸 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난 어쨌든 들어갈 테니까.”라고요. 닫다진다고 닫아 지면 그건 사랑이 아닐 겁니다. 사랑은 무자비해요. 그 어떤 걸로도 막을 수 없어요. 쓰나미 같은 거예요. 당신이 마음의 문을 닫아 둔다고 해도 당신까지 다 휩쓸고 지나갈 거라고요.
사랑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쉽게 느껴지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 일 텐데요.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혹시 한마디 해 주시고 싶다면요?
간절하다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을 만나지 말고, 내가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세요. 당신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면 그 사람은 당신과 사랑에 빠질 거예요. 또한, 『LOVE』를 읽고, 읽은 분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노라고 고백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 마음을 전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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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박광수 저 | 베가북스
지난 100년 간 사랑을 불렀던 시인들의 노래와 명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성을 더한 작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어우러져 몇 미리 정도의 눈물을 더한다. ‘사랑’이란 단어로 세상의 모든 사랑을 담을 수 없지만, ‘사랑’이란 두 글자도 시가 되는, 잊고 지낸 눈부신 삶의 아름다움이 우리를 마주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