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계속된다, 죗값을 치를 때까지! - 연극 <술래잡기>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그 속에 감춰진 서글픈 진실!
글ㆍ사진 임나리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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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 심리 서스펜스 연극 <술래잡기>


이야기는 밀실에 갇힌 한 쌍의 남녀로부터 시작된다. 서로를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같은 공간에 감금되었고, 공포에 사로잡혀 탈출을 시도한다. 자신들을 납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낯선 공간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혼란의 한 가운데에서 여자(강수정)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 둘일까?’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한 공간에 가둬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신상 정보를 알아가지만 이렇다 할 접점은 없어 보인다.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강대수라는 것과 아내와 사별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때, 방 안의 모든 불빛이 꺼지며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시 밝아진 밀실 한 가운데에는 의문의 상자가 놓여있고, 그 속에는 두 사람의 과거를 짐작케 하는 단서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마침내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의 이름은 오수련.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인격)를 앓고 있는 송지아의 보조인격이다. 방어적인 송지아와 달리 거침없는 언행을 보여주는 오수련의 등장 앞에서 강대수는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한 사람 같은 두 사람, 두 사람 같은 한 사람’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또 하나의 진실이 밝혀진다. 밀실 감금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TV 화면 속에서 산타의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송지아가 다중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강대수가 살인죄로 13년간 복역했던 사실을 밝힌다. 뒤이어 ‘이제부터 게임이 시작된다’는 말과 함께 꼭꼭 감춰두어야 할 ‘선물’을 남기고 사라진다. 마주앉은 세 사람은 서로가 가진 퍼즐의 조각을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하나 둘 밝혀지는 것은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다. 송지아는 11살의 나이에 고아원에 맡겨진 후 변태 성욕을 가진 원장에게 희생당해야 했고, 그 시기에 오수련이라는 새로운 인격이 태어났다. 강대수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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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강대수와 송지아, 그리고 오수련. 세 사람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했다. 그들이 꿈꿨던 가족의 모습은 애초에 그곳에 없었거나, 혹은 철저히 와해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감금한 산타는 ‘당신들 가운데 누군가는 과거에 용서받지 못 할 죄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그가 죗값을 치르면 이 게임은 끝난다’는 말도 덧붙인다. 관객의 시선으로 볼 때 세 사람은 타인의 무관심과 오해로 상처 받아온 피해자일 뿐이지만, 산타는 그 가운데 가해자가 숨어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해 관객은 퍼즐 맞추기를 시작한다. 슬쩍 드러났던 단서들을 모아 세 사람의 관계를 추적하려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섣부른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바로 그 지점에 연극 <술래잡기>의 재미가 숨어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묘미가 있다.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 진실은 폭발하듯 쏟아진다. 객석에서 짧은 탄식이 새어나올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세 사람 사이에 감춰져 있던 사연을 알게 되면 충격을 넘어서는 서글픔이 찾아 든다. 재미와 여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연극 <술래잡기>는 대학로 댕로홀(구 두레홀1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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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