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에 이어, 요즘에는 혼자 영화 관람하는 것을 뜻하는 ‘혼영’이나 혼자 여행하는 것을 뜻하는 ‘혼행’이라는 말도 쓰인다. 혼자 여행할 때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유익함이 있다. 바로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상에 치여 살다보면 정작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것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음악치료사가 잠시 일상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낸 기록이다. 어쩐지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고 사람에게 지쳐 있던 저자는 일본 도야마의 산속마을에서 며칠간 머물며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과거에 만났던 많은 인연들을 다시 기억하거나 훌훌 떠나 보낸다. 그리고 마음 깊이 스며 있던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고 점차 회복해나간다.
저자 구수정은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고, 박사를 수료했다. 한때 ‘영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국가지원금을 받았다. 3대륙 여행, 연주여행, 국제교류봉사, NYU교환학생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꽤 다녔고 오스트리아 크램스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얼마간 지낸 적이 있다. 국립서울병원, 연세암병원, 삼육서울병원에서 음악치료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서울시여성보호센터 치료사다. 특수학교, 대학교를 비롯해 기업의 사원 연수 프로그램 등에서 강연하고 있다.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의미심장한 제목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혼자’라는 것은 참 다양한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한국 사회가 급변하게 되면서 짧은 시간에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했잖아요. 게다가 학교나 취업 문제로 1인 가구가 늘고 3포세대를 넘어 5포 세대가 되었죠. 그 과정에서 ‘혼자’는 부정적이기도 긍정적이기도 한 단어가 되었어요. 사실 책에서는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혼자’보다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인데, 그 ‘함께’도 ‘혼자’ 있어 봐야 소중한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혼자 자신을 돌아보고 다독이는 시간을 견뎌내야 주위 사람들도 보이게 돼요. 그래서 ‘계속’ 혼자 있는 것보다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책이 나온 후 주위 사람들이 ‘자주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라고 패러디를 하기도 하는데 살펴보면 거의 기혼자더라고요. )
음악 전공을 하셨는데 어떤 악기를 전공하셨나요?
해금을 전공했습니다. 두 줄의 국악기이고, 활을 쓰는 악기에요. 요새는 광고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들리는 소리예요.
연주자에서 음악치료사로 터닝포인트를 하게 되었는데 어떤 계기로 인해서 치료사가 되었나요?
책에서도 밝혔듯이 다른 일을 해보려고 여기저기 면접도 보고 이력서도 내 보았습니다. 잘은 안 되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군가 길을 정해 준 것처럼 음악치료사의 길은 술술 잘 풀렸어요. 처음에는 어머님의 추천으로 그저 자격증이나 따 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임상에 나가보니 제가 타인의 불편한 모습을 잘 포착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연주자 활동을 할 때는 이 음악을 완벽하게 완성시키는 것에 몰두했다면 음악치료사는 지극히 개인적이에요. 완벽한 연주보다는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 하는 라포 형성이 중요했고, 그러려면 관찰을 잘해서 좋아하는 것을 내가 알아채야 했죠.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하다 보니 임상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오히려 간호사 선생님이나 미술치료, 특수 교육하는 분들이 제 임상을 참관하겠다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알았죠. ‘나는 관찰을 잘하는구나’라는 걸요.
본문에 고양이 일러스트가 있는데 직접 작업하신 건가요?
직접 작업하였습니다. 저는 여행을 갈 때 늘 색연필과 그림 노트를 챙겨 갑니다. 도야마에 갔을 때도 역시 가져 갔고요. 가기 전에 여행 계획을 빡빡하게 잡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많아서 이번 여행에서는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한 장씩 그리게 되었어요. 저는 손이 빠르지 않은 편이라 완성시키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고양이를 그리게 된 이유는 어떤 이유인지 궁금합니다.
고양이를 그리게 된 이유는 사실 가와사키 아저씨 집에서 무얼 그려 볼까 도구를 펼치고 있는데 르네 녀석이 피아노 위에 떡 하니 앉아 저를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마치 자기를 그려달라는 것처럼. 그래서 그 그림이 첫 그림이 되었어요. 르네는 스케치를 다 마칠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서 있었어요. 참 신기한 일이죠. 색깔도 고르고 선을 다듬고 이제 좀 되었네 싶을 때 몸을 부르르 털더니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르네를 그리면서 다른 고양이들도 그려볼까 하고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습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두기도 하면서 세 마리 골고루 그리려고 노력 했어요. 실은 책에 실린 것은 일부입니다. 구도를 잘 못 잡아 망한 그림도 있고, 꽤 잘 그렸는데 내용 전개상 빠진 그림도 있어요. 그런데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느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고양이 얼굴을 캐릭터에 맞게 그리는 것이 너무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코냥의 얼굴이 눈을 감아도 생각날 정도였어요.
글에서 주는 메시지가 치유인데 왜 하필이면 일본 도야마로 치유여행을 하게 되었나요?
‘왜 하필이면’ 하고 물으신다면 정말 우연이라고밖에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당시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고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많이 소진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스페인에 사는 친구가 오라고 했으면 아마 스페인으로 갔을 거예요. 그런데 책에도 등장하는 영호 아저씨가 저의 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채 주시고 흔쾌히 불러주셨기 때문에 갈 수 있었죠. 사실 어디를 여행하든 책의 내용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만난 가와사키 아저씨의 가족들과 고양이들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 주었죠. 어느 여행보다 대화도 많았고 접촉도 많았고, 또 열려있었으니까요. 하얗게 덮인 눈 또한 저를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는 순간이죠.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글을 쓰시면서 염두에 둔 독자는 누구였나요?
처음 시작은 나를 치유하기 위한 ‘자기분석서’였어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맺기, 제가 애인이라 부르는 인간관계에 관한 사건들, 아버지와의 갈등, 첫 기억, 가족의 죽음 등을 쓰고 보니 누구나 겪어 봤음직한 일이더라고요. 일부분이든 큰 부분이든. 이런 자기분석적 이야기가 여행이라는 큰 축을 두고 풀어내게 되었어요. 일단은 제 나이 또래가 많은 공감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학업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고 정신 없이 달려왔었으니까요. 또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독자라면 연령 불문하고 공감 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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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구수정 저 | 별글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음악치료사가 잠시 일상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낸 기록이다. 어쩐지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고 사람에게 지쳐 있던 저자는 일본 도야마의 산속마을에서 며칠간 머물며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과거에 만났던 많은 인연들을 다시 기억하거나 훌훌 떠나보낸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