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스마트폰 대신 시 한 편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시를 읽고, 책을 읽어야 합니다. 마음이 단단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내면의 아이를 만나 순수성을 찾게 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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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주는 위로의 힘을 믿는 신현림 시인이 마음을 다독이고 내면을 성찰하는 시 91편을 골라 담은 『시가 나를 안아준다』가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괴테, 틱낫한, 니체부터 윤동주, 신동엽, 정호승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 레이먼드 카버, 에쿠니 가오리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신선한 시들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되 울림이 있는 시들을 엄선했다.

 

또한 이미지가 살아 있는 시를 쓰는 시인이자 시적인 사진을 찍는 사진가인 저자는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비파 작품들을 중심으로 시와 그림을 함께 실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가 나를 안아준다』는 잠들기 전 스마트폰 대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 한 편을 읽으며 나를 안아주고 도닥여주는 시간을 갖게 한다. 안팎으로 지치고 힘든 때에 시를 통해 위로와 공감, 그리고 성찰의 힘을 전하고 있는 신현림 시인을 만나보았다.


시인님에게 '시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숨을 쉬는 것과 같아요. 시인이라서가 아니라, 시를 알려들지 않고, 읽지 않고 사는 분들이 신기해요. 여기서 시는 퀄리티 높은 시를 말합니다. 퀄리티가 높으려면 치열하게 동시대인들의 가슴을 꿰뚫고 들어가 꿈과 절망을 건져 올려야 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탐구를 많이 할수록 시는 탄탄하고, 상상력도 깊고, 활달한 필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 선하고, 깊어야 감동을 줄 수 있어요. 많이들 시를 쓰지만, 아무나 시인은 아니거든요.

 

점점 더 시를 읽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시를 읽는 것이 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시를 읽고, 책을 읽어야 합니다. 마음이 단단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내면의 아이를 만나 순수성을 찾게 됩니다. 시만이 아니라 소설 등 전반적으로 책을 안 읽어 큰 걱정입니다. 떠다니는 정보만 찾지, 깊이 있는 생각과 탐구가 약해지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얄팍해지고 상상력이 빈약해지면, 석유 한 방울도 안 나는 나라에서 무엇으로 제4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지 염려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라도 시적인 향기, 시심을 그리워하고 찾고 있음을 저는 느낍니다. 그래서 절망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베갯머리에서 시를 읽으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아, 오래전부터 나는 이 책을 원했던 거야.’ 이런 감탄이 나오게끔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서문부터 각 부의 줄글을 어떻게 쓸까 너무나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수준 높은 시들과 어울리면서 시들을 묶어주고, 자유롭게 해주는 줄글을요.


우리가 무한경쟁에 치여 그저 달리기만 하다 놓치는 면이 있습니다. 놓치는 것들이 무언지 가슴 아파하고, 그리워해야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찾아준 좋은 시 500여 편에서 편집자들이 91편을 골랐어요. 제가 그동안 냈던 시모음집 시들이 겹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책을 내도 그래야 합니다. 그러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책과 자료를 뒤져봐야 했던지, 하나하나 얘기하면 놀라실 겁니다. 시 번역도 다 다듬었습니다. 원서가 있으면 대조도 하고요. 제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게 무진장 다듬습니다. 우리 편집자도 엄청 꼼꼼히 교정을 봤어요. 그 꼼꼼히 살핀 시들의 공통 컨셉은 “영성”이었어요. 요즘 사람들이 바쁘게 살다보면 놓치거나 약해지는 부분입니다. “영성”의 뜻이 어렵게 느껴질까 싶어 아예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영혼의 성장’을 다룬 시를 찾아야 했어요. 이것이 어떻게 더 커지게 할까를 고민했어요.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영혼의 성장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야 하고, 어렵지 않으면서 깊고 고결한 시인의 마음이 보여야 했어요.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으로 바꾸게 하는 시엮음집이길 꿈꾸고,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정말 이 책은 머리맡에 두고 보고 또 보게 됩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이해인 수녀님이 정확히 봐주신대로요.


“어디선가 많이 본 게 아니라 시인인 저자가 새롭게 발견해 신선하다. 마음이 좀 더 선해지고 삶에 대한 감사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행복해지는 고마운 책!”

 

『시가 나를 안아준다』에 소개된 시 중에서 시인님이 가장 오래도록 읽어 온 시는 무엇인가요?


제 시겠죠(웃음) 「기억은 어항이 아니라서」라는 시는 곧 10년만에 나올 저의 다섯 번째 시집에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네루다 시들을 좋아해서 이 책에도 시 2편이 있어요. 「마음을 굳게 먹고」와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입니다.

 

『시가 나를 안아준다』는 시와 그림을 함께 보고 읽을 수 있어 좋은 책입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예술인 시와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이유가 있을까요?

 

최고의 기쁨을 드리고 싶었어요. 결핍감에 휩쓸리지 않고, 본래의 충만함을 되찾아드리고 싶었어요. 과학문명은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를 나누고 멀리 떼어놓았다고 생각해요. 그 떨어진 자신이 다시 하나가 되려는 무의식적인 열망이 원시시대부터 있어왔어요. 동굴벽화를 보더라도 그림과 문자가 한 장면에 놓여있어요. 수많은 냇물을 보다가 하나로 이어진 큰 바다를 생각할 수도 있어요. 떨어진 것이 하나가 되면 마음이 편안하거나 즐겁고 환희에 찹니다. 그런 최고의 기쁨을 이루게 돕는 것이 통섭이라 봅니다. 저는 시와 그림이 하나로 어우러져 최고의 기쁨을 드리고 싶었어요.


뭐든 이름만 바뀌는 듯한데, 오래전 ‘퓨전’과도 닮았을 통섭. 이 통섭을 적극적으로 품고 가려는 시대적인 분위기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멀어져 자유롭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 멀어짐은 다시 속하려는 운명을 지녔듯이 모든 떨어져 나가던 것은 다시 하나 속으로 돌아가는 속성이 아닐까요. 그것은 최고의 기쁨, 환희, 매혹을 가지려는 본능과 통합니다.

 

시와 그림을 고르는 시인님만의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새로움과 감동과 개성입니다. 시 한편 한편이 뭉쳐 한 권으로 단단하고 심플해야 미학적인 성공을 이룹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거의 다 시적입니다. 또 하나의 일관된 콘셉트로 엮어져야 합니다. 되풀이되는 말입니다만,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영혼의 성장’, 즉 영성을 지지대로 삼았어요. 여러 뜻풀이가 있겠지만, 어떻게 영혼이 더 깊고 커지게 할까.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영혼의 성장을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야 하고, 어렵지 않으면서 영혼을 울려야 하고, 시인의 깊고 고결한 마음이 보여야 했어요. 자기 영혼을 고결하게 만들지 않고서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없음을 깨달은 시인이어야 해요. 그 깨달음은 상당히 무의식적이어서, 철저히 장인정신, 치열함에서 나옵니다. 시인이 시 쓸 때만큼이라도 참으로 순수하고, 고결하길 꿈꾸면 꿈대로 흘러간다고 믿어요. 저도 시 쓰기 전에 기도를 하고 그래요. 나를 내려놓아야 시도 잘나오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시를 골랐어요.


그림은 제가 미술을 전공했고 오래 탐구해온 이력으로 순수함, 영적인 느낌, 모던한 감각이면 좋겠다 싶어 폴 클레를 골랐어요. 아니 평소 시간 날 때마다 맘에 드는 작품들을 모읍니다. 근데 막상 시와 매칭하니까, 직관적으로 아닌 것도 많아서 그중 일부만 살렸어요. 다 버린다는 것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구정 명절도 반납하고 다시 그림을 찾는 고난이 있었어요. 힘들면서 즐거운 고난.


이후 폴 고갱의 영향을 받고, 추상과 비구상미술발전의 바탕이 된 나비파 그림들을 중심으로 앙리 마르탱 외 인상파 화가 중 감동적이고, 내면적인 작품을 골랐어요.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이 책에서 특별히 추천해 줄 만한 시는 무엇일까요?


거의 다지요. 그래도 고르자면 볼프 비어만의 「격려」, 앨리스 워커의 「아무것도 바라지 마렴」, 마야 엔젤루의 「천사의 손길이 닿는다면」, 신동엽의 「그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 신경림의 「떠도는 자의 노래」 등등요.

 

독자분들이 『시가 나를 안아준다』를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십니까?

 

머리맡에 두고 읽으면서 스르르 잠잘 수 있으면 좋겠어요. 코도 골면서. (웃음) 잠꼬대로 시를 읊으셔도 좋구요~ 그러면 시들이 더 많이 독자들을 안아줄 겁니다. 새날 새아침을 준비하면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시가 나를 안아 준다 신현림 편 | 판미동
시가 주는 위로의 힘을 믿는 신현림 시인이 마음을 다독이고 내면을 성찰하는 시 91편을 골라 담은 『시가 나를 안아준다』가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자신의 영혼을 만나거나, 힘들 때 영혼을 쉬게 하는 쉼터가 시”라고 생각한 저자가 단순히 위로와 힐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성장까지 이끌어 줄 수 있는 시와 그림을 엄선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시가 나를 안아준다 #신현림 #시 #시인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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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helm

2017.04.04

시인님이 추천해주신 책 꼭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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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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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인, 소설가, 사진가, 1인 출판 사과꽃 대표. 경기 의왕에서 태어났다. 미대 디자인과 수학 후 아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상명대학교 예술 디자인 대학원에서 비주얼아트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사, [텍스트와 이미지]로 강사를 역임했다. [현대시학]으로 등단, 2019 문학나무 가을 호에 단편소설 「종이 비석」 추천 당선 발표했다. 시집 『지루한 세상에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에 아픈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 『반지하 앨리스』, 『사과꽃당신이 올 때』, 『7초간의 포옹』, 『울컥, 대한민국』이 있다. 예술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애인이 있는 시간』, 『엄마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등 다수의 에세이집과 세계시 모음집 20만 독자 사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아들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시가 나를안아 준다』, 『아일랜드 축복 기도』 등을 출간했다. 동시집 『초코파이 자전거』에 수록된 시 「방귀」가 초등 교과서에 실렸다. 영국출판사 Tilted Axis에서 한국 대표여성 9인으로 선정되었고, 사진작가로서 세 번째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으로 2012년 울산 국제사진 페스티벌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사과던지기 사진작업 ‘사과여행’ 시리즈를 계속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