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면 놀이가 즐겁다
많이, 긴 시간 놀아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님을 놀이로부터 멀어지게 해요. 이렇게 되면 즐거운 놀이가 되기보단 ‘이왕 놀이하는 거 놀이 시간에 뭐라도 가르쳐줘야지’라며 교육적인 놀이가 돼버리죠.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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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놀아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장난감만 잔뜩 사주고 있다면? 다음에 뭔가 특별한 걸 해주면 되지 하고 아이와의 놀이를 뒤로 미루고 있다면?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의 저자 노은혜는 이런 부모들에게 아이들에게 놀이란 ‘밥’과 같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한다. 특별한 이벤트로서의 놀이보다 매일 함께하는 10분이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는 데 더욱 의미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노은혜 저자는 ‘혼자’ 변화하기가 힘든 부모들과 ‘같이’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는 부모 교육 전문 같이변화연구소의 소장이다. 놀이 지도 상담사이자 언어 치료사로 다년간 활동하며, 여러 기업과 단체, 어린이집에서 올바른 놀이 교육, 언어 지도, 부모의 상처 치유 등을 주제로 강연을 다니며 꾸준히 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오래 놀아주기보다 매일 10분을 놀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아이한테도 부모와 함께 노는 시간이 10분이면 되나요?


그럼요, 하루 10분 놀이는 부모님의 신체적, 정서적 부담감도 줄여주지만 무엇보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영향을 준답니다. 부모님들이 가정에서 아이와 놀이하며 힘든 점이 많죠. 그래서인지 부모님들로부터 ‘언제까지 아이와 놀이해야 해요?’, ‘하루에 얼마나 놀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놀이가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아주곤 싶지만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 놀이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죠.


많이, 긴 시간 놀아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님을 놀이로부터 멀어지게 해요. 이렇게 되면 즐거운 놀이가 되기보단 ‘이왕 놀이하는 거 놀이 시간에 뭐라도 가르쳐줘야지’라며 교육적인 놀이가 돼버리죠. 놀이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하루에 단 10분만 놀아도 된다고 말하면 부모님들은 처음에 의아하시며 ‘정말 10분만으로 놀이 효과가 있나요?’라고 되물어보세요. 하지만 실제로 10분 놀이를 해보면 그 10분 안에는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게 되고 순수한 놀이가 이뤄질 수 있어요. 10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면서 부모가 놀이의 부담감을 내려놓게 되니 놀이를 매일 실천하게 되고 전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풍부해진다는 것이죠.

 

시기별로 뇌를 발달하는 자극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따라 놀이도 달라야 할 것 같은데요. 시기별로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을까요?

 

우선, 0-1세 때는 아이들이 많은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1-2세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아이의 자율성이 발달하는 시기이니만큼 아이가 시도하고 성취할 수 있는 놀이를 함께 하면 좋겠죠. 2-3세에는 아이의 흥미에 따라 부모가 아이의 놀이에 참여하면서 아이 스스로 도전할 수 있는 놀이가 좋답니다.


사실 연령대에 맞는 놀이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결정적 시기에 아이와 함께 눈빛과 감정을 나누고 즐겁게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 자체가 놀이가 되죠. 그런데 부모가 ‘결정적 시기이니 이런 걸 해줘야 해’라고 마음에 부담을 가지고 놀이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어요. 그저 아이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고 아이와 매 순간을 나누면 그것이야말로 아이의 결정적 시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이랍니다.
 
가르치려는 욕심이 아이를 망친다(75쪽)고 하셨습니다. 교육과 놀이를 분리해야 할 이유와, 놀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교육인 예시를 들어주세요.


예를 들자면 놀이 중에 아이의 인지 발달을 점검하기 위해 부모가 ‘이거 뭐야?’, ‘무슨 모양이야?’, ‘무슨 색이지?’라고 잦은 질문을 하거나, 아이의 자연스런 반응을 끌어내기보다 ‘엄마 아빠 따라 해봐’라고 하면서 놀이를 주도하려고 할 때가 있어요. 이런 게 바로 놀이가 아닌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부모님들이 교육을 담은 놀이를 하고 있어요. 놀이에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들어가면 가장 먼저 아이가 ‘엄마 아빠가 나랑 노는 게 아니라 뭐를 자꾸 가르치려는구나’라고 본능적으로 알아채지요. 이런 놀이 시간은 아이들이 피하고 싫어하기 마련이에요. 부모가 의도한대로 아이가 따라주지 않을 때 부모의 좌절감만 키워요.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와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게 됩니다.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고 부모는 아이의 반응에 참여하는 역할을 하면서 즐거움이 가득해야 비로소 참 놀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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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노는 아이들, 놀이 시간이 적은 아이들일수록 스마트폰에 중독되기 쉽다고도 하셨습니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이상, 처음부터 차단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우선인 걸까요?

 

요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접하게 되지요. 이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면 아마 엄청나게 반발을 할 거예요.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놀이 도구거든요. 현란한 영상물, 재미있는 소리 자극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엄마 아빠처럼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하지도 않고, 보기 싫은 곳을 보라고 재촉하거나 요구하지 않아요. 아이가 스스로 손가락으로 조작하면 작동하니 주도권도 온전히 본인에게 있고 누군가의 간섭과 참견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아이들이 더욱 빠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스마트폰을 한 번에 차단하기보다 처음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하고 놀이할 수 있는 도구로써 활용하길 권해드려요.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함께 즐기는 등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면서 놀이 시간을 차츰 늘려가는 것이지요. 그러면 아이의 거부감도 점차 줄어들고 놀이에 대한 흥미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줄여나갈 수 있어요. 단, 스마트폰처럼 부모님들도 온전한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고, 스마트폰만큼 즐겁고 편안하게 놀이를 해야 아이가 스마트폰보다 부모님과의 놀이 시간을 더욱 즐거워하겠죠?

 

혼내거나 훈육하는 방법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훈육을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사랑의 기술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제대로 행동을 바로잡아줄 수 있을까요?


훈육을 사랑의 기술이라고 한 이유는 훈육하는 시간 동안 부모의 인내력과 참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눈물과 고통을 부모가 먼저 견뎌낼 수 있어야 해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는데도 훈육 과정이 마음 아프다는 이유로 일관성 없이 대한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은 더욱 심해지게 돼요. 훈육할 때는 무엇보다 일관적인 태도가 가장 중요해요. 같은 행동인데 어떨 때는 행동을 수용해주었다가 어떨 때는 규제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일관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오히려 전보다 더 심하게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면서 자신의 요구를 주장해 더 큰 훈육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어른들은 항상 피곤합니다.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건 어찌 보면 노동이 될 수도 있는데요. 어른의 입장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주신다면?

 

무엇보다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면 즐거움이 생겨나요. 놀이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그 과정이 전혀 즐겁지 않죠. 오랜만에 만난 절친한 고향 친구와 수다 떨 때를 한번 생각해볼까요? 그 친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려고 하지도 않고 제안하거나, 평가하려고 하지도 않죠?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잖아요. 오히려 이 상황에 사업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친구를 비판한다면 그 시간이 불편해지고 친구와의 관계도 서먹서먹해지겠죠.


아이와의 놀이도 마찬가지예요. 오로지 그 상황을 즐겁게 나누며 같은 공감대를 주고받는다고 생각하고 접근해보세요. 자녀이기 때문에 조금 더 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다른 첨가물들이 아이와의 관계에,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부담감도, 욕심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거예요.

 

같이변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같이변화연구소란 무엇이며, 저자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같이변화연구소란 이름 그대로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변화를 이루는 연구소예요.


저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어요. 아프고 숨기고 싶었던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였죠.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심리적, 정서적으로 타격을 받아 성인이 되어서까지 내면의 성장과 치유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가정에서 부모가 올바르게 서지 못했을 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건 자녀라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기에 어릴 때부터 부모의 역할에 대해 참 많이 고민했어요. 그 고민이 치료사일을 하게하고 부모 교육을 하게 만든 계기이자 원동력이 되었죠.


같이변화연구소에서는 부모 교육뿐만 아니라 저와 같이 내면의 상처 입은 사람들의 내면 치유와 삶의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같이변화연구소에서 새로운 신뢰와 사랑을 경험해 이 사람들이 속한 가정과 사회가 회복되는 치유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저의 계획이에요. 저를 필요로 하는 많은 곳에 쓰임 받길 바라며 집필과 강연 활동도 꾸준히 할 예정이니 앞으로 더욱 자주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 노은혜 저 | 갈매나무
요즘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려 뛰어 노는 것보다 스마트폰과 노는 데 훨씬 익숙하다. 놀이 지도 상담사이자 부모 교육 전문가 노은혜는 그 원인을 일상생활에서 꾸준한 놀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보모로 삼아 아이와의 놀이를 미루는 부모들에게 생각의 전환점이 되어줄 조언과 함께 바로 지금 따라할 수 있는 쉽고 실용적인 놀이 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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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혜

작가, 언어치료사이자 심리상담사. ‘마음노아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언어치료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상담심리치료 박사과정에서 연구 중이다. 정서 조절, 가족 관계,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특히 모녀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들에게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소속 언어치료사이자 한국상담학회 전문 상담사로서 학교, 기업, 정부 산하 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성적우수자’로 표창장을 수여받은 바 있다. ‘네이버 맘키즈’, <국제i저널>, <메트로신문>에서 부모와 아이의 감정을 다룬 칼럼을 연재했고, 경상남도 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심리지원팀에 소속되어 청년들의 마음을 치유했다. 비대면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 [트로스트] 소속의 전문 상담사로도 활동 중이며, 우수 후기 상담사로 뽑히기도 했다. 비대면 1:1 맞춤 육아 코칭 플랫폼 [우리가족 심리바이블, 심바]의 대표 코치이자 김해시와 함께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상담 공간 [비상탈출 상담랜드] 총괄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주로 대면 상담을 진행하지만 전화, 텍스트로도 상담을 진행하며 지금까지 5,000회가 넘는 상담으로 치유와 회복을 도왔다. KBS 라디오 ‘말 트고 마음 트고’ 코너에 출연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는 『관계는 감정이다』, 『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나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기로 했다』, 『엄마랑 아빠랑 우리 아이 말공부』,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가 있다. 이메일 grace_slp@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grace_slp 인스타그램 maum_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