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오페라단, 성경은 옛 이야기가 아니다
요셉이 노예로 팔려 가서 갖은 고생을 하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이집트의 총리까지 되는 인간승리의 이야기잖아요. 요셉의 꿈은 성경적인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현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고난을 이기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오페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글ㆍ사진 정의정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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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음악을 주로 한 연극이다. 오페라가 되기 위해서는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음악극의 흐름을 따라야 하며, 작품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되어야 한다. 16세기 전에 있었던 종교적인 음악극도 있었지만, 이는 종교극으로 구분되고 오페라의 영역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단법인 하늘오페라단은 이런 풍토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오페라 그룹이다. 보통 오페라를 생각할 때 알 수 없는 외국의 언어로 긴 시간 동안 떠드는 지루한 극을 연상하지만, 하늘오페라단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성경 안의 이야기를 소재로 극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고자 한다. 큰 비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공연만 무대에 올라가는 상황을 뚫고 굳이 새로운 노래와 새로운 연극을, 그것도 성경의 이야기로 만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늘오페라단 단장 김정규 테너와 단원 차승희 소프라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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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차승희, 외국에서의 생활


소프라노 차승희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미국으로 이민했다. 미국에서 쭉 자라서 줄리아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시카고 오페라단의 <돈 파스코라레>의 노리나 역, 오하이오 오페라단 <라보엠>의 무제타 역, 뉴저지 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 뉴욕 오페라 앙상블의 <몽유병의 여인> 등 미국 주요 오페라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며 커리어를 다져 나갔다. 특히 줄리아드 대학은 미성년자일 때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열일곱 살에 줄리어드에 들어갔거든요. 성악 부문에는 대학원으로 많이 들어가고, 나이 어린 학생은 많이 안 받은 케이스라 최연소라고들 하는 이야기가 붙었는데, 역사상 통틀어서 최연소는 아닐 거예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오페라나 가곡 위주로 많이 하고, 기독교인이라 오라토리오 등 기독교 음악 쪽으로도 많이 활동했어요.”

 

이민 가정은 한인 교회를 통해 결속력을 느끼고 외국에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소프라노 차승희도 어린 시절 미국으로 떠나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부모님은 불교를 믿으시다가 이민 하신 후에 기독교인이 되었죠. 저도 한인 교회에 학생회에서 같이 어울리는 교제 시간도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두다가 차차 신앙에 눈을 떴어요.”

 

4월 17일 열리는 하늘오페라단 창단 기념 칼라 콘서트에서 차승희 소프라노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등 찬송가도 부를 예정이다.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이 하늘오페라단을 같이 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을까?

 

“김정규 단장님이 오페라단을 만들면서 같이 하자고 제안했었어요. 오페라에서 기독교 소재를 많이 다룬다는 게 좋아서 같이 하겠다고 했죠. 이번 음악회도 ‘요셉의 꿈’이라는 주제로 하게 되는데, 이런 방향으로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악기로 복음을 전할 수도 있지만, 노래로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사람의 목소리에 가사가 들어가면서 직접 사람들에게 전하는 방법이라 영향이 클 것 같아요. 제가 받은 성악이라는 달란트를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해서 복음화할 수 있으면 그게 축복인 것 같아서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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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적용되는 성경 이야기

 

이어 하늘오페라단 단장인 김정규 테너에게 어떻게 창단하게 됐는지 물어보았다. 김정규는 계명대 음악대학과 동대학원, 이탈리아 칼리아리 국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리옹 콩쿠르 우승, 움베르또 조르다노 콩쿠르 우승 등의 이력과 함께 이탈리아 만토바, 독일 슈투트가르트 등에서 <사랑의 묘약>, <라 트라비아타> 등을 공연했다. 교회에서 장로를 맡은 신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오페라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많은 분이 도와주시면서 작년 8월부터 실천에 옮겨 드디어 창단 공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오페라단의 첫 작품으로 세상에 작곡이 된 오페라를 만들까 하다가 첫 작품을 성경 이야기로 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베르디 이후에 성경 이야기로 큰 오페라 작품을 만든 적이 없어요. <나부코>(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바빌론에 잡혀간 히브리인들의 이야기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유명하다) 이후에 요셉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오페라를, 그것도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오페라를 사람들이 보러 올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은 김정규 테너에게는 부차적인 고민이었다. 성경의 이야기라고 해서 기독교인만 보러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아니었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도,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도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절인데, 이 상황에서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요셉의 꿈일 수 있다는 거죠. 요셉이 노예로 팔려 가서 갖은 고생을 하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이집트의 총리까지 되는 인간승리의 이야기잖아요. 요셉의 꿈은 성경적인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현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고난을 이기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오페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예요.”

 

극예술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클래식이 서양 교회 음악에서 시작한 뿌리를 생각해 봤을 때, 성악가 중에 기독교인이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많은 사람이 같이 만들어나가는 무대이다 보니 비용이 걱정될 법도 하다.

 

“교회에서 찬양 드리다가 성악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믿음 있는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나서 같이 할 수 있었죠. 오페라단을 운영하면서 사람의 지식을 가지고 운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창단 공연을 올리기까지 이끄신 이가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물론 대관비며 오케스트라비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금전적인 걸 걱정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데다 하나님이 해주실 걸로 믿고 시작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듣는 중 의문이 들었다. 하나님의 역사를 알리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왜 오페라단이었을까? 예배 말고도 문화적인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가가 곡조 있는 기도라 그랬거든요. 우리가 오페라를 통해서 찬양할 때 그 찬양이 하나님의 말씀을 멜로디로 듣는 거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전 세계의 어떠한 문화든 모든 문화는 종교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봅니다. 베르지모 오페라가 나오기 전 모든 음악극은 왕이나 신화, 성경 이야기 등으로 만들었어요. 종교를 싸고 있는 게 문화고, 그렇기 때문에 수금과 비파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게 문화라고 봅니다. 우리가 오페라를 만들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때 문화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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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해야 할 일

 

김정규 테너는 현시대의 문화에 관해서도 걱정했다. 사람의 정신을 소양하는 문화가 아니라 화를 내게 만드는 문화가 많아졌다. 지금 시대에 기독교인이 해야 할 일이 많은 이유다.

 

“문화가 결핍된 게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이유라고 봅니다. 사람의 정신을 함양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게 문화예요. 흥분시키는 것이 문화가 아닙니다. 모든 매체가 지금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성경 이야기는 사람의 사용설명서입니다. 성경대로 하면 사람이 남을 미워하지도 않고 편안해요. 그래서 오페라를 통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습니다.”

 

오페라 하면 옛날 노래를 예전 방식으로 올리는, 그야말로 옛날 노래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클래식은 오래된 노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예술로서 가치가 있다고 김정규 테너는 말했다.

 

“유행가는 유행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유행가이거든요. 클래식은 골동품으로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예술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클래식 성악을 시작하지만 10년, 20년을 연구하고 연습해야 비로소 무대에 설 만한 실력이 나와요. 그만큼 힘든 게 성악입니다. 요셉의 꿈도 요셉 한 사람의 이야기,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만들었습니다.


옛날 요셉도 있지만 현재를 사는 모든 개인이 다 요셉입니다. 누구나가 다 어려움을 겪고 어딘가에 올라가려고 애쓰잖아요. 하지만 힘들고 고통도 받아요. 요셉도 우물에 버려졌다가 끌려 나와 노예로 팔려가고, 종살이를 하다 감옥에 가는 고통을 겪었잖아요. 고난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있는 거예요.”

 

기독교인의 성공 기준은 ‘하나님’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물욕과 더 나은 자리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지 말고 다른 기준으로 세상을 보라는 메시지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성공의 기준을 좋은 직업, 돈 많이 벌고 좋은 집에 사는 걸로 삼는 게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걸 성공이라고 보면 이 세상의 물욕은 없어지고 인생은 성공한 거예요. 기독교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럼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개의치 않게 됩니다.”

 

하늘오페라단은 4월 17일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오페라 <요셉의 꿈>을 만들어 공연할 계획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 뮤지컬이나 다른 장르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오페라는 상업성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장르기도 하다. 하늘오페라단은 국내에서 공연한 뒤에 해외로 진출할 계획도 있다.

 

“앞으로 중국이나 미국에서도 공연할 계획입니다. 클래식도 한류처럼 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노래를 참 잘 해요. 오페라를 가지고 한국의 기독교적인 면이라든지 여러 메시지를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고 하나님의 종교입니다. 사람들이 교회를 이상하게 보거나 부정적으로 보는데, 사람이 부정적인 거지 하나님이 부정적인 게 아니거든요. 오페라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젊은 친구들에게 하나님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조그마한 밀알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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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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