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의 반복과 재생산
작품의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아 벌써부터 빠진 매너리즘, 이른 성공은 때론 독이 된다.
글ㆍ사진 이즘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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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체인스모커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Closer」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터. 국내 자동차 광고에도 삽입될 정도니까. 셀카를 찍으며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Selfie」부터 「Roses」, 「Don’t let me down」 그리고 「Paris」까지 연이은 흥행으로, ‘줄담배’ 표 감성 이디엠은 냈다 하면 뜨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발매된 데뷔 앨범인 만큼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음반은 듀오의 히트곡을 반복, 재생산하는데 그친다. 「Closer pt.2」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Don’t say」나 악기의 운용이 유사한 「Blood stream」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리프에 의존해 곡을 전개해 나가는 「My type」과 함께 「Closer」의 아류로 귀속된다.

 

이렇게 정형화된 틀은 개별 단위의 트랙들이 어떤 군집을 형성토록 한다. 리프의 반복과 보컬을 최소화한 드롭-브레이크 구간은 일종의 거푸집이다. 그렇다면 원재료만이라도 달라야 할 텐데, 이들이 추구하는 변형은 피상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Closer」의 서사 속에 「Roses」의 멜로디를 심어 놓는다든가, 조만 살짝 바꾼 코드 진행으로 마치 새로운 곡을 주조한 양 행세한다든가. 특히 그들은 「Don’t let me down」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코러스 겸 브레이크에 같은 가사를 은은하게 반복하는 형식을 「It won’t kill ya」, 「Wake me down」에 적용해 3부작을 완성했다.

 

이 군집에서 벗어난 트랙도 시원찮다. 어쿠스틱 사운드로 전개되더니 갑자기 값싼 키보드에서 나올 법한 신스 사운드와 8비트 드럼이 등장해 정체성을 상실한 「Young」, 뽕짝 댄스 록 앤섬 「Break up every night」는 여러 의미로 신선하다. 1980년대 신스팝과 뉴웨이브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완성물은 조악한 편. 그나마 원료에 반짝이를 섞어 빛나게 된 곡이 「Something just like this」. 콜드플레이와의 지분이 적절히 양분되어 균형을 이룬다. 듀오의 자기 반복적인 조형에 콜드플레이 특유의 극적인 전개와 앨범 최초로 등장한 변주가 브리지에 첨가되어 음반 단위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작품의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 감상에 치우쳤다고 하기엔 브레이크 구간에 덥스텝과 퓨쳐베이스의 요소를 넣어 오히려 클럽 신을 겨냥하고, 그에 맞춰 방방 뛰기엔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팝-이디엠의 물리적 결합을 뛰어넘고자 화학적 융합을 시도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 노력은 이미 검증된 모델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벌써부터 매너리즘에 빠지다니. 이른 성공은 때론 독이 된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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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insmokers #체인스모커스 #Closer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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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