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어찌할꼬
당장 숨을 쉬기 위해 공회전을 하지 말자는 시민운동에 불을 붙일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는 한 번 불붙으면 무섭게 해내는 민족성이 있잖아요.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중국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건 요원한 일입니다. 하지만 공회전을 줄이는 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며 효과도 적지 않을 겁니다.
글ㆍ사진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2017.05.22
작게
크게

출처_ imagetoday.jpg

출처_ imagetoday

 

창 밖을 보면 숨이 턱 막힙니다.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사람은 하루에 약 2만 번 숨을 쉽니다. 미세먼지를 2만 번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미세먼지란 지름이 10미크론 보다 작은 먼지 입자를 가리킵니다. 지름이 2.5미크론보다 작으면 초미세먼지라고 하여 따로 구분합니다. 미크론이란 1밀리미터의 1천분의 일입니다. 각각 머리카락 지름의 1/5, 1/20에 불과합니다. 거의 세균 크기입니다. 이렇게 작기 때문에 우리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습니다. 물론 세균도 걸러지지 않지만 우리가 세균을 이렇게 고농도로 흡입하는 일은 없지요.

 

기관지는 목에 있는 기관에서 아래로 내려가 좌우 폐로 갈라져 들어간 후 여러 번 가지를 칩니다. 가지를 칠 때마다 숫자는 늘어나고 직경은 작아집니다. 마지막으로 폐포에 연결되는 종말기관지는 아주 작은 크기이지만 그래도 직경이 0.3-0.5밀리미터, 즉 300-500미크론입니다. 초미세먼지보다 100배 이상 크지요. 그러니 들이마시면 그대로 기관지를 통과하여 폐포로 들어갑니다. 폐포는 우리가 들이마신 산소가 혈액 속으로 들어가고, 혈액 속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오는 곳입니다.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쉽게 교환될 수 있도록 폐포와 폐포를 둘러싼 혈관은 아주 얇은 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깨끗한 공기를 들이쉴 때는 막이 얇은 게 도움이 되지만 미세먼지가 폐포 속에 들어오면 오히려 약점이 됩니다. 미세먼지는 이 얇은 막을 통과해서 바로 혈액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먼지 좀 들이마시는 게 뭔 대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를 뒤덮은 미세먼지는 그냥 흙먼지가 아닙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등이 섞여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사람에게 확실히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란 뜻입니다. 일단 지정하면 산업계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지간한 확신이 없으면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지 않습니다. 독극물이나 다름 없습니다. LA나 런던 등 심한 스모그에 시달렸던 도시에서는 일찍이 대기오염과 건강에 관한 연구들을 했는데 당장 생기는 효과보다 장기적으로 질병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하지요.

 

미세먼지는 숨 쉴 때 들어오기 때문에 물론 호흡기에 안 좋습니다. 천식이나 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일차적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혈액 속에 쉽게 들어가기 때문에 혈관에 손상을 입히기 쉽습니다. 혈관질환, 즉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뇌에도 침투하여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 밝혀져 있지요. 눈도 문제입니다. 그냥 먼지에 비해 각막손상이 훨씬 심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피부에도 좋을 리 없습니다. 이렇게 단기적인 문제 외에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노출되어 몸 속에 쌓이면 당연히 암을 일으킵니다. 특히 어린이의 몸 속에 들어가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 확실합니다. 혈액 속에 들어간 미세먼지는 좀처럼 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몸이 작고, 성장 발달을 하기 때문에 외부 요인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습니다. 더 오랫동안 노출되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부터 질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야외 활동을 삼가고,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바로 몸을 씻는 등의 조치는 중요합니다. 마스크를 사용하고, 실내 환기를 가급적 줄이고, 공기청정기를 쓰는 것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공기 자체가 오염되어 있는데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트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궁극적으로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우선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논란입니다. 누구는 중국 탓을 하고, 누구는 우리나라의 오염원이 더 문제라고 합니다. 정부가 중국에 그것 하나를 시원하게 따지지 못한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따져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은 중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전 세계의 사망자 수를 하루 3천명 정도까지 추산하는데, 당연히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예, 하루 맞습니다.

 

중국이 사과하고 심지어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공기가 깨끗해지지 않으면 돈이 무슨 소용일까요? 물론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합니다. 고등어 타령을 하던 정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노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는 걸 보니 일단 안심입니다. 관심이 있고, 국민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뭔가 노력을 한다는 느낌이 옵니다. 벽에 대고 외치는 기분은 아니란 거지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경유차를 줄이고, 전체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 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물론 원전이 청정 에너지라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않으리라 기대합니다. 탈원전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일을 올바로 한다고 해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숨을 쉽니다. 무엇 하나 빨리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우리와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거리를 걷다가 차나 오토바이를 유심히 보신 적이 있습니까? 공회전하는 차들이 너무 많습니다. 오토바이나 트럭에서 짐을 부릴 때 시동을 끄지 않는 것이 예사입니다. 날씨가 덥다고 에어컨을 켠 채 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하지요.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장사하는 트럭도 내내 시동을 켠 채 배기가스를 내뿜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전세 버스입니다. 승객들이 돌아왔을 때 냉난방이 잘 된 환경을 제공한다며 하릴없이 엔진을 켜놓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돌립니다.

 

요즘 차들은 성능이 좋아 공회전이 따로 필요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금방 가더라도 잠깐 키를 돌려 엔진을 끄면 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그냥 나쁜 버릇인 겁니다. 차에 탔을 때 잠깐 덥거나 추운 것을 견디지 못해 오랫동안 발암물질을 내뿜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요? 선진국은 공회전을 엄하게 단속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규정이 있지요. 하지만 단속 인력이 태부족이고, 의식이 낮아 단속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온 국민이 똘똘 뭉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정치혁명도 이루어냈습니다. 당장 숨을 쉬기 위해 공회전을 하지 말자는 시민운동에 불을 붙일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는 한 번 불붙으면 무섭게 해내는 민족성이 있잖아요.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중국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건 요원한 일입니다. 하지만 공회전을 줄이는 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며 효과도 적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바로 우리 옆에서 미세먼지를 뿜는 오염원이니까요. 일단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의식을 높일 수 있다면 선박이나 건설기계, 공장 등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곳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거고요. 당장 나부터 엔진을 끕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미세먼지 #건강 #환경 #기관지
2의 댓글
User Avatar

저스틴

2017.05.23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실천해야 겠네요.
답글
0
0
User Avatar

iuiu22

2017.05.23

이런 글은 신문에 좀 크게 나고............ 공무원들이 막 벽보에 좀 붙여놓으면 안 될까 싶네요.
답글
0
0
Writer Avatar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