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조기영 부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존재들
18년간 이룩한 사랑의 역사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부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 은산이 은설이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까지 담긴 글이었다. 저자들은 책에 담긴 모든 사진을 직접 찍고 골랐으며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이 될까, 처음 마음을 전하는 사춘기 아이들처럼 설레어했다.
글ㆍ사진 배경란(북하우스 편집장)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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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고민정의 글을 마주했을 때 든 생각은 ‘참 따뜻하다’였다. 결혼 6년 만에 갖게 된 첫째 아이 은산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로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기고한 것이 화제가 되었고 그 글에 이끌려 저자로서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실제로 본 저자의 느낌도 그랬다. 당시 방송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아나운서였지만 소탈하게 SNS나 블로그를 통해 일상의 공감을 전하며 소통하는 그녀였다.


그녀만큼이나 잘 알려진 그녀의 남편, 조기영 시인의 글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생각의 크기는 넓고 사유는 치열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향점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존재의 이유를 짚어가는 대목에서는 남다른 깊이감이 느껴졌다.

 

따뜻함과 치밀함. 각기 다른 두 온도가 서로의 체온을 주고받으며 글의 짜임새를 촘촘하게 엮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과정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느 때는 속도를 내며 몇 개의 꼭지 원고가 연달아 들어오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아주 조용하고 더디게 진행되기도 했다. 2014년 봄을 맞이하면서 진행된 책은 2016년 가을에서야 탈고가 되었다. 다른 색깔의 원고가 결을 맞춰가면서 끝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디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구나,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일었다.

 

원래는 탈고가 끝남과 동시에 2016년 연말 출간을 목표로 진행하던 책이었다. 하지만 2017년 초 저자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하면서 곧 당도할 출간은 표류되었다. 이미 출간 준비를 마친 터라 사실 크게 이슈화되었을 때 출간하고픈 게 욕심이었다. 더더욱 조기 대선 정국이라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이 아니면 책이 사멸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개인의 욕심이 앞섰다. 저자들은 오죽 했을까. 무려 3년 동안 준비한 책이었다.

 

18년간 이룩한 사랑의 역사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부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 은산이 은설이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까지 담긴 글이었다. 저자들은 책에 담긴 모든 사진을 직접 찍고 골랐으며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이 될까, 처음 마음을 전하는 사춘기 아이들처럼 설레어했다.

 

하지만 출간은 일단 보류. 혹시나 책 출간으로 인해 오해를 빚고 민감한 상황에서 말들이 오가면 예기치 않게 누가 될 수 있다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출판사에서는 한 달만 지켜보자고 했고 3월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탄핵 결정 이후 대선 상황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저자가 할 일은 더욱 많아졌다. 앞날의 일은 알 수 없지만 마음이 가리키는 곳에서 그 순간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바쁜 선거 일정 속에서도 저자는 짬을 내서 책에 대한 의견을 꼼꼼히 메일로 보내왔다. 보내는 시간은 늘 이른 새벽이었다. 긴 겨울을 보낸 5월의 봄.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걱정했던 책은 그렇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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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 제공

 

간절한 바람, 더 큰 소망을 위해

 

그렇게 탄생한 책임에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책이 입고되자마자 저자들은 출판사를 찾아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인을 했다. 갓 인쇄된 책의 따뜻한 감촉이 저자의 손끝에서 전해져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아름다운 순간은 이런 기다림 끝에 찾아온다고.’

 

내가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대하는
따스하고도 한결같은 모습을 간직한 저자에게,
그 어느 때보다 진심 어린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아름답고, 용기 있는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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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 #고민정 #조기영 #사랑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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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7047

2017.05.24

평소 좋아하던 분이 내신 책이고
제목부터 왠지 가슴 찡해져서 일찍
주문해서 읽었네요.
가슴 따스해지고 때로는 뭉클해지고
제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준 고마운 책입니다.
고민정님의 새로운 행보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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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란(북하우스 편집장)

책 만든 지 어느덧 10년을 넘어섰지만 책을 만들고 펴내는 건 언제나 떨리고 설레는 일. 책을 통해 성장하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