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처럼 바로 시작하는 석학들의 육아법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즐거운 논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없었어요.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다양하게 토론했죠. 이때 제가 딸들의 주장에 반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 아이들은 절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생각에 즐거워했습니다.
글ㆍ사진 허병민(편역)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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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상황실의 참모
게리 클라인 Gary K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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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시작하는 관점 바꾸기 훈련법

 

제가 우리 딸들이 어렸을 때 함께 즐겨 했던 게임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들이 각각 열한 살, 여덟 살일 때 시작한 게임이에요.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즐거운 논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없었어요.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다양하게 토론했죠. 이때 제가 딸들의 주장에 반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 아이들은 절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생각에 즐거워했습니다. 사실 저는 질 때가 많았어요. 아이들과 토론을 흥미진진하게 진행하고 싶어서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곤 했거든요.


아이들이 승리의 미소를 지을 때면 저는 손을 들고 “스위치(switch, 바꾸기)!”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면 즉시 입장을 바꿔 상대방의 시각에서 토론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주장으로, 저는 아이들의 주장으로 새롭게 토론을 펼치는 거죠. 게임을 하면 할수록 딸들의 토론 실력은 부쩍 늘었습니다. 나중에는 저보다도 잘하게 됐죠. ‘스위치’라는 말이 나오는 동시에 입장을 180도 바꾸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토론에서 승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입장이 바뀌는 걸 속 쓰려 하던 아이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주장했던 내용과 정반대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말하는 도전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제가 이기고 있을 때는 절 옴짝달싹 못 하게 하려고 아이들이 먼저 “스위치!”라고 외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스위치 게임이 아이들이 사회나 정치 이슈를 배우고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스위치 게임은 우리 가족 문화로 완전히 자리 잡아서 가족 간의 분쟁을 해결할 때도 사용되었습니다.

 

뉴욕이 사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알렉산더 이슬리 Alexander Is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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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없이 시작하는 창의력 훈련

 

저는 문제에 대한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해결책에 접근하는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했습니다. 당장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접근방식을 시도해보는 것이 핵심이죠. 저는 이를 아이들의 게임에 적용했어요. 제가 하나의 이야기에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문장을 만드는 겁니다. 그다음에는 아이들이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다섯 가지 결말로 이야기를 끝맺게 하는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가장 슬픈 결말부터 가장 재미있는 결말까지 다섯 가지를 만들게 했어요. 그림에도 똑같이 적용했습니다.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서 다섯 장씩 복사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다섯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그림을 완성하도록 했어요. 완성된 그림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와 특별한 감정을 담으라고 했고요. 보드게임을 직접 만들 때도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에 따라 규칙을 정하거나 게임을 이어가기 위해 더 복잡한 연결고리를 만들었어요.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었고, 우리가 만든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계속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했습니다.


어려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가능한 많이 생각해 리스트를 만들어두어야 합니다. 이때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할 필요는 없어요. 검열하지 말고 그냥 아이디어를 쏟아내세요. 어떤 아이디어는 훌륭하겠죠. 대다수는 신통치 않을 것이고요. 하지만 이를 판단하는 것은 그다음에 생각할 일입니다. 일단 아이디어를 많이 쌓아놓은 다음 선택하고, 수정하고, 가다듬습니다. 이런 접근방식을 사용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로 다양해집니다. 다양한 출발점에서 시작한 탐험을 조금씩 여러 방향으로 진행하면,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이지 않았지만, 살을 붙여 보니 흥미롭고 재미있어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최고의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마셜 골드스미스,알란 더쇼비치,윌리엄 폴 영 등저/허병민 편,기획/박준형 역 | 북클라우드
사회ㆍ경제ㆍ과학ㆍ예술 등 각 분야의 선구자 혹은 권위자라고 불리는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 만약 내 아이가 세계적인 법률가, 심리학자, 교육가, 디자이너,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녀로 태어났다면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당대 최고의 석학들이 참여한 ‘한국형 부모 성장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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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민(편역)

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4년간 400명이 넘는 해외의 세계적인 석학·리더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도서와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지식 콘텐츠를 기획·제작해왔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일기획 제작본부 PD로 입사했고 이후 두산동아, Otis Elevator, LG생활건강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콘텐츠 기획·개발 전문 연구소 Talent Lab의 대표이자 해외의 석학·리더들의 강연 및 전문 분야를 주선·연결해주는 프리미엄 지식 콘텐츠 에이전시 T-Lab의 대표이다. 저서로는 『인생이 하나의 질문이라면』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준비된 우연』 『버려야 보인다』 『고수의 습관』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메이드 인 미』 『넥스트 컴퍼니』 중국에 수출된 『1년만 버텨라』 『20대,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