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가수는 곡의 제목을 따라간다던 풍문이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돌아보면 도전은 그의 커리어를 아우르는 키워드였다. 온갖 경연 예능에서 피나는 접전을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데뷔 싱글이 재조명받을 수 있었다. 이후 발매한 「그대라는 사치」가 히트하며 반짝인기에 대한 우려를 재빨리 잠재웠다.
‘역주행’ 아이콘 한동근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든 요소는 출중한 가창력과 음색이다. 최근의 경향이 귀를 간질이는 달콤한 목소리가 주류인 가운데, 단단하고 강한 허스키 보이스는 대세와 대척점에 서 있다. 속 시원한 고음과 감정을 극대화하는 능숙한 기교는 그의 최대 강점으로 「미치고 싶다」와 「북극 태양」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두 트랙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은 발라드 장르가 갖춰야 할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익숙한 코드와 멜로디는 곡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싱글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트랙이 계속되는 앨범 단위에서는 피로로 다가온다. 플레이리스트 진행에 따라 집중을 놓치는 구간이 발생해 몰입을 방해하는데, 그가 작곡으로 참여한 곡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앨범의 짜임새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보완해야 할 필수과제다. 중간에 삽입된 「지겹다」나 「뒤죽박죽」은 경직된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첫 일기부터 솔직한 감상이 묻어나기는 쉽지 않다. 공책 한 귀퉁이에 손때가 묻고 연필 쥐는 손이 익숙해질 무렵, 그제야 나만의 비밀이 담긴 화신(化身)으로 거듭난다. 첫 앨범부터 정공법으로 승부를 겨루려는 우직함은 투박하지만, 정통 발라드 가수의 계보를 잇고자 하는 의지는 충분히 입증됐다. 노래방 인기차트 상위권을 하나둘 점령해가며 뭇 남성들의 차세대 ‘워너비’ 보컬리스트로 마음속에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의지, 인지도, 히트곡 삼박자가 갖춰졌으니 다음은 양질의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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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