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간, 어느 장소로 데려다주는 글
어떤 글들이 우리를 어느 시간, 어느 장소, 어느 계절로 데려가 준다면, 잊고 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면, 그리운 시절을 생각나게 해준다면,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아련한 무언가를 불러일으켜 준다면, 그게 질문하신 '감성 에세이'가 아닐까 싶어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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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는 꼬박 15년, 매일 글을 써온 라디오 작가 권미선의 첫 번째 감성 에세이로, 혼자인 시간에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진심 어린 이야기를 담았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밀려드는 외로운 감정,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생각처럼 안 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속수무책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이별의 순간,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남아 있는 그리움의 흔적, 삶에 견딜힘이 되어준 소중한 사람과 시간들까지, 작가 특유의 감수성 있는 문장이 들어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굿모닝FM 오상진입니다>, <새벽이 아름다운 이유 손정은입니다>, <보고 싶은 밤 구은영입니다>, , <차 한 잔의 선율>, <행복한 미소> 등에서 글을 썼고, 지금도 쓰는 권미선 작가와 일곱 개의 질문을 나눴다.

 

책에 ‘혼자인 시간에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진심 어린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다른 이야기와 감성 에세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무척,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글을 쓸 때 '감성 에세이'라는 생각으로 쓴 건 아니고요. 사실 '감성 에세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까 싶긴 해요. 물론, 시사적인 글들은 아니니까 이성보다는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들이 더 많긴 하겠죠? 다만 어떤 글들이 우리를 어느 시간, 어느 장소, 어느 계절로 데려가 준다면, 잊고 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면, 그리운 시절을 생각나게 해준다면,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아련한 무언가를 불러일으켜 준다면, 그게 질문하신 '감성 에세이'가 아닐까 싶어요.

 

이별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은 심야 시간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를 생각해서 쓴 글들이기 때문이에요. 그 시간에 라디오를 듣는 분들은 공부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밤샘 작업을 하거나, 아니면 이런 저런 고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한창 연애 중이라 바쁜 분들보다는 (물론, 있긴 하겠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속앓이를 하거나 이별하고 마음 아파하는 분들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 설렘보다는 이별 후의 이야기,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쓰게 됐어요. 게다가, 제가 두근두근 예쁜 사랑 이야기를……, 잘 못 쓰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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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라디오 작가로서 매일 글을 쓰는 비법이나 방식이 궁금합니다.


같은 방송 작가라도 텔레비전 쪽에 있는 분들도 묻곤 하는 질문이랍니다. 어떻게 매일 글을 쓰죠? 그런데 정말 뻔한 답밖에 없어요. '매일 쓰다 보니 익숙해졌어요'라고.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오프닝 하나 쓰는데도 몇 시간씩 끙끙거리곤 했거든요. 그런데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고, 소재를 발전시키는 방식, 글을 풀어가는 방식, 결론을 맺는 방식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어떤 요령 같은 것들이 생겨요. 내용적인 면에서도 글이 한번에 확 늘진 않지만, 조금 좋아지고 조금 더 좋아지고 그렇게 되고요.

그런데 매일 쓰려면 많이 듣고, 읽는 것이 중요해요. 라디오 작가니까 다른 선배들은 어떻게 쓰나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똑같이 '여름 더위'를 이야기해도 다들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니까, 들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읽는 것은 라디오에선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장르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 게 좋죠. 읽으면서 원고로 쓰고 싶은 것들은 스크랩도 해두고요. 저는 보통 2주치 정도의 이야기 거리는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편이었어요. 거기에 그때그때 계절이나 날씨, 시사적인 걸 추가해서 쓰고요. 어느 정도 연차가 되기까지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원고 준비하느라 평일 약속은 잡아본 기억이 없네요. 물론 지금은 여유가 좀 생겼지만 그래도 다음날 원고 준비는 다 해놓아야 마음이 편해요. 뭔가 특별한 이야기는 없죠?
 
라디오 원고를 쓰실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이건, 어떤 프로그램의 원고냐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는데요. 책에 나온 에세이를 쓸 땐,  '시'가 가장 많은 영감을 줬어요. 글이 늘 잘 써지는 건 아니라서 좀 막힌 느낌이 들 때, 시를 읽다가 단어 하나에서 에세이 소재를 찾기도 하거든요. 시에서 '공기'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 어떤 '불운한 공기'에 대해서 써보면 어떨까? 그렇게 퍼뜩 생각이 나요. 사실, 그게 그 시의 주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꼭 시가 아니어도 됐겠지만, 그렇게 시를 읽다가 뭔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시인들이 사물을 보고 단어를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에서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요. 그리고 음악도 많은 영향을 줘요. 사람이 늘 감성 충만한 상태일 수는 없으니까, 가만히 음악을 듣다 보면 어떤 이야기들이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가요 같은 경우는 가사를 새겨듣다가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 그림이나 책, 주변 분들의 이야기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작가님의 ‘혼자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주로 무엇을 하시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 아주 많죠. 요즘엔 조용히 혼자 집에 있는 시간들이 좋더라고요. 참 재미없게 들리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엔 책을 읽고요. 여름엔 동네 실내 수영장으로 수영도 하러 가고(다른 계절엔 추워서 못하거든요). 그리고 작년부터 가죽 공예를 배우고 있는데, 숙제가 꽤 많아요. 열심히 바느질 하고, 엣지코트 칠하고, 사포로 깎아내고, 다시 칠하고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요. 여행을 앞두고 있을 땐 인터넷으로 여행지 검색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73편의 에세이 중 제일 마음에 남은 글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 많이 어려운데……. 다 좋아서라기 보다는 어떤 글은 몇 줄의 문장이 마음에 들고, 어떤 글은 그 글을 쓸 때가 생각나서 좋고, 어떤 글은 제 얘기라서 더 마음에 남고 그래요.  이건 책을 읽은 분들께 묻고 싶은 질문이네요. 그래도 꼽아야 한다면, 분량 문제로 책에서 빠질 뻔한 에피소드들이 몇 개 있어요. 「롬브라 델라 세라,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불운의 공기」, 「펭귄 중독」 같은 글들이요. 에디터님이 빠진 글들 중에 꼭 넣고 싶은 글들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을 때, 위의 에피소드들을 알려드렸었죠. 빠지면 왠지 섭섭할 것 같더라고요. 다른 글들보다 더 좋아서라기 보다는 독자들이 이 글을 읽어주면 좋을 텐데, 하는 느낌이랄까요.

 

독자들이 책을 언제/어떻게 읽었으면 했나요?


글은 제가 썼지만 일단 책이 세상이 나오면, 그건 저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이렇게 썼으니까 이렇게 읽어주세요, 하는 건 없어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받아들여지는 대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다 슬쩍, 마음을 건드리는 단 하나의 이야기라도 있다면 감사하고요.


 

 

아주, 조금 울었다권미선 저 | 허밍버드
『아주, 조금 울었다』는 꼬박 15년, 매일 글을 써온 라디오 작가 권미선의 첫 번째 감성 에세이로, 혼자인 시간에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진심 어린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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