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타자기>, 음악은 어떨까?
여러모로 드라마의 분위기에 충실한 구성의 OST며 가창곡 역시 드라마의 주제의식에 알맞추 뒷받침하고 있다.
글ㆍ사진 이즘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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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한 감성의 미스터리 로맨스 시대극 <시카고 타자기>가 지난 6월 종영했다. 독립운동 배경의 1930년대와 현대의 2010년대를 넘나들며 시대를 교차하는 사랑과 우정을 선보인 이 드라마는 비록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의 소재와 진정 어린 메시지를 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의 기저에는 기획의 진정성을 보존하고자 노력한 제작진의 노력이 담겨 있고, 그러한 노력이 OST를 통해서도 온전히 드러난다.

 

십수 년 간 드라마 음악을 맡으며 최근엔 <연애의 발견>, <도깨비> 등으로 사랑 받은 남혜승이 음악 감독을 맡았다. 그가 작곡한 첫 트랙 「시카고 타자기」를 감상해보자. 곡의 엄숙하면서도 신비스런 분위기가 시간을 뛰어넘는 이야기의 핵심 도구인 시카고 타자기를 단번에 은유해 낸다. 「유령작가 유진오」 또한 마찬가지. 아찔한 현악중주는 유령으로 등장하는 유진오에게 적확한 아우라를 부여한다. 절정은 「한세주의 전설」이다. 두 주인공인 ‘한세주’와 ‘전설’의 치명적인 운명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감동을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감격으로 승화시키며 연주곡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러모로 드라마의 분위기에 충실한 구성이다.

 

가창곡 역시 드라마의 주제의식에 알맞추 뒷받침하고 있다. 노랫말을 먼저 살펴보면, 담백하게 감정선을 소구하는 「Satellite」과 「Come with me」 등의 영어 가사와 1930년대 시대상에 걸맞게 예스런 어투로 노래하는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가 인상적이다. 더불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보컬로 주인공의 상처를 세심히 표현해내는 「아주 오래된 기억」 또한 감탄스럽다. 편곡 측면에서는, 음반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기타 혹은 드럼 반주를 이용하여 타자기의 타격감을 음악으로 구체화한 점이 매력적이다. 「시카고 타자기」에서의 하이햇, 「아주 오래된 기억」에서의 기타 연주가 대표적이다.

 

이렇듯 스토리텔링과 어우러지는 프로듀싱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Satellite」와 「Be my light」이 선사하는 무던한 브릿팝 감성, 「아주 오래된 기억」,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가 띄고 있는 발라드의 전형성 등은 상업음악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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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