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솔직한 앨범이라니. 계절에 맞춰 끈적임을 씻어주는 시원한 소리들이 쏟아지고, 앨범 커버에는 두 엄지를 겹쳐 「W」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함께(with)라는 앨범 타이틀에 맞춰 「따라가」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과 노래를 나누며 대중의 요구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다.
음악 ‘산업’에선 성공적인 모델이다. 특히 현재는 소비자들이 앨범 단위보다 음원이나 스트리밍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각 곡은 더욱 강점을 갖는다. 잘게 부서지거나 깊게 찍어 누르는 비트와 따라 부르기를 종용하는 캐치한 멜로디, 알리와 손호영을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피처링까지. 모든 유행요소를 다 끌어 모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문제다. 앨범 단위로 감상하게 될 때 앞서 언급한 장점들은 순식간에 피로를 주는 요소로 변모한다. 모든 곡이 유행이라는 같은 도착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모양새가 도긴개긴이다. 전자 사운드를 적극 차용해 다양한 소리의 조합을 만들 수 있건만, 오히려 음색이나 곡 안에서 다루는 방식을 일괄 처리해버려 모두 균질하게 됐다.
편곡은 신시사이저나 휘파람, 클랩 소리를 4마디 단위로 등장시켜 주의를 환기하고, 드럼 베이스는 쉬지 않고 4비트를 찍으며 박자를 강조한다. 투포에 강세를 주는 전형적인 댄스곡의 문법도 빼놓을 수 없다. 스트링이나 신스 패드는 화성을 풍부하게 메운다기보다 쏴하고 퍼지는 느낌을 주거나, 고음역대를 채우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노래에서 결정적인 부분은 늘 후렴 첫마디의 첫 박자에 등장한다. 가사의 반복이나 빌드 업을 통해 각인을 하는 것이 아닌 ‘한마디’로 집중시킨다는 데에서 차이점이 있다. 「Sunrise」에서는 주요 단어의 어미를 마디의 첫 박에서 길게 끄는 방식으로, 「시원해」에서는 세 글자를 한 박자에 욱여넣는 방식으로 주입식 캐치포인트를 만든다.
이처럼 MSG로 가득 찬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끌린다. 여기엔 김태우라는 좋은 가수의 영향이 크다.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과 음색은 여전히 훌륭하고, 안정적인 목소리가 특히 여성과의 듀엣에서 큰 강점이 된다. 다른 이와 함께 곡을 꾸려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게 ‘신의 한 수’였다. 거부할 수 없는 길티 플레저.
강민정(jao1457@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