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의 음악에 대한 딜레마
'Beautiful'의 워너원은 여전히 성공적이지만, 미디어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엔 부족해 보인다. 추후의 기획이 중요하다. (2017.12.06.)
글ㆍ사진 이즘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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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에 맞춰 나온 미디엄 템포 발라드 'Beautiful'엔 '활활'과 'Wanna be(My baby)'에서의 강렬한 팬 메시지는 없다. '받은 게 많아서 줄 것도 많어', ' 새로운 세대가 열려 /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 뭐가 다른지 보여줄게' 등 그들을 만든 팬덤 워너블(Wannable)에 대한 맞춤 팬서비스 같았던 전작과는 다른 애절한 이별의 가사는 팀을 보다 보편적 영역으로 들여놓는다. 대신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되고 막노동을 하며, 당구장에서 패싸움을 벌이고 권투선수의 꿈을 키우면서 서로의 우정을 재확인하는 1990년대 식 뮤직비디오로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다 대중적 영역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곡에 팬덤의 요구, 시장의 수요를 이리저리 넣다 보니 미디엄 템포에 어울리지 않는 군무가 들어가고, 파트 배분이 조정되며 어색한 결과가 된다.

 

워너원의 음악에 대한 딜레마는 이들의 작품이 단순 미디어의 기획에 충실한 상품에 머무르는지 혹은 그 이상인지를 재단하는 데서 온다. 다행히 공산품이라 해도 퀄리티가 나쁘지는 않다. '믿고 듣는 아이돌 작곡가'로 입지를 굳혀가는 e.one의 '갖고 싶어'는 유려한 선율과 더불어 곡 중간의 일렉트로 드랍과 어쿠스틱 전개를 교차하며 준수한 결과를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Twilight' 또한 마찬가지. 기성 아이돌이었다면 팀의 노선과 콘셉트로 시도하기 어려울 수 있는 가벼운 선택도 워너원이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데뷔 그 자체에 의미를 더 둔 듯했던 '에너제틱'과 '활활'의 경우는 리믹스보다 원곡이 더 좋다. 완성도나 멤버들의 미숙했던 가창에도 이 두 타이틀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체로 달려 나가는 에너지와 다소 거창해 보이기도 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을 가감 없이 캐릭터 자체로 담아낸 질주감 덕이었는데, 기술적으로는 좀 더 나을지 몰라도 필요한지는 의문인 리믹스다. 프리퀄 리패키지와 원작을 더불어 'Wanna be(My baby)'가 최고의 곡인 것도 변함없다. 청량한 일렉트로 팝 반주 위에 상큼한 에너지 그 자체로 팀의 시작을 알리면서 2017년의 워너원 현상을 기억할 상징적인 노래로 남았다.

 

나쁘지 않은 완성도가 앞서 언급했던 딜레마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되진 못한다. 강력한 11 멤버의 개인 팬덤으로 운영되는 듯한 워너원은 '하나의 팀'이라는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지만 그 작품은 거대 미디어 기업 CJ E&M과 YMC 엔터테인먼트의 수요 파악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그 분석은 팀 단위 성장보단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의 아이오아이 역시 모호한 정체성과 마냥 귀엽고 깜찍한 일차원적 기획이 발목을 잡았음에도 '벚꽃이 지면'과 '소나기'를 통해 아련한 소녀의 팀을 기억에 새겼다. 'Beautiful'의 워너원은 여전히 성공적이지만, 미디어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엔 부족해 보인다. 추후의 기획이 중요하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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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Nothing Without You #강다니엘 #Beautiful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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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h0720

2017.12.06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저는 이번 신곡과 안무가 굉장히 잘 어우러 진다고 생각합나다. 미디엄템포에 맞게 절제적이고 유연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같아요. 워너원 멤버들도 흡족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대다수의 대중들 또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덧붙여 요즘 cj뿐 아니라 기획사 전체의 목표는 수요파악이 기반이자 중요한 요점이죠.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라 그런지 마치 워너원만이 그렇다는 것처럼 부각되고있는데.. 이런면에서 이해가 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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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