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의 새로운 찰리 배우 윤석현
어떤 역할이든 다 해내고 싶다는 욕심은 있는 것 같아요. 최고는 아니더라도 잘 소화할 수 있는 자신도 있고요. (2018. 01. 10.)
글ㆍ사진 윤하정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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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동화 안에서 숨겨진 사랑과 인간과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었는데, 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어른들의 시선에서 동화를 비튼 작품이 또 한 편 있죠.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숭을 걷어내고 현실을 버무린 ‘남자 버전의 신데렐라’라고 할까요. 그래서 공연 제목도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난쟁이 마을에 살고 있는 찰리. 동화 나라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참여해 키스를 하는 커플이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공고를 본 난쟁이 찰리는 죽기 전에 백설공주를 만나고 싶다는 늙은 난쟁이 빅과 함께 모험에 나섭니다. 재밌는 설정에 유쾌한 스토리로 2015년 초연 이후 공연 때마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컬이지만, 이 작품은 참여하는 배우들에게도 색다른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연이 상당히 독특하거든요. 일단 찰리와 빅은 키를 줄여 실제 난쟁이가 돼야 합니다. 그게 가능하냐고요? 이번 시즌에 새롭게 찰리로 합류한 윤석현 씨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공연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무릎이 정말 아파요.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고통은 여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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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줄이는 마법은 없습니다. 난쟁이 배우들은 무릎을 꿇은 채 연기해야 하는데요. 난쟁이 신발을 가장한 스펀지로 된 무릎보호대가 전부입니다. 그 상태에서 걷고, 뛰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다니, 무대라는 마법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할 겁니다. 또 하나, 팀워크가 그렇게 좋다고 하네요.


“연습실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캐릭터별로 안 웃긴 사람이 없거든요. 오늘은 뭔가 좀 심심하다 싶으면 누군가가 나서서 웃기고 있어요. 제일 안 웃긴 사람이 저예요(웃음). 사실 저와 (신)주협이 외에는 모두 이미 공연을 했던 배우들이잖아요. 물론 다시 무대에 오를 때면 또 연습해야 하지만, 처음 하는 배우들을 위해 맞춰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싫은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성심성의껏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복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초연 때부터 인기가 많았던 데다 연기 외적으로도 다양한 탤런트가 필요한 작품이라 부담도 됐을 것 같아요. 애드리브도 많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내 공연 때만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저는 애드리브가 강한 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 말 대잔치’ 하고 있습니다.(웃음) 빅을 연기하는 분들이 워낙 베테랑이라서 다 받아치세요. 물론 당황한 적도 있죠. 한번은 ‘왜 멋있는 척 하고 자빠졌냐’라고 해서 정말 자빠졌거든요. 그런데 모자랑 귀가 다 떨어진 거예요(웃음). 모자 떨어지는 건 다반사예요.”

 

예전에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도 참여했잖아요. 그때는 왕자였는데, 난쟁이가 돼 보니 어떤가요(웃음)?


“그렇잖아 주변에서 ‘너 난쟁이 하지 않았느냐’고 해서 ‘그건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고, 이건 그냥 <난쟁이들>이야’라고 말해요(웃음). 그때도 1인 2역으로 난쟁이와 왕자를 다 연기했어요. 지금은 같은 인물이 난쟁이에서 왕자로 변신하는 거고요. 제가 왕자처럼 생기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그런데 윤석현 씨가 <난쟁이들>에서 처음 오디션을 본 역할은 따로 있다고 하네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윤석현 씨의 어떤 점이 찰리에 더 어울렸을까요?


“나중에 연출님이 제 에너지가 좋아서 찰리로 뽑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밝고 유쾌한 작품이라서 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체력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좋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요. 제가 에너지가 좋긴 해요. 찰리는 무대에서 귀여움, 느끼함, 멋짐, 허당끼 등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제 안에 이런 모습이 다 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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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가 어떤 난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모험심이 강한 아이죠, 공주를 찾아갈 힘이 있고. 그 힘든 여정을 모두 겪고 마지막에는 인어공주와 함께 다시 난쟁이 마을로 가자고 하잖아요. 연습할 때는 다른 배우들 따라가느라 바빴는데, 첫 런쓰루 때 그 장면에서 울컥하더라고요. 힘들게 목표를 달성했지만, 나 때문에 난쟁이가 된 인어를 보면서 포기하는. 그냥 웃고 떠들고 재밌자는 작품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죠.”

 

첫 이미지는 모범생 같고, 필모그래피를 보면 로맨틱 코미디물을 많이 하셨던데, 지금까지 맡았던 인물 중에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누군가요?


“모범생은 전혀 아니고, 스스로는 강한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 물을 많이 했어요. 형, 누나들한테는 애교가 있는 편이지만 그렇게 달달한 성격도 아니거든요. 저와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조동현이라고 생각해요. 군인 정신이 투철하고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도 있어서 강직하지만 어떤 면에서 외로운 인물이거든요. 저도 어렸을 때 이사를 많이 다녀서 친구가 별로 없는 편이라 그 외로움에 공감이 갔어요. 그때 배우를 그만 둬야 하나 고민도 많을 때였는데, 조동현을 만나면서 저도 많이 치유되고 다시 이렇게 무대에 서고 있지 않나.”

 

배우들이 서른 살 안팎에 특히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렇죠. 저도 작품이 무산돼서 본의 아니게 길게 쉴 때도 있었고, 덩달아 꿈이 좌절되기도 하고. 어쩌다보니 재작년에는 쇼케이스나 리딩만 했어요. 살도 많이 쪄서 대학로에 와도 사람들이 못 알아보더라고요. 그런데 당시 맡았던 역할은 밝은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 역할이 저한테 더 맞고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찌질의 역사>나 <난쟁이들>은 밝고 재밌는 작품이잖아요. 주위에서 더 좋아 보인대요. 지난해 작품을 잘 만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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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야심 있는 난쟁이잖아요. 2018년 윤석현의 야망은 뭔가요(웃음)?


“저는 욕심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저에게는 모든 작품이 소중해요. 어떤 역할이든 다 해내고 싶다는 욕심은 있는 것 같아요. 최고는 아니더라도 잘 소화할 수 있는 자신도 있고요. 저는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등으로 영역을 좀 넓히고도 싶고요. 살인을 구현하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거든요. 30대에는 ‘일단 열심히 가보자’가 목표예요.”

 

‘아무 말 잔치’가 오가고, 무대 위 누군가의 모자, 신발, 눈까지 떨어지지만 <난쟁이들> 객석에서는 유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찰리로 무대에 선 윤석현 씨 또한 즐거워 보이고요. 공연 한 편이 배우도, 관객들도 이렇게 기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난쟁이들>은 현실을 풍자한 뼈 있는 대사도 많습니다. 공연장을 나와도 귀에 맴도는 ‘끼리끼리’라는 넘버가 대변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 <난쟁이들>은 어른을 위한 뮤지컬이겠죠.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은 ‘보여드림 데이’, ‘싱어롱 데이’ 등 평소 무대와는 다른 독특하고 재밌는 이벤트도 많습니다. 연초 유쾌한 공연을 찾고 있다면 2월 11일까지 대학로 TOM 1관으로 달려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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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들 #윤석현 배우 #찰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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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