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나는 『읽은 척하면 됩니다』 라는 책을 냈다. 내 이름으로 내는 첫 책이었다. 남편과 같이쓰는 일이지만, 신기하게도 부담은 1인분씩이었다. 출간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많은 고민을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내가 책을 낼 만한 사람인가 라는 자아성찰부터 시작해 이 책을 내고도 나무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녹색스러운 걱정까지. 그럼에도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읽어본다』 시리즈를 기획한 김민정 시인의 결정타 때문이었다.
“걱정 없이 그냥 써봐. 출간, 판매 등 그 이후의 것들은 생각 말고.”
든든했다. 걱정 없이 써보라는 말. 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말이었을 수도 있겠다. 제안을 받고 숫자를 떠올렸다. 매일 아침 출근해 책들의 주문수량을 보고 판매량을 체크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내가 그것에 연연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러나 마법의 말 한마디로 나는 숫자를 잊은 채, - 어쩌면 술에 취한 채 ?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이 나오고 난 이후, 아직까지도 김민정 시인에게 무척이나 고맙다.
하지만 책을 매일 만지고 읽는 것도 어렵고, 쓰는 건 더 어려웠다. 원고 길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책을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쓰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다. 나름 1주일에 몇 개의 리뷰와 카피를 쓰는 MD 일을 하고 있건만, 녹록하지 않았다. 쓰면서 매 순간마다 서평가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원고들이 모여 『읽어본다』 시리즈가 1차로 완성되었다. 『읽어본다』 시리즈는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 만지고 읽었던 책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결과물이다. 거기에 7월부터 12월까지 읽은 책 리스트까지 있으니 제법 두께가 있는 책이 되었다. 그럴 만도 했던 게 책에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람들(편집자, 서점직원, 서점주인, 북카페, 출판기자 등)이 매일 욕심 부려가며 읽었던 책이니 원고가 넘치기도 했다. 그 속의 책들은 독자들이 읽었던 책 리스트와 비슷하기도 하고, 엄청 다르기도 할 것이다. 글을 쓰며 나는 가끔 “어떤 독자와 내가 같은 날, 같은 책을 읽었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렇다면, 신기한 경험이겠다. 그렇게 우리집 식탁 위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며, 마음이 통할 상상의 동지들을 많이 얻었다.
시리즈가 완성되고 올해부터는 다른 도서인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를 매일 해당 날짜를 펴본다. 작년의 오늘, 내 글쓰기 동지들의 고군분투와 풍경을 들여다 보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깊이 공감하는 책도 있고, 내가 읽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 놓게 되는 책도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한 책은 다시 한번 책꽂이에서 꺼내본다.
이렇게 2년 연속 나도 모르게 어느새 매일 책을 만지게 하는 무서운 『읽어본다』 시리즈. 솔직히 말해서 한 권 정도 있으면 남부럽지 않은 독서 메이트가 되어 줄 것이다. 아, 본격 책 뽐뿌까지 일어나지만. 거기에 이기준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덤이다. 본문 디자인은 말해서 뭐하나. 책 옆면을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색상이 달라지니 꼭 해보셔도 좋다.
2차로 훌륭한 저자들이 또 매일 책에 매달려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시길. 갈수록 늘어나는 동지들의 서재를 상상하니 책 내길 참 잘했다 싶다.
김유리(문학 MD)
드물고 어려운 고귀한 것 때문에 이렇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