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더 진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찬란하고 위대한 감동의 대서사시’, 뮤지컬 <닥터 지바고> 가 돌아왔다. 2012년 국내 초연 이후 6년 만의 귀환이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대본을 수정하고, 넘버를 재편성하면서 기존 작품을 보완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며 달라진 무대를 예고했다. “이전 프로덕션과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지난 2011년, 뮤지컬 <닥터 지바고> 가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대되었을 당시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팀, 프로듀서들과 함께 참여한 바 있다. 이듬해 아시아 최초로 국내 개막을 이끌었던 그는 한층 더 진화된 작품으로써 <닥터 지바고> 를 선보인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닥터 지바고> 에는 20세기 소련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러시아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 볼셰비키 혁명 등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파스테르나크는 자신이 경험한 혁명과 내전, 그 속에서 피어났던 사랑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강조했던 소련 작가연맹은 파스테르나크를 핍박하며 『닥터 지바고』의 출판을 금지했으나 1957년 이탈리아에서 번역본으로 발표됐다. 1958년 『닥터 지바고』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지명됐으나 파스테르나크는 수상을 포기해야 했다. 정부와 작가연맹의 압박 때문이었다.
이렇듯 작품의 역사적 배경, 작가의 생애를 이해하면 한층 더 깊이 <닥터 지바고> 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어도 관람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인물들이 놓였던 시대적 상황, 거스를 수 없었던 거대한 흐름을 잘 녹여낸 까닭이다. 관객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것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 의 미덕이라 할 만하다.
혼란의 시대에서 서서히 물든 사랑
모스크바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8살에 고아가 된 유리 지바고는 명망 높은 그로메코 가에 입양된다. 의사이자 시인으로 성장한 그는 함께 자란 토냐와 결혼한다. 노동자 계급 출신의 여성 라라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다. 고위 법관인 코마로프스키와 원치 않는 관계를 지속하던 그녀는 새해 전날 밤 무도회장에서 코마로프스키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라라가 무도회장으로 향하던 길 위에서 운명처럼 그녀와 마주친 지바고는 강렬한 이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군의관과 종군간호사로서 재회한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지바고와 라라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사랑에 빠진다. 원작 소설의 방대한 분량이 증명하듯,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린 두 사람이었다. 긴 시간 동안 서서히 물들 듯 이어져온 사랑이었다. 2시간 반 동안 상연되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 안에 이 모든 이야기를 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닥터 지바고> 는 빠른 호흡으로 시대적 배경과 각 캐릭터를 소개함으로써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LED 파노라마 패널로 구현된 영상,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 또한 몰입감을 높인다.
다시 돌아온 <닥터 지바고> 를 말하는 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들의 호연이다. 주조연을 막론하고 어느 한 곳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무대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유리 지바고는 배우 류정한과 박은태가, 라라는 조정은과 전미도가 맡아 열연한다. 코마로프스키 역에는 서영주와 최민철이 더블캐스팅됐으며, 파샤와 토냐는 각각 강필석과 이정화가 맡아 연기한다. 공연은 5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