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와 포스터라는 이름의 두 개와 함께 살게 된 지는 각기 4년이 조금 안 되었고, 1년이 조금 넘었다. 이 두 개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왜 이름이 조디와 포스터인지를 먼저 이야기하려고 한다.
동물을 원체 좋아하는 나는 4년 전쯤 반려견을 들이고 싶어 거의 병이 날 지경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나의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늉을 하면서 길을 걸을 정도였다. 하지만 생업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은 집을 비워야 하고, 예전에 반려견과 살았으나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기억도 있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차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망원동에 있는, 웰시코기가 많은 한 카페에 갔는데 거기서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만났다. 보는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한 마리 들여야 한다는 것을.
네이버의 한 대형 카페에 들어가 파양견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금세 리트리버 한 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친구가 지금 나와 살고 있는 포스터이다. 4개월, 18kg 정도였을 때 나에게 왔다. 그 당시 나는 마이클 포스터Michael Forster라는 철학자의 글을 읽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 개의 이름이 포스터Forster이다.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뿐더러 중간에 ‘r’ 발음도 들어간다.
조디와 만난 일은 조금 더 드라마틱하다. 문래동에서 술 마시고 집에 가는데 개 한 마리가 사거리에서 걷고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행인의 개인 줄 알고 물었더니 그 분은 이 개를 처음 본다고 하여 조심스레 개에게 가까이 갔다. 다행히도 그 개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 자리에서 안아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안고 가는 동안 내 옷에는 털이 많이 묻었다. 이 사실로 이 개가 시바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에게는 아무런 정보도 없어 별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다. 이게 작년 설 연휴의 일인데 때가 참 좋았다. 영등포구청이 연휴로 쉬던 기간이라서 이틀 정도 집에서 그 개를 기르면서 포스터와 잘 지내는지, 짖음이나 물기는 어떤지, 배변 습관은 어떤지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연휴가 끝난 뒤 영등포구청에 인계하였고 시간이 지나도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기에 정식 입양 절차를 밟아 입양하였다. 그 개가 조디이다.
조디의 이름은 포스터와는 상관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개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니까 트위터의 어떤 분께서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의 성을 포스터에게 주고, 이름을 이 개에게 주는 것이 어떠냐고 하셔서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개의 이름은 조디이다. 물론 포스터가 그 포스터가 아니니, 이 조디도 그 조디는 아니다. 아무튼 이래서 조디와 포스터이다.
이름의 연유를 말했으니 이제 두 마리의 개와 지내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을 두 개 정도 말해보려고 한다. (물론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개를 들이면서 잃은 것도 많지만 그건 빼겠다.)
개를 기르면서 나는 다른 개나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바뀌었다.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 포스터가 집의 나무 책상을 씹기 시작했는데, 나는 어느 순간 포기하고 씹을 테면 씹으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러자 포스터가 책상을 씹기는커녕 나를 보며 왜 자신을 쳐다보지 않느냐면서 크게 짖었다. 개가 겉으로 행하는 것과 속으로 원하는 것 사이에 이렇게 차이가 있고, 그걸 읽어내야만 개와 성공적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일에도 큰 도움이 된 사례이다.
다른 하나는 개든 사람이든 소극적으로 뭘 못 하게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뭘 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포스터는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뛰어올라서 내 팔을 물었다. 이게 장난으로 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살이 뜯어지게 무는 것이었다. 당시 30kg 정도 되던 대형견(현재 38kg)이 팔을 물면 진짜 아팠다. 아무튼 그때 소극적으로 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앉아 있게 시켰더니 포스터의 행동이 금세 교정되었다. 견주들께서는 ‘A는 안 돼’보다는 ‘B를 해’라는 방식이 효과적임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 이를테면 식탁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바닥에 앉아 있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씀이다. 개에게든 사람에게든 부정적/소극적인 지적보다는 긍정적/적극적인 제안이 늘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조디 포스터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이 개들과 같이 살면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를 짧게 적어보았다. 나는 개를 두고 농담 삼아 ‘네 발 달린 천사’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개들이 하품하고, 이불을 뜯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산책하는 모든 것이 좋다. 개, 아니, 네 발 달린 천사와 사람이라는 다른 종이 서로 의사를 소통하면서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는 이 상황이 가능한 한 오래 지속될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당분간 내 개인적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신우승(전기가오리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