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 카피라이터의 문장 수집 생활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흉내 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그와 비슷한 문체로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흉내 내기를 부지런히 하고 나면 점점 자기만의 글쓰기 스타일이 잡혀가는 것 같아요. 나한테 어울리는 글쓰기 방식을 찾게 되는 거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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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이 생긴다. 이런 카피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쓰는 걸까? 29CM의 총괄 카피라이터 이유미. 취미는 소설 읽기, 특기는 소설로 카피 쓰기. 틈나는 대로 소설을 읽고 밑줄을 긋는다. 밑줄 그은 문장들을 수집해두고 카피로 응용한다. 뭔가 다른 ‘느낌적인 느낌’을 풍기는 29CM의 카피는 이렇게 탄생된 것.


『문장 수집 생활: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는 그녀가 편애하는 50편의 소설이 50개의 카피로 새롭게 바뀌는 과정과 함께, 그녀의 사적인 독서 습관과 창의적 필사 방법, 일상적 에세이를 쓰는 법 등을 담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카피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을 문장들, ‘읽히는 카피’를 쓰기 위한 이유미 작가의 고군분투기인 셈. 사소하지만 시시하지 않게, 흔하지만 뻔하지 않게, 소설 속 문장으로 카피 쓰는 법부터 카피처럼 매력적인 글을 쓰는 법까지 그 글쓰기 노하우가 신간  『문장 수집 생활』  속에 담겨 있다.

 

소설 속 문장을 카피로 응용한다는 컨셉이 참 독특한데요. 어떻게 해서 이런 책을 쓰게 되셨나요?

 

광고를 전공하거나 카피 쓰는 걸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기본적으로는 책을 좋아하고요. 책이라면 장르를 안 가리고 다 좋아하지만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데 소설을 읽다 보면 밑줄 긋고 싶어지는 부분이 생기잖아요. 저는 그게 ‘공감’되는 부분이거든요. 그게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인데, 내가 경험한 적 있는 그것들을 글로 접하니까 되게 새롭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필사로 차곡차곡 모아놨는데 에디터(카피라이터)로 일하게 되면서 그런 문장들을 응용해 카피를 쓰기 시작했던 거예요. 일반적으로 카피에서 잘 보지 못했던 텍스트를 접하니까 신선하게들 생각해주시더라고요. 의미전달도 충분히 되기 때문에 그게 차차 저만의 카피 쓰기 방식으로 자리 잡혀 왔어요.


재작년에 저희 회사에서 1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정해서 실행해보는 게 있었는데,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카피 쓰는 방식인 `소설로 카피 쓰기`를 브런치 (https://brunch.co.kr/@yumileewyky) 에 꾸준히 연재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고 구독자도 점점 증가하면서(현재 7,300명) 다양한 매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연재 분량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책으로 묶으면 좋겠다는 21세기북스의 제안을 받고 책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29CM의 총괄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계신데, 29CM는 어떤 회사이고 거기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 부탁 드려요.

 

29CM는 온라인 편집숍이에요. 패션, 라이프스타일, 푸드, 테크 등 여러 분야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 생산하고 있어요. 제가 2014년에  『사물의 시선』 이란 책을 냈었는데요. 저희 회사에서 메일링으로 나갔던 에세이를 모은 책이에요. 일반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내는 메일링과 다르게 저희는 에세이를 한 편씩 써서 고객들에게 메일로 보냈거든요. 여기는 쇼핑몰인데 왜 이런 걸 하지? 하는 의외의 작업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이곳에서 저는 사이트나 앱을 통해 보여지는 텍스트의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관리하고 있어요. 작게는 이벤트 카피를 쓰는 것부터 제법 규모 있는 기획전의 카피를 작성하기도 하고요. 현재는 잠시 중단 상태지만 앱을 통해 에세이나 소설을 연재하기도 했어요. 그밖에는 주로 엠디나 마케터 혹은 기획자들이 작업한 텍스트를 29CM만의 색깔에 맞게 수정하고 검수하는 일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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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수집 생활』 을 보면 한 꼭지마다 소설이 한 편씩 들어가 있는데요. 통틀어 총 50편의 소설을 담고 있는데, 선별한 기준이 있나요?

 

사실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애초에 제가 책을 읽을 때부터 기준이 없거든요. 닥치는 대로 읽는 스타일이에요. 한 번에 여러 권을 읽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다른 책에 관한 정보를 보면, 그게 너무 궁금해서 못 참고 또 사요.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기준이란 게 없고요. 이 책에 실린 소설 50편도 당연히 기준 없이 그냥 제가 밑줄 긋고 필사해둔 것들 중에서 제가 카피를 쓰려는 상품과 맞는 것을 고르게 됐어요. 굳이 기준을 꼽자면 저는 동시대의 국내소설을 좋아해요. 역사물은 공감이 어려워서 잘 못 읽는 편이에요. 동시대 소설은 지금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도 알게 될뿐더러 카피에 응용할 수 있는 문장도 꽤 많아요. 좋아하는 작가로는 김애란, 김금희, 정이현, 백영옥, 최은영, 김혜진, 이은희 작가 등이 있습니다.

 

워킹맘이라고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과 육아 그리고 살림을 병행해야 하는데 책은 언제 읽으시나요?

 

저도 집에서는 책을 거의 못 읽어요. 아이가 없을 때는 집에서 많은 시간 책을 읽었는데 아이가 생긴 뒤로는 거의 읽지 못했어요. 집에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은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뿐이에요. 아이를 재운 뒤에 새벽까지 읽곤 하죠.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 외에는 대부분 출퇴근하는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어요. 일요일이면 빨리 월요일이 왔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어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독특하게 저만의 노하우랄까 그런 게 있는데요.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중간중간 책을 읽는 거예요. 애들은 밥을 천천히 먹으니까 그 시간이 은근 지루하거든요. 아직은 제가 직접 먹여주고 있기 때문에 오롯이 앞에서 기다려줘야 하는데 저는 그럴 때 책을 읽어요. 길게 읽진 못하지만 짬짬이 읽는 나름의 맛이 있고, 애한테 빨리 안 먹냐고 재촉하게 되지 않아서 좋아요. 아기였을 때는 수유쿠션 위에 애를 올려놓고 젖병으로 분유를 먹이면서도 책을 읽었어요. 그만큼 책이 너무 간절했다고 해야 하나. 책을 읽지 못할 땐 도서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려서 걷는 동안, 운전할 때, 설거지할 때 그리고 빨래 갤 때, 이 모든 시간에 저는 책을 ‘듣습니다’.

 

『문장 수집 생활』 이란 제목은 이유미 작가님이 ‘좋아하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필사하는 습관’을 뜻하는 것이죠. 그런 과정이 글쓰기에는 어떤 도움이 되나요?

 

제가 필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질투가 나서’예요.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런 걸 그냥 밑줄만 긋고 마는 게 아쉬웠어요. 뭔지 알 수 없는 질투심에 그걸 그대로 옮겨 적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냥 눈으로 읽어보는 것과 소리 내서 읽어보고 손으로 써보는 건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문장을 내 것으로 소화시킨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중에 제 글을 쓸 때도 그런 것들을 떠올리면서 편하게 쓰지 말아야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써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필사라는 게 그 작가의 글을 흉내 내보는 거잖아요. 그렇게 따라해 보는 건 좋아서잖아요, 닮고 싶어서.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흉내 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그와 비슷한 문체로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흉내 내기를 부지런히 하고 나면 점점 자기만의 글쓰기 스타일이 잡혀가는 것 같아요. 나한테 어울리는 글쓰기 방식을 찾게 되는 거죠.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카피와 달리 글을 쓸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솔직함’이에요. 특히 에세이를 쓸 땐 저를 많이 내려놓고 쓰는데요. 그 이유는 제가 그런 글에 끌리기 때문이에요. 솔직한 글을 읽으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써도 괜찮나 싶으면서도 뭔가 위안이 돼요.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글을 쓸 때도 솔직하게 써야지, 그래야 읽는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브런치에 ‘매일 읽는 여자의 오늘 사는 이야기’라는 에세이를 2년 넘게 연재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건 제가 제 자신을 많이 내려놓고 솔직하게 쓴 글들이었어요. 카피도 마찬가지예요. 과장하거나 예쁘게만 표현하지 않고 우리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말로 공감할 수 있게끔 표현해주는 게 중요해요. 카피가 ‘나에게만 말하고 있는 것처럼’ 구체적이고 세심하게요. 이런 점들을 놓치지 않고 쓰려고 합니다.

 

『문장 수집 생활』 의 책 뒷면도 마치 표지처럼 디자인되어 있어요. 책을 양쪽으로 읽을 수 있는 구성이 독특한데요. 뒷면에 실린 부록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앞면부터 시작하는 책의 주된 내용이 ‘소설로 카피 쓰기’에 관한 에피소드와 카피 쓰는 방법이라면, 뒷면의 부록은 카피를 쓸 때 알아두면 좋을 실용적인 팁들을 실었어요. 카피 쓰기 막막할 땐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목차를 활용해 카피를 쓰는 유용한 방법도 있고요. 상투적인 카피를 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다르게 쓰기 위한 고급기술은 어떤 방법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어요. 제가 회사에서 엠디(MD)들을 대상으로 카피라이팅 교육을 했던 내용들을 정리했는데요. 기술적으로는 카피 쓰기에 대한 방법이지만, 사실 카피라는 장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전반에 해당되는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우리가 관성에 빠지지 않고 신선한 글을 쓰려면 어떤 부분에 주의해야 하는지, 제 나름의 노하우를 토대로 정리해봤어요.

 


 

 

문장 수집 생활이유미 저 | 21세기북스
‘카피 쓰기 막막할 때 먼저 체크할 것’ ‘상투적인 카피를 쓰지 않는 법’ ‘급할 때 유용한 목차 활용법’ ‘잘못 쓰기 쉬운 문법’ 등 실용적인 팁들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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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