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가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한계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면 삼십 대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중심을 잡아가는 시간이다. 우리는 늘 남과 비교해 조급해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헤매기만 하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듯 느껴지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나다운’ 것들을 찾아 확신을 갖는 ‘과정’에 있다.
『인생은 고양이처럼』 은 개성 있는 캐릭터와 감각적인 컬러로 잡지, 드라마, 책 표지,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비주얼 아티스트 ‘아방’이 서른을 건너며 일, 사랑, 관계, 공간에 대해 겪은 고민과 생각의 변화들을 그림과 함께 풀어낸 책이다.
건물 옥상 위 고양이가 한가로이 누워 있는 표지와 『인생은 고양이처럼』 이라는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제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 포함 또래들은 나이, 돈, 연애, 직업 같은 걸 걱정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안 그렇잖아요. 낮잠이 쏟아지면 길거리에 벌러덩 누워 자고 누가 뭐라 해도 자기 갈 길 가는 뚝심 있고 자유로운 모습이 부러워서 제목을 그렇게 짓게 되었어요. 책 내용도 어떻게 하면 더욱 더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인생은 고양이처럼』 에 실린 그림을 보면 첫 책 『미쳐도 괜찮아 베를린』 때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아마 이런 변화는 『인생은 고양이처럼』 에 담긴 그간의 시간과 고민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작가님은 주로 어떤 순간에 그림을 그리시나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의 첫 번째 책 『미쳐도 괜찮아 베를린』 은 여행 에세이에요. 베를린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려고 좀 더 러프하게 드로잉했고, 『인생은 고양이처럼』 에 실린 그림들은 그에 비해서 많이 정돈되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간 고민하고 연습한 결과인 것 같아요.
거의 매 순간 그림 그리고 싶은 장면을 발견합니다. 예전에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도시의 관계, 실루엣에 중점을 두었다면 요즘은 그 너머에서 풍겨지는 보이지 않는 사연과 분위기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다가 맘에 쏙 드는 대사를 들었을 때 영감을 받기도 하고 강렬한 사진 한 장에 매력을 느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슬슬 자리는 잡아가지만 일이든 사랑이든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서른’이라는 기점인 것 같습니다. 터널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직 다 살아보진 않았지만 우리는 죽기 직전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에 빠지는 경우를 수없이 만날 거예요. 이를 해결하거나 벗어나는 과정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때론 돌아가는 날도 있을 테고요.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그 과정들에 섣불리 점수를 매기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면 해요. 몇 번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저는 천천히 오래도록,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헤매는 과정을 행복하게 누리자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책에서 인용했던 서천석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 모두에겐 헤매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스물아홉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런던으로 유학을 가셨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어떤 점이 런던으로의 외유를 결정하게 된 이유인가요? 런던으로 가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런던으로 유학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학교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학과가 있는, 제가 좋아하는 학교가 있어 런던으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그간 펼쳐놓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외국으로 가기까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지만 더 경험하고 싶은 갈증을 다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때쯤 되니까, 긴 긴 고민이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잘렸어요. 제가 결정을 내렸다기보다는 주변의 것들이 결정을 내려준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인용하셨던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추천 도서가 있으신가요?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많이 읽지는 못해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를 추천합니다. 읽으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졌던 터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몇 권씩 사놓기도 했어요. 잔잔하면서도 마치 지점토를 조물락거리는 것처럼 세심하고 재미난 문체도 좋고, 상반되는 여러 종교관을 아우르며 결국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작가님은 그림이든 글이든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려 합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건 쏟아내는 행위여서 그게 잘 안 될 때는 좋은 걸 집어넣어야 해요. 볼 일 보고 나면 먹는 것처럼.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책을 읽습니다.
일상을 참 재미있게 사는 것 같습니다. 비결은 무엇인가요?
주변에 저보다 훨씬 재밌게 사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이랑 대화를 나누다보면 저와의 공통점이 있어요. 특별한 목표나 목적, 끝내주는 명분이 없는 일을 하길 좋아한다는 거예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6월 28일부터 7월 22일까지 첫 번째 개인전을 해요. 영등포 롯데백화점 10층 갤러리, 6월 30일에는 오프닝리셉션이 있으니 시간되시면 전시 보러 오세요. 가장 가까운 계획은 이것이고요, 다음의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큰 꿈은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도록 지금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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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양이처럼아방 저 | 북라이프
지금 당장은 헤매기만 하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듯 느껴지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나다운’ 것들을 찾아 확신을 갖는 ‘과정’에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