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나의 돈키호테가 있다면, 짝사랑하기를“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 이전까지 김호연 작가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작가는 자신만의 ‘돈키호테’를 찾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비록 힘이 들지라도.
글 : 신연선 사진 : 표기식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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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표기식 


“내년이면 20년 차가 되는 전업 작가”(9쪽)는 그러나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생계가 되지 않는 소설을 붙들고 있어도 될지, 회의감이 들었죠. 바로 그때 ‘소설의 신’이 그에게 손을 내밉니다. 돈키호테에 관한 글을 쓰는 조건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지던시에 3개월간 머물 자격을 선사한 것인데요. 이것이 김호연 작가가 『불편한 편의점』으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기 바로 전의 일이었습니다.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는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김호연 작가가 스페인의 유서 깊은 레지던시 ‘헤지덴시아 데 에스튜디안테스’에 머물던 때를 담은 여행기입니다. 작가는 그곳이 “다시 꿈꿀 수 있도록 해준 인생의 스프링캠프”였다고 말해요. 모기가 없는, 맛있는 음식과 술이 있는, 아름다운 유산이 곳곳에 숨어 있는 스페인 곳곳을 그리는 이 이야기가 무엇보다 ‘돈키호테’라는 저마다의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하는 이야기인 이유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부제가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이에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어요? 

누구나 지지부진하고, 넘어지거나 좌절하는 때가 있잖아요. 왜 빨리 안 될까, 싶고요. 그런 분들, 스스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읽고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분들에게 쉴 수 있는 작은 공간, 오아시스나 영양제를 건네는 느낌으로 쓴 거죠. 김호연 작가에게도 이런 과정이 다 있었구나, 하면서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말이에요. 뭐든 빨리 되는 건 없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한 번쯤 좋은 일도 생긴다, 자신의 ‘업’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마치 돈키호테처럼 말이죠. 

사실 지금이야 조금 알려진 작가가 됐지만 제 네 번째 소설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생계도 쉽지 않았죠. 소설만 써서는 생계가 안 되니까 시나리오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좌절했던 때였는데요. 돈키호테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제안서가 선정된 거예요. 돈키호테의 행보나 그 작품을 쓴 세르반테스의 일생은 모두 궁색하고 찌질하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요. 그 메타포가 극적인 순간에 찾아온 거예요. 그들을 따라가다 보니까 저도 저만의 도전을 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말씀처럼 돈키호테와 작가님의 ‘계속 하는 마음’이 절묘하게 맞물리거든요. 돈키호테여야 했구나, 하고 실감했던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원래도 돈키호테를 좋아했어요. 제가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았을 때 심사위원장이 이순원 선생님이셨거든요. 이순원 선생님이 그때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돈키호테랑 산초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들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이해하고 있다, 소설가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이다, 라는 거였어요. 그 말씀이 정말 좋았어요. 그 전에도 돈키호테를 좋아했지만 그 말씀을 듣고 돈키호테를 재인식하게 됐죠. 그러다가 스페인에 지원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스페인의 고전에 대해 써야겠다는 데 생각이 연결됐고요. 그것들이 제대로 맞물렸던 것 같아요. 사실 되게 인기 있는 사업이라 안 될 줄 알았어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운명은 밀당에 능하다”(10쪽)는 문장이 떠오르네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운명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어떤 일은 사후에 해석되기도 하지만요. 

선정된 그 당시에는 그저 스페인 가서 좀 쉬어야 되나, 정도였어요. 다시 소설을 쓸 강력한 동기를 찾겠다는 생각보다 약간 숨이 트인다는 느낌이었죠. 스페인에 가서 재충전도 하고, 용기도 얻고, 소설 『나의 돈키호테』도 최대한 준비하자는 마인드였던 것 같아요. 일단은 가서 부딪혀 보자, 했던 기억이 나요. 

 

숨이 트인다는 말씀이 마음 아프네요. 스페인에 가기 직전까지 작가님의 상황이 어땠는지 짐작하게 되고요. 번아웃이었을지 모르겠다고 쓰셨잖아요. 

인식 못하고 있었지만 그랬던 것 같은데요. 시간이 지나 그때의 상황을 돌아보고, 정리하니까 운명이 밀당에 능하다거나 번아웃까지 왔을지 모르겠다거나 그곳에서의 시간 덕분에 다시 소설을 쓸 기운을 얻었다는 걸 깨닫는 것이지 당시에는 그저 급급했어요. 대책 없이 갔을 뿐이에요. 다녀오면 다시 생계 걱정을 해야 했으니까요. 스페인에서도 마찬가지죠. 레지던시에서 먹여도 주고 재워도 주지만 어느 정도의 체재비는 있어야 하잖아요. 취재하려면 여행도 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가서 부딪치기 바빴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또 죽었다 생각하고 일해야지, 생각도 했고요. 아무튼 참 묘해요. 

 

심지어 코로나 직전 시기였다는 것, 그 점도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한국에 돌아오고 두 달 있다가 코로나가 터졌어요. 돌아와서도 당장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시나리오를 써야 했는데요. 영화 일감을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코로나로 영화계가 힘들어졌잖아요. 와중에 한국에 돌아와 곧바로 돈키호테 소설을 쓸 용기는 없었어요. 조사한 자료도 많았고, 『돈키호테』 자체도 대작이라 패러디도 너무 힘든 일이니까요.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게다가 이전의 소설들이 잘 안 돼서 책 계약도 쉽지 않았고요. 아시겠지만 어차피 소설의 계약금도 얼마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시나리오 빨리 써서 생계를 해결한 다음 돈키호테 소설을 써야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운 좋게 한 영화사의 일을 땄죠. 그렇게 급한 불을 끄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소설을 썼어요. 돈키호테 소설은 아니었고요. 예전에 쓰던 것을 집중해서 빠르게 썼거든요. 그 소설이 『불편한 편의점』이었어요.


사진 : 표기식


힘들어도 재미있으니까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 인문학부의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어느 학생이 질문을 해요. 작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무슨 조언을 해주겠느냐고요. 작가님은 듣자마자 “Keep Going”이라고 답하는데요. 사실 그게 진짜 힘들잖아요. 작가님에게는 관두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지칠 때, 불안할 때 다시 일어나 킵고잉, 그러니까 계속하게 하는 비법이 있을까요?

비법까지는 아닌데요. 제 기준에서는 간단해요.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돼요. 좋아하는 일도 힘들어요. 일은 다 힘들잖아요.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어도 킵고잉 할 수 있어요.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힘들어도 재미있는 일이니까, 내 인생을 바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싫어하는 일을 계속 하려면 힘들죠. 얼마 못 가서 포기하게 되거나 힘들게 그 일을 계속 하다 후회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래서 반드시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이미 성인이고 직장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찾으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찾아 취미로라도 하는 거죠. 그것이 나중에 본업이 될 수도 있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어도 킵고잉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그런 일을 찾는 게 중요한데요. 학교나 사회가 잘 안 가르쳐줘요. 제가 논할 건 아니지만 다만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좋아하는 일, 몰두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기질이 있는지를 서른 전에만 알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하게 경험하고, 여행이나 알바도 하면서 어떤 일이 나를 심장 뛰게 하는지, 또 어떤 일을 내가 잘 습득하는지 발견하는 거죠. 저도 글 쓰는 게 힘들거든요. 그렇지만 좋아하니까 힘들어도 했다, 결론은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그럴듯한 플랜B를 세우라고도 하셨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소설을 썼죠. 완전히 다른 업종의 플랜B를 택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대안을 세운 거예요. 친구들 중에 시나리오만 파는 작가들이 있어요. 저는 잘 안 풀려서 힘들어하는 동료나 후배한테 소설을 써보라고 조언하거든요. 글을 오래 썼으니까 트리트먼트 두 편 써서 붙인다고 생각하고 소설을 써보라고요. 그런 식으로 자기 분야 안에서 조금만 피보팅 하면 돼요. 편집자가 경력을 쌓다가 출판사를 차려서 1인 출판하는 경우도 있고요. 일러스트 작가가 정통 회화 또는 웹툰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많은 분들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는 게 쉽지 않으니까, 조금 유연하게 말이에요. 

 

한 분야에 몰두해야 한다는 마음에는 일종의 완벽주의도 있는 것 같고요. 패배하고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도 큰 것 같아요.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겠어요. 인생은 그냥 배우다 가는 거잖아요. 또, 이긴 놈들이 다 잘 되나요? 걔들도 다 고꾸라져요. 언젠가 욕을 먹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거죠. 다만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최선을 다해 충실히 배우고, 경험해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는 편이 우리 인생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저의 개똥철학 같은 거죠.(웃음) 


E. L. 닥터로가 글쓰기는 밤에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했거든요. 밤에 헤드라이트만 켜고 운전하면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길밖에 안 보이죠. 그런데 운전자는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 분량만 생각해야지, 이거 언제 다 쓰냐고 생각하면 못 쓰는 거예요. 지금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만 보고, 쓰는 거죠. 그걸 잘 썼으면 되는 거고, 못 썼어도 내일 고치면 되는 거예요. 당장 오늘 명작이 안 나온다고 좌절하면 안 돼요. 마찬가지로 삶에 있어서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수정할 기회들이 있으니까요. 가끔 독자 분들이 첫 문장 쓰기가 힘들다고,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데 주저된다고 하실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저는 아무거나 쓰시라고 해요. 어차피 고쳐야 한다고요. 

 

엉망인 초고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거군요. 

그럼요. 세상에 잘 알려진 유명한 첫 문장들이 있잖아요. 그 문장들이 초고에 있을까요? 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봤던 모든 훌륭한 첫 문장이 한 번에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고친다, 그러니까 아무거나 시작해라, 꾸준히 쓰고 나면 첫 문장으로 쓰고 싶은 멋진 글귀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사진 : 표기식


곤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 


작가님은 “작가에게는 사는 것이 쓰는 것이다”(217쪽)라고 하시는데요.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큼 일상을 사는 것이 쓰는 데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렸어요. 

그렇죠, 작가는 안 쓸 때도 작품에 대해 생각하잖아요. 그것도 작업이에요. 창작하는 사람들은 다들 아실 것 같은데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아요. 광부가 집에 와도 재가 안 떨어진다는 말이 있듯, 창작자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것 같아요. 일과 삶이 분리되고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는 일도 있을 텐데요.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게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되게 단순하게 살려고 해요. 원래 비혼주의까지는 아니지만 가정을 꾸릴 용기도 없었어요. 결혼도 일종의 계약이고, 서로의 의무에 충실해야 하는데요. 창작에 집중하려면 그건 못할 것 같더라고요. 좀 집착이죠. 그래서 나는 그냥 단순하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인간관계도 최소한으로 하고요. 저는 지금도 모임 같은 것은 최대한 자제해요. 취미도 없고요. 그래서 외로워요.(웃음) 

 

나는 계속 우리들의 찌질하고 간절한 궁리와 궁여지책에 대해 쓸 것이다”(174쪽)고 한 것도 얘기해보고 싶어요. 작가님이 바라보는 것, 그러니까 내 소설의 인물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죠. 대부분 곤궁하고요. 일단 소설이라는 건 사건이잖아요. 인간이 고난을 겪고, 그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스토리의 핵심인데요. 저는 그것들을 제 눈높이에서 찾는 거예요. 그런 점이 독자 분들이 보시기에도 자기 주변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 같고요. 물론 『파우스터』는 스릴러죠. 야구 스타 플레이어도 나오고, 국회의원도 나오는데요. 기본적으로 저는 나의 주변에 일어날 것 같은 얘기들을 쓰려고 해요. 그것을 통해 나도 저런 어려움이 있었지, 나라면 저럴 때 어땠을까, 하면서 공감하길 바라요. 더 나아가 그 안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서 질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일상을 지극히 단순하게 살려는 마음과 내 주변의, 가까운 현실을 사는 보통 사람들을 담아내려는 마음이 어쩐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김구라 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사는 건 남들처럼 살고, 일하는 건 특별하게 일해야 한다는 말이었는데요.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니까 평범하게 사는 삶을 추구하면서, 일에 있어서는 유니크하고 특출나게 해야 한다는 말인데, 크게 와닿더라고요. 저도 소시민으로 자랐고요. 지금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똑같이 경험하려고 노력해요. 못하는 건 책을 읽든 주변 얘기를 듣든 취재를 하든 하고요. 다만 제가 쓰는 이야기에 특수한 상황을 통해서 그런 부분들을 환기시키는 거죠. 그래서 공감과 이해, 나아가 질문까지 갈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이야기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게 작가의 일이니까요. 


사진 : 표기식


흠뻑 빠져서 읽는 이야기


소설 쓰며 가졌던 희망이 두 개가 있었잖아요. 작품이 해외에 번역되는 것, 그리고 다른 콘텐츠의 원작이 되는 것이었는데요. 모두 이루었습니다. 지금, 새로 품게 된 희망이 있나요?

아직 없어요. 처음의 희망을 이룬 것만도 고맙죠. 제가 소설가로 이렇게 큰 영광과 사랑을 받을지 몰랐기 때문에 아직도 이것을 감당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요. 아직도 정신이 없고요. 그래서 회사의 도움이 엄청 커요. 저는 계속 외면해요. 이 상황을 만끽한다는 것도 웃긴 것 같거든요. ‘어제 내린 눈’이라고들 하잖아요. 어쨌든 저는 다음 작품을 해야 되는 거고요. 지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냥 다음 소설을 쓰는 게 중요해요. 왜냐하면 제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분들이 생겼으니까요. 그럼 써야죠. 물론 제가 대본 작가 출신이라 언젠가 좋은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요. 지금은 좋은 소설을 또 써서 제 소설을 좋아하신 독자 분들께 다가가는 게 가장 시급해요. 

 

구상중인 작품이 있는 건가요? 

예전에는 구상하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항상 다음에 쓸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없어요. 그래서 올해는 아니다 싶은 것은 버리고, 발전시킬 것은 시켜서 다음 소설의 아이템을 잡는 것, 그것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말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에요. 『파우스터』를 쓸 때는 『불편한 편의점』을 다음에 써야지, 했고 그것을 쓸 때는 끝내고 빨리 『나의 돈키호테』를 써야지, 했어요. 그것 외에 다른 이야기도 있었고요. 어쩌면 지금이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상업 작가니까요. 상업 작가로서 독자와 밀당을 해야 독자 분들도 좋아하실 거라서 다음 작품 구상이 좀 힘들어요. 올해 시작만 해도 다행일 것 같아요. 

 

말씀 중에 독자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저는 예전부터 독자를 늘 생각했어요. 독자와 소통이 잘 되는 소설, 독자가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려고 했어요. 독자가 3시간 동안 소설 한 편을 읽으면서 힘들었던 현실을 잠시 잊고 현실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공감할 수 있는 세계를 경험하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그렇게 저를 정체화 했어요. 

 

이른바 ‘에어포트 노벨’을 지향하는 소설가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죠. 

영화도 홍상수 감독님이 하시는 것 같은 예술 영화가 있고요. 윤제균 감독님이나 김용화, 최동훈 감독님 같은 상업 대중 영화가 있는데요. 홍상수 감독님 같은 분이 천만 영화를 꿈꾸면서 영화를 만들지 않죠. 대신 이분들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요. 한편 최동훈, 윤제균 감독님 같은 분이 칸에서 상도 받고 천만 영화도 되겠다는 욕심은 안 내시거든요. 이분들은 대중과 공감하는 상업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죠. 소설도 똑같은 것 같아요. 문학성을 추구하는 소설,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인간성을 깊이 천착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소설들이 있고요.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그 세계를 즐기고, 공감하는 대중소설이 있는데요. 저는 그런 상업소설을 쓰는 작가예요. 문체에 집중하기보다 가독성을 중심으로 쓰죠. 그것 역시 쉽지는 않거든요. 읽기 쉽다고 쓰기 쉬운 건 아니에요. 그저 방향이 다른 거죠. 


한편으로 소설의 카테고리도 무척 다양해진 것 같아요. 한국SF도 많이 유명해졌고요. 퀴어 소설도 다양하게 나오고, 100만 부가 판매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판타지잖아요. 저는 휴먼 드라마고, 그밖에 스릴러 소설도 많거든요. 한국 소설이 다변화되고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제가 한참 문학 편집자를 하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그렇지 않았죠. 당시 오쿠다 히데오,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엄청나게 팔렸어요. 또 해리포터 시리즈나 『다빈치 코드』 같은 작품도 다 잘 팔렸는데요. 한국 소설은 문학성 중심으로 많이 집중되어 있었어요. 그때 그게 아쉬워서 제가 한번 써볼까 했던 거예요. 서사가 강한 소설도 한국 독자는 아주 좋아한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할 때부터 계속 재밌는 이야기, 쉽게 읽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 거였어요. 그것이 독자에게 인정받기까지 14년 걸렸네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돈키호테가 있을 것 같아요. 나의 돈키호테를 찾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간절함을 가지고 좇으세요. 그냥 찾는(looking for) 게 아니라 좇는(chasing)다는 생각으로 말이에요. 돈키호테가 쉽게 안 찾아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집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쉬운 게 아니니까 많이 좋아해야죠. 짝사랑하듯 해야 해요. 책을 보시면 저도 미친 사람 같잖아요. 스페인에 가서 돈키호테 동상에 말을 걸고, 세르반테스의 고향을 찾고요. 세고비아 관광지 중 멋있다는 데도 안 가고 나의 돈키호테만을 좇았거든요. 사실 거기 간다고 영감이 오겠어요? 그냥 가는 거예요, 그냥. 그 정도의 근성이랄까 간절함이 필요해요. 자신의 돈키호테가 있다면 그것을 짝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마침내 소설 『나의 돈키호테』도 쓰고, 그때의 고군분투를 담은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까지 출간한 지금, 만약 직접 세르반테스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 

“숙제했습니다. 저 숙제 다 했으니까 이제 복을 내려주십시오.(웃음)”


마드리드 레지던스에서의 3개월은 정말 행복했어요. 낯선 곳이고, 써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취재가 힘들기도 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걱정도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그곳에서의 순간은 너무 행복했고요. 작가인 제게 주어진 최초의 호사였어요. 물론 한국에서도 여러 문학관에 머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건 정말 엄청난 혜택이었잖아요. 감사한 마음이 컸고요.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처럼 반드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도 작가의 창작 인생에 도움이 됐다면 문제가 안 돼요. 강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저는 강박이 있었어요. 이렇게 큰 도움을 받은 곳에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 된다고요. 그래서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도 쓴 거예요. 만약 『나의 돈키호테』라는 소설을 못 내면 이 일기라도 내려고요. 글빚을 갚는 거잖아요. 어쨌든 결국 두 책이 모두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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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저/<안영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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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저/<안영옥> 역

출판사 | 열린책들

파우스터

<김호연>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출판사 | 팩토리나인

다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저/<안종설> 역

출판사 | 문학수첩

다빈치 코드 2

<댄 브라운> 저/<안종설> 역

출판사 | 문학수첩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

출판사 |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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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세르반테스

스페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극작가이자 시인이라 불린다. 1547년 9월 29일 성 미겔의 날에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대학도시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일곱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인 로드리고 데 세르반테스는 가난한 외과의사 겸 접골사였으며 어머니 레오노르 데 코르티나스는 코르도바 출신이었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몇 달간 투옥되었던 세르반테스는 19세가 되던 해 유명한 에라스무스주의자 후안 로페스 데 오요스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에 들어가고, 1568년 펠리페 2세의 왕비인 이사벨 데 발부아가 사망하자 오요스가 발간한 문집에 시 네 편을 수록한다. 이는 세르반테스의 문학적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문건으로 알려져 있다. 1569년 로마로 떠난 세르반테스는 교황청 소속 신부의 시종으로 일하다 이듬해 나폴리에서 스페인군에 입대한다. 스페인이 주도하는 기독교 연합군과 터키 사이에 벌어진 레판토 해전에서 그는 왼쪽 가슴과 팔에 총상을 입어 왼팔을 쓸 수 없게 된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한 후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르네상스 말기의 문화에 심취했으며, 1575년 에스파냐 해군 총사령관이며 왕제(王弟)인 돈 후안의 표창장을 받고 동생과 함께 스페인으로 귀환하는 갤리선에 오르지만 터키 해적의 공격을 받고 포로가 되어 알제리로 끌려간다. 1576년 세르반테스의 주도로 포로 13명이 탈출을 시도하지만 길잡이의 배반으로 실패하고, 이후 세 번이나 더 탈출에 실패한다. 1580년 마침내 5년이라는 긴 포로 생활에서 해방된 세르반테스는 마드리드에서 가족과 재회한다. 그때부터 희곡 집필에 전념하기 시작한 그는 1583년 배우와 극작가들이 자주 다니는 타베르나에서 유부녀인 아나 비야프랑카와 사랑에 빠진다.1585년 9월 아나 비야프랑카는 딸 이사벨을 낳고, 그해 12월 37세의 세르반테스는 19세의 카탈리나 데 팔라시오스와 결혼한다. 첫 작품인 목가소설 『라 갈라테아』를 출판한 것도 이때였다. 이후 1587년까지 20∼30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1592년 징수된 곡물을 허가 없이 판매한 혐의로 세비야 감방에 투옥된 세르반테스는 옥중에서 『라만차의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테』를 구상한다. 1605년 출간한 『돈키호테』 1편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돈 키호테』의 정식명칭은 『재치 발랄한 향사(鄕士)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로, 작가 자신이 “유행하고 있는 기사(騎士)이야기의 인기를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당시 에스파냐에서 유행한 기사 이야기의 패러디에서 출발되었다. 이 작품의 중심은 돈 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두 성격의 창조로, 기사의 고매한 이상은 산초 판자의 실제적이고 비속한 물질주의와는 대조적이다. 21세기 먼 타국에서조차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돈키호테는 독자들 나름대로의 잣대로 인해 현실감각 없는 인물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주위의 시선과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다가서는 인물로 재탄생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그 시대까지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소설의 다양한 형식을 집결하여 문체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개방식에서도 참신함이 돋보이는 훌륭한 걸작을 만들어냄으로써 유럽 현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이후 『돈키호테』 2편, 『모범소설집』(1613), 『파르나소에의 여행』(1614), 『여덟 편의 희극과 여덟 편의 막간극』(1615)을 출간하였다. 만년에는 종교적인 결사에 가담하고, 1611년 프란시스코 데 실바가 창립한 아카데미아 셀바헤라는 작가 단체에 가입하였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인 1616년 4월 23일, 마드리드에서 수종으로 69세의 생을 마감했다. 그의 유해는 마드리드의 트리니타리아스 이 데스칼사스 수도원에 매장되었다고 전해지나 무덤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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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

댄 브라운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세 살 때부터 리듬과 수수께끼에 매료되었고, 이 세상의 책벌레들을 위해 책과 음악과 시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걸 좋아한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쓴 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쓴 책 중에 유명한 『다빈치 코드』는 다양한 암호(알파벳 등)를 조합하면서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는 이야기다. 그의 첫 그림책 『와일드 심포니』는 음악과 악기 연주를 좋아하는 그의 음악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댄 브라운은 지금 윈스턴이라는 이름의 반려견(래브라도 리트리버)과 뉴잉글랜드에 살고 있다. 한때는 평범한 교사였던 댄 브라운은 『다 빈치 코드』로 일거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실제와 허구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소설의 상상력이 얼마나 방대할 수 있으며,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주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1998년에 『디지털 포트리스 Digital Fortress』를 출간하고 『디셉션 포인트 Deception Point』, 『천사와 악마 Angels&Demons』를 내기까지 그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에 불과했다. 양친이 교사였으며, 부모님이 교사로 있는 뉴잉글랜드의 사립학교에서 성장하였다. 어릴적 꿈은 싱어송라이터로, 세 장의음반을 내고 90년대 초반 홍콩, 한국 등지를 돌며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꿈이 실패로 돌아가고 그는 소설가를 꿈꾸었다고 한다. 2003년 3월 『다 빈치 코드』가 출간되고 전 세계적으로 8,100만 부가 판매되면서, 그와 그가 창조해 낸 랭던, 그리고 이전작인 '천사와 악마'까지 재조명을 받게 된다. 『다 빈치 코드』는 고대 역사와 비밀단체, 암호 등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와 충분한 연구와 자료조사를 토대로 한 탄탄한 구성력을 갖췄다. 독자 스스로 질문과 대답을 되풀이하며 숨겨진 비밀에 보다 깊숙이 다가가게 하는 흥미로운 내용전개와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최고의 화제작이다. 『다 빈치 코드』가 과거 역사에 기반한 소설이라면, 『천사와 악마』는 현재 진행중인 첨단과학과 종교의 충돌을 그리며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반물질 등의 물리학 지식, 바티칸ㆍ베르니니의 건축예술, 가톨릭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에게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현대과학과 종교의 논쟁을 다룬 『천사와 악마』는, 짐작과는 달리 종교와 과학 둘 중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이냐를 논하는 소설이 결코 아니다. 또한 과학과 종교를 극한으로 대립시켜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독자를 몰아붙이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지금까지 선善이라고(또는 악惡이라고) 판단해온 수많은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또 다른 대표작 『디셉션 포인트』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욕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워싱턴 정계에서 세기의 정치 음모가 벌어진다. 지적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이번 소설도 천체물리학과 해양생물학 그리고 각종 최첨단 과학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테크놀로지가 실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NASA의 과학 기기와 델타포스 요원들의 무기들은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의 작품들은 풍부한 인문적, 과학적 사실을 상상력으로 짜맞춘 음모론적 구조를 갖는다. 그는 음모론자라기보다 회의론자에 가깝지만 권력 이면에 숨겨진 것들에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들은 쉽게 읽히지만 '비밀결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선악의 대결'이란 도식적 구조에 머물러 왔다는 지적도 받는데, 그는 사실상 세상 대부분의 이야기가 선악의 대결구조라며 괴물이나 신화적 상징에 가까운 악인을 설정해 현대적 의미의 신화를 창조해 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생생함과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책장을 펼치는 순간 책 속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뛰어나다. 그의 글은 흥미와 더불어 미술품, 기호학 등 그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교양에 대한 풍부한 정보들을 함께 담고 있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빈치 코드』가 8,100만부, 『천사와 악마』가 4,500만부 이상 판매되었고, 두 작품 모두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올랐고, 세계 언론은 그를 '소설계의 빅뱅'으로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