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컬트, 호러의 결정판!
뮤지컬 <이블데드> 는 대놓고 B급 뮤지컬을 표방한다. “파격적인 무대와 B급 코미디로 유쾌함을 선사한다!”는 헤드라인은 <이블데드> 의 웹 전단에 당당히(?) 박혀있는 메인 카피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 <이블데드> 는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 파격인 전개로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미친 듯이 웃기려 다시 돌아왔다”는 또 다른 메인 카피에도 충실하게 150분의 러닝 타임 내내 황당한 전개로 폭소를 유발한다.
뮤지컬 <이블데드> 는 동명의 호러 영화인 <이블데드> 1편과 2편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시킨 작품이다. 2008년 초연된 당시에도 신선하고 파격적인 소재로 관객들과 평단의 눈길을 사로 잡은 바 있다. 지난 여름 9년만에 공연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기세를 이어 올해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블데드> 의 플롯은 단순하다. 여름 휴가를 맞아 숲 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남녀 대학생들이 지하에 봉인되어 있던 ‘죽음의 책’을 발견하게 되고, 그 이후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며 결국 하나 둘 좀비로 변한다. 주인공인 애쉬를 제외한 애쉬의 여자친구 린다, 여동생 셰럴, 절친 스캇, 스캇의 여자친구 셀리까지 모두가 좀비가 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등장인물 고고학자 애니와 애니의 남자친구 에드, 현지인 제이크까지 등장하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좀비가 된 인물들이 정상인(?)이었을 때와 180도 다른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블데드> 의 B급 병맛 코드를 더욱 더 진하게 만들어준다. 인물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말하는 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특히 조용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던 소심한 소녀 셰럴의 변화가 놀랍다. 셰럴의 걸쭉한 입담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19금 욕설은 B급 유머코드의 절정을 보여준다. 등장 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는 스캇 역시 힘을 보탠다. 특히 뻔뻔한 코믹 연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배우 우찬은 물오른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물아일체 연기 또한 작품에 마음 놓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블데드> 는 서사에서 오는 개연성의 부족을 (사실 개연성을 따지고 볼 작품이 아니지만) 다른요소들에서 풍성하게 채워나간다. 리얼하고 재치 넘치는 소품과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 독특하고 신선한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거리로 관객들의 오감을 채워준다. 혼자 살아 남은 애쉬는 애니와 함께 좀비들을 처단하기 위해 네크로네미콘이라는 주술서에 적힌 좀비 처단 주문을 외우는 시간은 <이블데드> 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관객들의 몰입도 또한 최고조가 되는 장면이다.
주문을 외우면 좀비들의 화려한 군무와 라이브 밴드의 강렬한 음악이 어우러지며 파티가 시작된다. 분위기에 취한 좀비들은 ’스플레터석’으로 규정지어진 무대 앞 객석으로 뛰어 내려가고, 이내 관객들에게 피를 뿌리기 시작한다. 좀비들에게 똑같이 피를 뿌리는 관객, 어떻게든 피하려는 관객, 그런 관객들에게 집요하게 피를 뿌리며 즐거워하는 좀비들 등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이 ‘파티’를 있는 힘껏 즐긴다. 스플레터석이 아닌 다른 객석에 앉은 관객들에게도 굉장히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블데드> 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연의 개념을 유쾌하게 뒤집으며 공연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어설프게 B급인척 하는 애매한 작품이 아니라 완전히 ‘미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B급인 작품이다. 그 정체성이 시작부터 결말까지 뚜렷하게 이어지니, 작품의 완성도 역시 탄탄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 없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고 즐겁게 보내게 해주는 유쾌한 작품 <이블데드> 는 오는 8월 26일까지 유니플레스 1관에서 공연된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