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문화일보>에 연재를 시작한 지 27년 만에 김성동 작가의 장편소설 『국수(國手)』 가 마침내 완결되어 7월 출간됐다. 『국수(國手)』 는 조선시대 말 활동한 여러 분야의 국수를 소재로 하여, 1890년대 전후의 충청도 내포 지역을 무대로 민중들의 고난에 찬 생활상과 탐관오리들의 학정(虐政)에의 저항,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조짐, 조선 왕조의 황혼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시대 배경은 전라도 쪽에서 동학농민봉기가 일어나던 시점으로 충청도 쪽에서 민중들의 저항과 봉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역사적 고찰을 통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장편소설 『국수』 는 언제 집필하기 시작하여 언제 완성이 되었나요?
1991년 11월 1일 문화일보 창간 기념으로 연재하기 시작, 2018년 6월 초경 완성하기까지 집필 시작한 이후로 근 27년이 걸렸습니다.
소설 제목인 ‘국수’는 바둑의 최고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국수’는 무슨 뜻인가요?
소설 제목 ‘國手’는 단지 바둑의 최고수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의술(醫術), 그림, 소리, 춤, 음악, 온갖 재주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민중들이 바치는 꽃다발 같은 헌사입니다. 소설 『국수』 는 바둑을 소재로 삼았으되, 바둑소설이 아니라 조선이 급격히 무너지던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조선의 고유한 정신문화를 다룬 ‘역사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오늘날 우리 삶의 뿌리인 조선민족의 감추어진 역사와 희미해지거나 사라지는 전통 생활과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망가지고 죽어가는 우리 조선말을 되찾아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이 소설을 쓸 결심을 했지요. 벽초 홍명희 선생은 일본 식민지배가 100년 이상 가리라고 생각하고 기록이라도 남기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란 심정으로 『임꺽정』을 썼다고 합니다. 저도 똑같아요. 사라져가는 우리 조선말을 명색이 작가인 나라도 열심히 찾아 써서 남기기 위해 『國手』 를 썼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말 80% 위가 죄 일본말입니다. 일본식 한자말이라는 뜻입니다. 농부=농군, 어부=젓꾼, 광부=굿꾼, 인부=人丁……. 예를 들자면 끝이 없어요. 지독한 왜독에 걸려있는 우리 겨레말을 나라도 되찾아 이 땅에 남겨야 한다고 결심했지요.
무려 2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요.
개인적으로 병고에 시달리는 등 집필하는 데 어려운 시간들이 이어졌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운 문제는 오늘날 우리말이 일본말에 심하게 오염되어 있고 외국어 번역투가 거의 지배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기막히게도 제대로 된 국어사전조차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에요. 그러니 사실상 사전이나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재야에서 겨레말의 집을 지어야 하는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國手』 를 통해 고유한 우리말과 우리말 문장을 복원하고 되살려내는 데에는 검증하고 확인하는 공력과 기나긴 세월을 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학계와 문학계에서 『국수(國手)』 를 평가하는데 특히 중인 계급인 아전들이 쓰던 말이나 천민계층인 노비, 기생 등 하층민이 쓰던 말들을 되살린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특히 조선시대 하층민의 말을 복원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내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 어머니에게서 배운 말들을 살려내며 그 말들이 실제로 쓰인 말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국어사전은 모두 일본사전을 베껴 온 것들로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혼자 힘으로 우리말을 일일이 찾고 확인 검증해가야 했지요. 『國手』 는 모든 문장이 조선 사람들이 써오던 고유한 말과 고유한 말투를 최대한 살리려 했습니다.
소설 『국수(國手)』 의 문장을 『임꺽정』과 『토지』 에 비교하는데, 이 작품들과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특별히 주목할 차이로 무엇을 들 수 있습니까.
말은 계급의 산물입니다. 조선시대 지배계급 언어인 양반언어, 농민 중심의 평민언어는 아직 살아있지만, 아전과 천민언어는 거의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임꺽정』이 우리말을 잘 살렸지만 양반과 천민이 모두 같은 양반계급의 언어를 쓰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소설 『國手』 는 충청도 방언 특히 내포지방이라 불리는, 지금의 서천 예산 보령 청양 당진 서산 등 질박한 충청도 방언(사투리)을 쓰고 있습니다. 충청도 지방 사투리를 특별히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충청도 지방의 사투리는 우리말을 가장 잘 지켜낸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충청도 지방은 우리 문화와 말의 중심을 가장 잘 지켜낸 지역입니다. 충청도에서도 가장 충청도다운 말투와 생활풍습을 간직하고 있는 데가 내포 언저리입니다. 충청도는 또 전 조선에서 가장 조선적인 것을 지켜내고 있는 곳으로 가장 민족적인 인물들을 낳고 길렀으니? 문학만 보더라도 추사, 면암 같은 유학자들이 항왜투쟁 깃발을 들었던 것이고, 만해, 홍명희, 리기영, 조명희, 정지용 등 민족주의 작가들, 정치 쪽에선 박헌영, 김상룡, 홍중식, 김복진 등... 보령만을 보더라도 리문희, 리문구, 최상규, 김성동, 최시한, 김종광 등 한 고을에서 가장 많은 진보적 독립운동가들 소설가들을 낳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말은 일본말과 외래어 등에 의해 심각히 오염되고 혼탁해져서 한글의 건강성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선생님께선 소설 『國手』 가 우선적으로 오늘의 독자에게 어떤 구실을 하길 바라십니까.
소설 『國手』 가 독자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아 倭말 洋말 漢말로 심히 오염되고 병든 우리말을 새로 건강하게 태어나게 하는, ‘겨레말 올바로 쓰기’ 또는 기존의 남북의 언어 차이를 극복하는 ‘겨레말 뿌리 찾기’ 같은 市民 運動 차원에서 널리 쓰인다면 더 이상 원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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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김성동 저 | 솔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온 개인적 ‘전傳’ 양식을 이어받으면서 제국주의에 갈갈이 찢긴 우리말과 문화와 정신의 뿌리를 생생히 되살려내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