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 디어라이프 북카페에서 열린 강연회
지난 8월 7일, ‘우리 아이 읽기 - 쓰기 - 말하기로 잡는 공부 습관’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강연은 어린이 독서 문화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최하는 ‘제15회 예스24 어린이 독후감 대회’의 일환으로 열리는 여름방학 특강이다. 『우리 아이의 읽기, 쓰기, 말하기』 의 저자인 김보영 아나운서가 첫 번째 강연의 주자로 나섰다.
김보영 아나운서는 오랫동안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일했다. 처음 아나운서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생활과 독서가 멀어지던 때에 운명적인 프로그램을 만났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저자와 함께 책 이야기를 할 명사를 초청해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TV, 도서관에 가다’를 만든 것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만난 것이 인생에 변곡점이었다고 이야기한다.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때도 많았어요. ‘TV, 도서관에 가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주 한 권씩 책을 읽어야 했어요.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특히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렸죠. 그런데 100권이 넘어가니까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책을 읽으면서 상식이나 지식이 쌓이는 것뿐만 아니라, 삶 전체를 바라보는 철학이 생겼어요. 자연스럽게 교육관도 변하기 시작했어요.”
책으로 쌓은 마음의 내공은 조금씩 단단해졌다. 두 딸의 엄마인 그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 읽는 환경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묻고, 내 아이에게 직접 했던 독서 교육은 하나둘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독서 지도사나 교사가 아닌, 엄마가 내 아이에게 했던 독서 교육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우리 아이 읽기 - 쓰기 - 말하기로 잡는 공부 습관’ 강연에서는 저자의 책 『우리 아이의 읽기, 쓰기, 말하기』 를 바탕으로 독서 교육에 관해 저자가 깨닫고 실천한 바를 육하원칙으로 정리해 설명했다.
김보영 아나운서
WHY? 왜 읽기가 대세일까?
어릴 때 독서 교육이 수학, 과학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좋다. 독해력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문제의 요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교육 과정은 우리 때와 정말 다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재 초등학생 자녀와 1970~1980년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할아버지와 손자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완전히 세대가 달라진 지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이해하는 이해력과 독해력, 논리력과 창의력이다.
WHEN? 언제 시작하면 좋은가요?
읽기 교육은 가능하면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배 속의 아이는 17주부터 청각이 발달한다고 한다. 24주가 되면 밖에서 나는 소리를 다 듣는다. 물론 듣는다고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임신 중에 책 읽는 소리를 들려주는 게 좋다. 첫 임신했을 때 너무 바빠서 제대로 된 태교를 하지 못했다. 공부하고 일하느라 바쁜 나날 중 유일하게 했던 것이 잠자기 전 책 한 권 읽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태어난 이후에도 책을 읽어주면 울다가도 진정하곤 했다. 큰 아이가 11살인 지금도 책을 읽어준다. 한글을 아는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것을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뇌는 13살까지 읽고 쓰는 영역보다 말하고 듣는 영역이 발달한다고 한다. 한글을 깨우친 아이라도 혼자서 책을 읽는 것보다 부모가 읽어주는 게 좋고, 혼자 읽더라도 소리 내 읽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혼자 책 읽더라도 소리내 읽도록 하는 것을 추천한다.
WHAT? 무슨 책 읽어야 할까요?
아이 책 고를 때 보통 추천도서나 권장도서를 참고한다. 그것보다는 본인이 재미있어하는 책을 읽게 하는 게 좋다. 억지로 읽으면 흥미가 떨어진다. 재미있어하는 책을 읽고 책 읽는 습관을 먼저 들이는 게 좋다. 본인이 고른 책이 재미없을 수도 있다. 실패하면서 자기 취향에 맞는 책을 알게 된다. 물론 때마다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아이가 그 책을 읽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먼저 알게 하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다.
아이가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말로 표현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돕는 게 좋다. 쓰는 건 그 이후에 한다. 읽기 이후에 말하기를 하고, 다음에 쓰기로 가는 게 좋다. 책을 읽은 아이에게 독서록을 쓰라고 하면 부담스럽다. 읽은 걸 요약해서 설명하거나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는 먼저 아이와 대화를 한다. 대화는 머릿속에 나열된 생각을 정리해 준다. “책 줄거리가 뭐야? 요약해 봐.”와 같은 질문 말고, 아이가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말하기가 선행되면 쓰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처음엔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도 반복하다 보면 쉽게 쓸 수 있다.
WHO? 독서 논술 학원의 실체, 엄마가 더 좋은 선생님인 이유는 뭘까?
2017 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상위권인 학생들을 판가름했던 게 비문학 영역이었다. 비문학 영역은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논술학원이 많이 생겼다. 논술이나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니까 사교육으로 시선을 돌리는 보호자가 많다. 실제로 유명 논술학원은 상담을 받고 등록한다 해도 기다리는 게 필수다. 논술학원에서 특별한 교육을 하는 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6~7명의 아이를 모아 책 읽게 하고, 그와 관련한 문제를 낸다. 수강료는 20~30만 원 정도이고, 책은 별도로 사야 한다. 모두 그런 건 아닐지 모르나 알아보았을 때, 교육을 진행하는 책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없었다. 몇 개의 책 비교해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 한 곳과 계약하고 책을 받는 형태였다. 또, 아이를 교육하는 교사도 대학생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많았다.
그렇다면 책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 자체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면, 사이가 틀어지기 쉽다. 그래서 습관이 중요하다. 습관은 오랜 시간 쌓이는 것이다. 독서 논술 교육을 7~8년 정도 긴 시간 동안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다. 또, 아이의 취향은 엄마가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엄마가 가장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
HOW? 매일 아침 신문 한 줄!
우리 아이는 어린이 신문을 구독한다. 아침이면 나와 아이가 함께 신문을 읽는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신문 읽은 것에 관해서 대화한다. 예를 들어 “왜 이렇게 덥지?”라고 질문하면 아이가 신문에서 읽은 것을 바탕으로 ‘왜 더운지’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어떻게 알았어? 똑똑하네.”라고 답한다. 아이는 신문에서 봤다며, 신문 좀 읽으라고 타박하기도 한다. 아이와 대화하기 전, 어린이 신문에서 화재를 던질 만한 질문을 먼저 찾는다. 이후 아이에게 은근히 물어보는 것이다. 아이는 바로 아침에 읽은 신문에 나온 내용이니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준다. 함께 신문을 읽으면 다양한 분야를 대화할 수 있다.
WHERE? 도서관과 친해지기!
요즘은 집을 구할 때 도서관이 가까운지를 먼저 본다고 한다. 책 읽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앞서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자신의 취향을 찾는 것 중요하다는 말했다. 도서관은 아이의 취향을 찾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수많은 책 중에서 자신이 빌릴 책을 고르고, 이후에 그와 비슷한 책을 또 찾을 수 있다. 집 주변에 대부분 공공도서관이 있다. 요즘은 작은 도서관도 참 많다. 아이와 놀이하듯이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씩 빌려서 오가는 게 좋다. 다 읽으면 또 도서관에 가서 한 권을 빌리고, 그렇게 도서관과 친해질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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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읽기 쓰기 말하기김보영 저 | 지식너머
‘취학 전,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단계별 학습법’과 ‘어린이 신문, 어린이 도서관 정보’ 등 꼭 필요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정보들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