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는 무난하게 미국, 영국, 호주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지만 면면의 다채로움은 이전만 못 하다. 화려한 팝스타의 재림을 보여줬던 3집
초창기 히트곡 「Problem」과 「Love me harder」 「Dangerous woman」, 그리고 최근 「Side to side」까지 대중 지향적이던 음악 스타일을 줄이고 가창력보다는 음색에, 퍼포먼스보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 퍼렐 윌리엄스가 이끄는 힙합 그룹 N.E.R.D에서와같이 빽빽한 리듬감에 재지한 베이스라인을 풀어낸 「Blazed」, 미니멀한 전자음에 여성 래퍼 니키 미나즈의 목소리를 얹고, 한 남성 정치인의 목소리를 샘플링 해 만든 「The light is coming」은 이제까지의 안 좋은 일들을 뒤로하고 빛이 오고 있음을 노래한다. 비욘세와 퍼렐 윌리엄스가 함께 작곡한 「R.E.M」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사이 사랑 이야기를 품고, 역시 퍼렐의 손길이 닿은 끝 곡 「Get well soon」은 5월 22일 발생한 맨체스터 테러 사건을 추모하고자 러닝 타임을 5분 22초로 맞춰 ‘우리가 이겨낼 수 있다’며 다독인다.
그러니까 명백한 변화다. 머라이어 캐리를 뒤잇는 보컬리스트의 탄생이란 칭호는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간 뽐내던 하이노트와 애드리브는 거의 종적을 감췄고 「Successful」에서는 속삭이는 듯한 창법을, 「Sweetener」는 매끄러운 팝 선율 너머에 캐치한 후렴구 대신 싱잉랩을 선보인다. 다만 이 새로운 시도 앞에서 그 자신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내세운 두 개의 선 싱글 「God is a woman」 「No tears left to cry」 모두가 맥스 마틴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각각 트랩 비트와 레게리듬, 댄스 팝으로 열창하는 덕에 가장 이전 히트곡들과 비슷한 라인에 서 높은 흡입력을 쟁취하는 두 곡은 음반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반짝이는 트랙이다.
사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퍼렐 윌리엄스의 작풍과 아리아나 그란데의 시너지가 투박한 건 아니다. 미시 엘리엇의 피처링이 더해진 멍한 톤의 「Borderline」도, 「Blazed」도 아리아나 그란데의 그간 스타일이 아닐 뿐 몇 번의 낯선 만남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이 같은 진행이 15개의 수록곡이 담긴 음반 전체로 퍼졌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연이은 물 먹은 듯한 신시사이저에 맥이 빠지는 「Better off」,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이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힘이 풀리는 「Goodnight n go」, 1분 남짓한 러닝 타임에 현재 남자친구의 이름을 제목으로 건 몽환적인 사운드의 「Pete davidson」까지. 앨범 구성의 부족함을 상쇄할 싱글 단위 에너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변화는 지루함으로 새 시도는 평면적으로 끝을 내린다.
팝 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를, 포니테일에 캣아이 화장을 한 아리아나 그란데를, 그간의 음악적?외적 정체성을 뛰어넘기에 음반의 화력은 부족하다. 지난 정규 앨범들이 앞 곡과 뒤 곡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형식미가 부족하더라도 매력적인 개별 곡으로 승부수를 뒀다면 이번에는 변화에 도전한 그 핸들링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짜릿한 가창력도 카멜레온 같던 수록곡 별 이미지도 일시 정지한 상태에서 음반은 두 가지 유의미를 가진다. 첫째, 이 모든 선택을 그가 ‘직접’ 했다는 점, 둘째, 퍼렐 윌리엄스와의 시너지가 그다지 기력을 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간의 재기발랄함을 뒤잇기에 양념이 너무 빠졌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