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사실 방을 나오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진지하게 삶을 뒤돌아보고 고민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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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은둔형 외톨이였다가 용기내어 밖으로 나온 사람입니다!”


어제, 오늘, 내일이 정지화면처럼 똑같이 살았던 김재주 작가. 어느 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런 사람이 나만은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낯선 환경과 사람들이 두려웠지만, 용기를 냈다. 세상으로의 발돋움을 시작한 히키코모리 김재주의 이야기가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으로 담겼다. 
 
히키코모리 또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히키코모리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히키코모리였지, 히키코모리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니 제가 생각하는 히키코모리에 대해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통은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사회악처럼 묘사되어 병적인 사람으로 정의를 합니다만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집 안에만 틀어박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만이 히키코모리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낮아진 자존감에 심한 외로움을 타는 사람, 스스로 나약하다며 자책하며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숨으려는 사람, 타인으로부터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은밀히 숨어드는 그들만의 공간이 있다면, 그곳이 집이든 PC방이든 일터이든 차 안이든 상관없이 그들 또한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합니다.

 

방 안에서만 보낸 시간을 위트 있게 써주셔서 저도 모르게 웃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방 안에 들어가기 전 모습과 생활이 궁금하기도 해지는데요. 어떤 분이었나요?

 

제 입으로 꺼내기 다소 민망하지만 정말 활발하고 모든 모임에 불러줄 정도로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10년전에 저를 알던 분들이 이 책을 보면 “그동안 이렇게 살았어?” 하고 놀라실 겁니다. 그 부분이 책을 쓰는 데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모든 분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습니다. 저를 알릴 만한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흐른 지금, 수많은 관계를 스스로 등져버린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의 은둔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방 안에 있을 때 저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으며, 먹고 싶을 때 먹고, 게임하고 싶을 때 게임하며, TV나 영화가 보고 싶을 땐 또 그렇게 했습니다. 이런 제가 이 기간에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정말 염치까지 없는 놈이 아닐까요? 설령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고 한들 저에게는 없었던 겁니다. 그래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힘들게 사시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닙니다. 다만, 괴로웠던 순간을 꼽자면 어느 순간 나와서 부모님의 얼굴을 대면하니 두 분 모두 그동안 많이 늙으셨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때 많이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런 못난 아들을 바로 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제 스스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가장 괴로운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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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셨을 때,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된 탓에 울고 웃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얘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책에도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실었는데요.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친분이 쌓이면서 신이 났던 모양입니다. 한 강연장에서 처음 뵌 분의 얘기를 듣고 별 의심 없이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어떤 종교 집단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절을 하고 그들을 따라서 행동하고 있는 제 모습이 3인칭으로 보이더라고요. 사람들과의 친분을 만들어 보려다 생긴 에피소드입니다. 그리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16년 만에 워크숍을 1박 가게 된 적이 있습니다. 같이 차를 타고 가실 분이 편의점 커피 네 잔을 부탁했는데 사본 적도 없고 어떻게 사는 건지 물어볼 용기도 안 나서 못 샀다고 했습니다. 아마 짠돌이로 봤을 겁니다. 차로 이동 중에 그분이 왜 못 사봤느냐고 물었고 지난 일들을 얘기했습니다.

 

얘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보이는 편의점에 차를 세우고 커피 사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갈 일이 생겨 10년 전에 산 검정색 양복을 찾아 입는데 옷만 그대로일 뿐 저는 더 이상 예전의 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날 비까지 와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검은색 정장은 몸에 찰싹 붙어버린 쫄쫄이가 되었고, 그게 많이 우스웠는지 길가의 커피숍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구경거리처럼 보는 시선과 우산을 들고 저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창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만의 방을 탈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개인적인 노력이 있었을까요?

 

사실 방을 나오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진지하게 삶을 뒤돌아보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여태껏 늘 ‘추천받은 삶’만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더라고요. 저는 필사적으로 꿈을 찾았고 엉뚱한 곳에서 꿈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방 안에 있어야 할 이유보다 나가야 할 이유가 커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친구와 있었을 땐 몰랐는데 심할 정도로 사람들과의 대면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밖으로 나오기로 결심했을 땐 볼에 경련이 날 때까지 볼펜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하고, 대인관계에 관한 서적과 에티켓에 관한 책, 심리학과 유머,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공부하고, 개인기를 연습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당시의 전 진지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책을 낸 이유는 저와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힘들더라도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손 내밀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지켜보는 분들에게도 힘드시겠지만 그들이 다시 용기를 내게끔 응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우울함에 힘겨워하는 분들에게 응원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처음에 제가 그러했듯이 밖으로 한걸음 옮겨 어느 강연장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분들과 만나게 된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일까요? 또 이 책을 읽고 있을 분들, 나아가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지내시는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오히려 은둔 생활을 하시는 분들보다 평범한 분이 읽어주시길 희망합니다. 은둔자 분들에게 힘이 되어드리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히키코모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한 꺼풀 정도는 벗겨내고 싶었습니다. 제 책을 즐겁게 읽으시고 모든 히키코모리가 어둡지만은 않구나, 재미있고 유쾌한 생각도 하는구나, 나름 여러 속앓이를 하는구나, 겁도 많고 여리구나, 라고 다시 봐주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희망을 가지십시오, 용기를 내십시오, 밖으로 나와주세요” 같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딱 두 가지만 꼭 지켜주십시오. 어떤 일이 있어도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하며 자포자기식 행동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김재주 저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우리 모두 외로움과 힘겨움을 짊어진 채 각자의 경기를 치르고 있기 때문일까. 저자가 풀어내는 진솔한 말이 예외적인 이야기이자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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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