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
창업 후 1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사업자는 얼마나 될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1인 가게 창업, 하지만 오랜 불황과 자영업 폐업률을 생각하면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사표를 쓰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가게를 여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가게를 1년 이상 유지해나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퇴사 후 이제 자영업자 5년차로 접어든 광고기획자 원부연은 창업에도 철저한 계획과 확실한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로 어쩌다 사장이 되는 것이 아닌, 세상에 하나뿐인 내 브랜드를 건 1인 가게, 그것을 만들고 유지해나가기까지의 세세한 지침과 충고를 담은 책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 의 저자, 원부연을 만나보았다.
회사원이라면 다들 한 번쯤 창업을 꿈꿔봤겠지만 실제로 창업을 결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나만의 가게를 창업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시장조사와 계획 세우는 데에만 4년이 걸렸죠. 처음 마음을 먹었던 게 2011년 겨울이었어요. 창업 공간을 찾기 위해 신촌 일대를 돌아다녀봤는데, 그때가 신촌 상권이 좋을 때라 가게를 열려면 억대 금액이 들겠더라고요. 당시 광고회사 4년차, 창업을 시작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겠다는 현실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준비를 하고 큰 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회사를 다니면서 줄곧 창업할 가게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 구상에 열중했던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새롭게 내보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반복했죠. 하지만 회사에서의 연차가 쌓일수록 그 아이디어의 실행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동아리 단골 술집이던 신촌의 ‘아름다운 시절’ 사장님들이 가게를 접는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 가게를 인수해 운영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막연한 생각을 실행에 옮겨볼 좋은 기회였죠. 그렇게 2014년 봄 광고회사 9년차가 된 해, 작은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를 관두지 않고, 동업자들과 함께 술집 ‘아름다운 시절’을 운영하셨다고요. 퇴근 후에 새벽까지 술집에서 일하려면 많이 고되었을 텐데, 그때의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된 것 같나요?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술집 운영을 병행하기로 한 건, 실제 공간 운영을 잘할 수 있을지 해보지 않고는 저도 답을 내릴 수가 없어서였죠. 그 당시엔 잘 안될 확률이 더 클 것 같았고요. 하지만 다행이도 이전 사장님이 운영할 때보다 매출이 좋았어요. 회사생활을 계속하면서 손님 응대, 안주 만들기, 술 서빙, 콘텐츠 관리 등 엄청나게 고된 업무를 해야 했지만 매일이 즐거웠죠. 30평 규모로 공간이 작지 않고 단체 손님이 많아, 현업 현장을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무엇보다 하나의 공간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플랜 짜기, 브랜드 관리하기, 운영계획 실행 등, 그때 배운 모든 과정은 이후 나만의 술집(가게) 브랜드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되었어요.
2014년 여름에 탄생한 저의 첫 술집의 브랜드는 상암동의 ‘원부술집’이었어요. 30평 규모에서 일하다 10평 규모의 1인 술집을 운영하다 보니 한결 수월한 느낌이었어요. 과정별로 나누어 준비하는 과정도 한번 겪어봤던 터라 자신감이 붙었고요. 다만 기존에 있던 가게를 그냥 인수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어요. 그래도 이전에 인수한 가게를 처음 운영하면서 일단 부딪치고 파고들면 된다는 교훈을 얻었기에 두려움은 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자 싶어 창업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고요.
창업에도 당연히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매뉴얼북’을 만드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뉴얼북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간단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사실 가장 힘들었던 과정이 인테리어였어요. 셀프로 해보자고 결심은 했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각각의 일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죠. 막연하게 본 이미지들을 참고해 말로 설명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내가 구현하고 싶은 가게의 모습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기초 자료가 필요하겠다 싶어 ‘매뉴얼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의 구체적인 구성이나 분위기, 그리고 그것에 어울리는 소품은 무엇이 어울릴지, 어떻게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정리해나갔죠. 어떤 조명을 달고, 벽은 무슨 색으로 칠할 것이며, 바 높이는 몇 센티미터로 할 것인지까지 기준을 정확하게 잡고 정리해갔어요.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 레퍼런스 자료로 활용하기도 했고요. 힘들긴 했어도 셀프인테리어를 진행해봤더니, 공간의 구성과 공사의 흐름, 비용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가게 ‘모어댄위스키’와 세 번째 가게 ‘하루키술집’, 이후 ‘팝업술집 프로젝트’까지 비교적 편하게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계획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은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은데요, 현장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회사에서는 서로 간에 약속을 하면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잖아요. 메일로 소통하며 그 내용을 남기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 분들은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해준다고 약속했다가 안 해주시기도 하고, A라고 말씀을 분명히 드렸는데 못 들었다고 하는 때도 있고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늘 노출되어 있다는 게 불안했어요. 그래서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자주 과정을 체크하고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죠.
또 최종 의사 결정자가 나라는 부분도 부담스러웠어요. 회사에서는 개인의 잘못도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그 책임을 내가 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진행함에 있어 늘 팽팽한 긴장감을 안고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날씨 때문에 힘든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특히 너무 덥거나 추울 때요. 원부술집, 모어댄위스키, 하루키술집의 경우 모두 8월에 오픈했던지라 땀을 뻘뻘 흘리며 고되게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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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공간을 운영하는 일
첫 술집인 ‘원부술집’을 오픈한 지 3개월 정도 때부터 운영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고요. 소위 ‘오픈 발’이 끝나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 손님들을 계속 끌어모을 수 있을까요?
원부술집을 오픈하고 3개월 후 처음 들었던 고민은, 과연 내 직업은 무엇인가였어요. 나는 술집 사장인가? 그냥 개인사업자인가? 그 답이 무엇인지,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인지 생각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그래도 초반에는 정신 없고 바쁜 시기여서 이 질문을 마음에 담아두고만 있었어요. 하지만 오픈 후 1년이 지나고 매출도 조금씩 떨어지다 보니 복합적인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실행해본 첫 번째 솔루션은 음주 공간에 문화적 요소를 채워보는 것이었어요. 공간의 정체성과 방향을 여러 각도로 고민해보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월간 상암동’을 테마로 한 달에 한 번 미술 전시도 하고, 소셜 파티와 플리마켓, 희곡낭독공연 프로젝트도 하는 등 여러 문화 콘텐츠를 공간에 채워보았죠. 점차 이 공간을 술집 이상의 무언가, 즉 음주와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매출이 떨어지는 현실적인 부분은 메뉴 개선으로 해결해보기로 했어요. 처음에 자주 와줬던 단골손님도 2년차가 되자 점점 이탈이 심해졌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메뉴 개편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원부술집을 비롯한 저의 모든 가게들은 10평 규모, 테이블이 적은 공간이다 보니 테이블 단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죠.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주며 매출이 떨어지는 문제를 보완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메뉴만큼 공간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자 했습니다. 가게 인테리어를 조금씩 바꾼다든지, 날씨와 상황에 따라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이에 맞는 메뉴를 추천해봤죠. 조금이나마 지속적으로 이 공간에 대한 뉴스를 만들어주려고 했습니다. 결국 공간의 방향성을 찾아가다 보니 내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었고요. 요즘은 저 스스로를 ‘음주문화공간 기획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창업 특강도 진행하게 되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많았을 텐데요, 그분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함께 들려주세요.
즐겁게 사는 삶 vs. 벌이에 대한 불확실성. 이 부분에 대해 늘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저의 경험을 살려 현실적인 조언들을 많이 해드리게 되죠. 생각은 막연하고 경험은 부족하기에 무작정 창업을 동경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창업, 특히 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엄연한 현실 업무이기에 생각 외로 힘든 지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입이 불확실하고 매일이 불규칙하다는 점을 강조해 말씀드리고요.
내 일을 하게 되면 당연히 시간 사용이 자유롭고, 출퇴근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쓸데없는 사람과 부딪치며 스트레스도 안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일이 적든 많은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회사와 달리, 가게는 내가 일한 만큼 정직하게 벌 수 있는 구조예요. 심지어 요즘 같은 불경기 때는 열심히 해도 그만큼 벌이가 일정치 않을 수 있고요. 게다가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게 되면 인건비 등 걱정거리는 늘어나죠. 남의 수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생각보다 막중하기에 그만큼 무게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으신 거죠? 퇴사 전에 상상해보았던 삶의 방향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론은 회사 다닐 때보다 상당히 괜찮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제가 기획한 공간의 브랜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소비자, 즉 손님의 반응과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생각보다 큰 쾌감과 기쁨을 줍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사의 눈치볼 것 없이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물론 혼자 이끌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요.
놀라운 건, 회사의 장점과 창업의 장점 중 겹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에요. 이 극단적 직업 이동이 주는 매력과 스펙타클함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늘 새롭고 긴장되죠. 여기에 새로운 도전과 시도 또한 병행해나가야 합니다. 저 역시 술집 외에도 문화예술 소극장인 ‘신촌극장’과 문화와 사람이 만나는 공간 ‘신촌살롱’을 새롭게 시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후의 프로젝트는 또 무엇이 될지, 저 역시 궁금하고 한편으로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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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원부연 저 | 책읽는수요일
공간의 콘셉트와 브랜딩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유지를 위한 홍보 운영 전략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을 담았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