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막 풍경, 그 속에 숨겨진 오아시스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머리 위에 떠 있는 별, 그 곳에 사는 어린 왕자와 그의 장미 이야기, 그리고 우리 모습을 비추는 떠돌이 별들의 이야기도. 기가 막히게도 작가의 직업은 우편물 비행사였다.
『인간의 대지』 는 생텍쥐페리가 서른아홉 살에 발표한 작품으로 자신과 동료들이 비행사로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00년대 초 중반, 비행기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고철 덩어리였다. 초보 비행사는 테이블에 지도를 펼쳐놓고 지형을 익혀야 했고 고도계는 정확하지 않았다. GPS같은 첨단 기계 없이 오롯이 선배 비행사들이 개척한 항로를 따라 홀로 싸워 나가야 했다. 첫 비행을 떠나기 전날 동료와의 작은 파티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그는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받으며 기뻐할 사람들은 그가 목숨을 바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망망대해 같은 구름 바다 아래에 진짜 바다가 있을지 나와 동료를 부숴버릴 산비탈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부딪힌 후에나 알 수 있다. 사막은 언제 우리를 습격할지 모르는 적이 숨어있을 때 비로소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어린 왕자의 팬이라면 그가 어떻게 그와 같은 감성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시선으로 동료와 소녀들, 노예와 게릴라들을 바라보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 속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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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생 텍쥐페리 원저/이정은 역 | 디자인이음
사사로운 현실의 문제들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순간이다. 생텍쥐페리는 절실하고도 생생하게 감동적으로 삶을 찬양한다.
유서영(외국도서 MD)
어릴적 아버지가 헌책방에 다녀오시면 책을 한아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보통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이었는데 몇 권이 됐든 하루 이틀이면 다 읽어버리곤 했습니다. 다 읽은 책들은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어른이 된 지금은 책 한 권 끝까지 읽는 일이 너무도 어렵습니다. 침대 옆 책상위에는 항상 읽고 싶은 책들을 몇 권 씩 쌓아 놓지만 그저 쌓여 있기만 합니다. 가끔 가슴 뛰는 책을 만나면 몇 줄 씩 읽고는 멈추고 곱씹고, 다 읽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일부러 아껴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