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깊어 가는 가을 밤
알록달록한 단풍이 하나 둘 낙엽으로 떨어지고, 코 끝을 시리게 만드는 가을 바람이 불어 오면 어딘가 모르게 감성에 젖어 들게 된다. 그리고 그 가을 감성을 한 껏 끌어 올려주는 음악이 그리워 질 때면 어김 없이 한 사람, 김광석이 떠오른다.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마음을 달래주던 그의 노래들은 가을 밤과 함께 어우러지며많은 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준다.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바람이 불어 오는 곳> 역시 마찬 가지이다. <바람이 불어 오는 곳> 은 지난 2012년 대구에서 첫 공연을 한 후 올해로 7년 째 공연 되고 있는 주크 박스 뮤지컬이다.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로 함께 모여, 울고 웃고 노래 하며 우정을 나누던 밴드 ‘바람’은 제 18회 대학 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 한다. 하지만 같은 꿈을 꾸고 같이 청춘을 보내는 시간도 잠시, 각자의 입장과 이상이 달라지며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고 바람 밴드 역시 자연스럽게 해체하게 된다. 가는 세월을 그 누가 붙잡을 수 있던., 그렇게 서로를 잊고 산 시간이 쌓이고 쌓여 어느 덧 20년이 흐르고, 멤버들은 그저 반복되는 일상을 충실히 사는 평범한 중년이 된다.
단조롭고 무료한 일상 속에서 멤버들은 그저 음악이 좋아서 노래를 부르고 만들고 함께 나누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고 추억하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바람 밴드의 대학가요제 대상 곡 ‘와장창!’을 듣게 되고,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한 번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이 오직 ‘음악’ 하나로 뭉쳐 콘서트를 열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주크 박스 뮤지컬이 별다른 스토리가 없는 것과 같이, <바람이 불어 오는 곳> 의 스토리 역시 단순하다. 갈등 구조도 뚜렷하지 않고, 갈등 해결 방식이나 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예측이 가능하다. 다소 아쉬운 스토리를 채워 주는 건 모든 배우들이 라이브로 들려주는 음악에 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적시는 김광석의 주옥 같은 노래들을 2시간 30여분 남짓한 러닝 타임 내내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바람이 불어 오는 곳> 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타, 건반, 젬베 등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는 악기들로 듣는 김광석의 노래는 그의 서정적인 가사와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고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열정을 불사르며 콘서트를 여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지난 청춘이 떠오르며 마음 한 켠이 뜨거워 진다. 유독 중년관객들이 많이 보였던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광석을 가장 고스란히 드러내는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 <바람이 불어 오는 곳> 은 내년 1월 6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