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내 마음에 온기를 느끼게 한 책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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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 점점 날이 추워지고, 어쩐지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서 가져온 주제입니다. 이번 주제는 ‘내 마음에 온기를 느끼게 한 책’입니다.


캘리 : 정말 온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프랑소와엄 : 저는 요즘 어떤 주제를 받아도 어려워요. 지난 부산 공개방송 때 김하나 작가님이 삼천포책방에서 소개할 책 고르는 게 점점 어려워지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책임감 같은 것도 생기고요. 진짜 고민이 많아졌어요.


불현듯 : ‘어떤,책임’이잖아요. 그 책임감으로 인한 부담감은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에요.(웃음)

 

 

캘리가 추천하는 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권정생, 이오덕 저 | 양철북

 

이 책은 아동문학가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 받은 편지를 묶은 서간집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1969년 『강아지똥』 으로 등단을 한 후에 1973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이 돼요. 이 당선 소식 맨 마지막 부분에 권정생 선생님의 주소가 있었습니다. 안동군 일직면 조탑동 일직교회. 교회 한 구석 쪽방에서 교회지기로 가난하게 살면서 글을 써온 것인데요. 어느 날 여기로, 이오덕 선생님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이 방문에 너무나 놀랐어요. 실은 이오덕 선생님께 써두고 부치지 못한 편지도 있었거든요. 그 편지에는 "선생님, 여가를 내셔서 언제 꼭 만나 주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건필, 그리고 제게 많은 지도 편달을 빕니다." 라고 적었죠. 그만큼 꼭 만나고, 대화하고 싶었던 분인데 이렇게 집으로 갑자기 찾아왔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날 저녁 늦게까지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그때부터 편지를 주고 받게 됩니다. 이 책의 첫 편지는 그 만남 직후에 시작된 것부터 시작해요.


책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편지를 보여줍니다. 두 사람이 만난 초기 시절인 1973년부터 1975년은 권정생 선생님의 책 출판을 위해 애쓰는 장면들과 두 분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두 번째 부분은 서서히 권정생이라는 사람이 알려지고, 지면도 찾게 되고, 출판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가장 밑줄을 많이 치게 된 부분인데요. 마지막 부분인 1982년부터 2002년까지의 편지들은 삶과 인간 본성과 아동문학에 대한 두 분의 깊은 생각들을 볼 수 있어요.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슬픈 동화만 쓰겠습니다.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눈물투성이입니다. 인간은 한순간도 죄짓지 않고는 목숨이 유지되지 않는데, 어떻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한 번 웃었을 때, 내 주위의 수많은 목숨이 희생당하고 있었고, 내가 한 번 만족했을 때, 주위의 사물이 뒤틀려 버리고 말았던 것을 어떻게 지나쳐 버릴 수 있겠습니까?

 

이런 글을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의 내가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에나마 이런 생각을 읽고 내 태도를 점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 행운을 곱씹으면 마음에 뭉근히 온기가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저 | 한겨레출판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애도라는 것은 어떤 것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이 아주 슬프고, 비극적이고, 가슴 쓰라린 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차분해지더라고요. 김진영 선생님께서 일 년 넘게 암 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셨는데요. 그 심정을 가늠하면서 이 책을 읽었거든요. 그게 위안이 됐어요. 또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그걸 읽으면서 ‘아, 나만 혼자 힘들게 쓰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죠. 글이라는 것은 어쨌든 누군가를 위해서 쓰는 것이겠지만 그 위함의 첫 번째는 나다, 라는 생각도 되새겼어요.


왜 제목이 『아침의 피아노』 일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어렸을 때 학교 가던 길에 피아노학원이 있었어요. 거기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온 적이 있거든요. 그걸 들으니까 발걸음이 경쾌해지면서 하루가 산뜻하게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의 피아노란 희망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요. ‘애도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제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역설적이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것 같아 더 좋더라고요. 첫 번째 일기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나는 이제 무엇으로 피아노에 응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틀렸다. 피아노는 사랑이야. 피아노에게 응답해야 하는 것, 그것도 사랑뿐이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사랑’이에요.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이 사랑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다 읽고 나니 이 글이 저를 쓰다듬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마치 아버지가 제 이름을 부르면서 한 마디, 한 마디 말씀해주시는 그런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더 제 책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이 혹시라도 죽음을 앞둔 사람들, 또한 글쓰기에 평생 몸을 담았던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셔서 글을 쓰신 것 같고요. 실제로 저도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안희주 저 | 수오서재

 

이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계속 잊히지 않았어요. ‘한 번쯤’이라는 말이 특히 그랬는데요. 우리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안 하니까 한 번쯤은 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읽혔거든요. 이 책은 18년 전 친오빠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엄마와 아빠, 딸 세 가족이 살게 된 삶에 대한 이야기예요. 오빠의 죽음 이전과 이후의 삶에 대해 동생이 쓴 에세이인데요. 저는 뒤에 있는 사람, 잘 안 보이는 사람, 주목해서 보지 않으면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한테 관심이 많은데 그래서 더 제목에 끌렸던 것 같아요.


이 책의 주제를 말한다면 ‘상실’인데요. 남겨진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보낸 사람들이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하면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한 글이고요. 자책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저는 이런 책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이 ‘내가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 사람일까?’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 생각이 이 책에도 많이 있고요. 여기 작가님의 생각을 잘 압축한 대목이 있어서 읽어드리고 싶어요.

 

어떤 식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남겨진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상실이 있고, 조금씩 결이 다를 그 모든 상실을 내가 제대로 잘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형제를 잃은 상실은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에 어떤 그늘이 드리워지는지, 몸에 어떤 슬픔이 새겨지는지, 기억에 어떤 자물쇠가 채워지는지, 앞으로의 시간에 늘 누군가가 놓쳐버린 그 시간이 어떤 식으로 겹쳐지는지. 무엇을 부정당하고, 무엇을 억압하며,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어디에선가 나와 비슷한 상실감을 안고 홀로 괴로워하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에게 내 목소리가 가 닿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채널예스>에 작가님의 서면 인터뷰가 실렸는데요. 그 인터뷰를 꼭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답변이 정말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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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