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도 하고, 팟캐스트 대본도 쓰고, 자주 울고, 친구들과 우정 나누는 것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공복에 커피, 빈속에 맥주, 주로 몸에 나쁜 것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좋아한 것은 책이고요. 책에 마땅한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두세 권을 말씀해주세요
가방에 넣고 읽지는 못하고 있는 책은 데버라 라비의 『알고 싶지 않은 것들』 , 책상 위에 펼쳐놓고 N개월째 조금씩 읽고 있는 책은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 , 금방 다 읽어버릴까봐 아끼는 중인데 벌써 거의 다 읽고 만 책은 김현 시인의 『아무튼, 스웨터』 입니다.
그 책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제 습관을 설명해야 하는데요. 저는 이동하면서 읽는 책, 못 들고 다니니까 집에 두고 읽는 책, 화장실에서 읽는 책, 일하기 싫을 때 읽는 책, 기분이 좋아지려고 읽었지만 또 읽는 책 따위를 동시에 두고 읽습니다. 당연히 얼른 읽어야 할 책이 저기 꽤 쌓여 있고 말이죠.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다 그런 제각각의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는 책들입니다. 덧붙이자면, 세 권 모두 추천합니다. 아직 안 읽었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 받았으니까 『알고 싶지 않은 것들』 도 분명히 좋을 거고요.
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역시 현재의 관심사, 입니다. 아마 제가 고른 책 목록만으로도 제 머릿속을 속속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관심사에 대해서도 걸맞은 책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시간도 공간도 훌쩍 넘은 곳에서 이 관심사를 다룬 책 한 권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연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설레고 흥분됩니다. 또 책이 책으로 연결되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 안에 책 연결 지도 같은 것이 있는데요. 그걸 잘 확장시키며 사는 게 목표입니다.
책을 읽다가 화나는 순간이 있나요?
있나? 하다가 아, 그래, 있지! 했네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숨기지 못한 책을 보면 너무 화가 납니다. 책은 즉흥적이지 않잖아요. 일정 기간을 두고 고심해서 쓴 결과물일 텐데 말이죠. 그러니까 그런 책을 보면 더 화가 납니다. 여성의 외모를 쓸데없이 자세히 묘사한 책, 공정하지 못한 언어를 사용하는 책, 앎이 갱신되지 않은 저자 자신을 그대로 담고 있는 책, 이제 그만 나왔으면 해요.
신간을 기다리는 저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케이트 윌헬름 이야기를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하고 있는데요. 왜 안 나올까요? 『노래하는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를 읽으시면 저의 간절함에 공감하실 거예요. 다양성의 세계, 인간의 선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멋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은유 작가님의 청소년 노동자 르포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시면 <책읽아웃> 은유 작가님 편을 들어주세요. 12월 20일에 올라온 62-1화입니다.(웃음)
누구의 서재, 누구의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한가요?
이 질문, 아주 오래 고민을 했는데요.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얘기는 모두의 서재가 궁금하다는 얘기거든요. 저는 늘 다른 사람들이 읽는 책이 궁금해요. 지하철에서도, 트위터나 인스타에서도, 지면에서도, 인터뷰에서도 누군가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항상 궁금해 하거든요. 왜 그 책을 읽는지,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는지,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언제까지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아, 그래서 <책읽아웃>에서 책을 소개할 때마다 그렇게 흥분하는가 봅니다. 자제가 안 돼요.
엄지혜
eumji01@naver.com